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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이건희 기증관' 오래 걸려도 제대로 짓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10 18:00

수정 2021.11.10 18:00

2027년 개관 서둘지 말고 세계적 랜드마크로 키우길
'이건희 기증관'(가칭)이 들어설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전경(종로구 제공)./사진=뉴스1
'이건희 기증관'(가칭)이 들어설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전경(종로구 제공)./사진=뉴스1
'이건희 기증관'(가칭)이 서울 종로구 송현동에 세워지는 것으로 결론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9일 송현동 48의 9번지 일대 3만7141㎡ 중 9787㎡를 건립 부지로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송현동과 용산 등 후보지 2곳을 대상으로 연구용역을 한 결과이다.

송현동 부지는 장소성, 문화예술 연계성, 접근성, 부지 활용성, 경관 및 조망성 등 6개 기준을 합쳐 용산 부지보다 2.5배 이상 높은 평가를 얻었다. 또 인근 부지가 도심 녹지공원으로 조성될 예정이어서 공원과 연계한 다양한 문화 활동이 가능하다.
역사문화특화경관지구 및 고도지구로 관리되고 있어 조망이 우수하다.

문체부는 미술관을 동서양과 시대, 분야의 경계를 넘어서는 융복합 문화 활동의 중심으로 자리 잡도록 지을 계획이다. 대한민국의 문화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대표 문화관광 중심지로 육성키로 했다. 내년 하반기 국제설계 공모 절차를 거쳐 2027년 개관이 목표이다.

'이건희 기증관'이란 명칭도 더 확장성이 있는 이름으로 바꾸기로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기증관 건립을 계기로 광화문 일대가 세계적인 역사·문화·관광지대로 발전하고, 서울이 세계 5대 문화·관광 도시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정부와 서울시의 송현동 미술관 건립 결정을 존중하고 환영한다. 아울러 유치를 희망했던 전국의 지자체와 최종까지 경합했던 용산구에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정부는 네트워크 뮤지엄 개념을 도입해 지방 상설 전시 운영계획을 갖고 있다. 호남권 아시아문화전당, 충청권 개방형 수장고 등을 활용하고 영남권은 창원이 거론된다. 연중 두 달 정도의 지방 순회 전시 때 리움 소장품들도 함께 전시할 방침이다. 송현동은 생전에 이건희 삼성 회장이 삼성미술관 리움을 지으려고 구매했던 땅이다. 대한항공이 한옥 호텔 건립을 추진했던 장소성도 깃들어 있다.

국보와 보물부터 근현대 미술 명작까지 아우르는 '이건희 컬렉션' 2만3000여 점을 서울 한복판에서 논스톱으로 관람하게 된다면 대단한 일이다. 건축물과 미술품을 즐기기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 세상이다.
정부는 스스로 정한 2027년 개관 목표에 얽매이지 말고, 이번 기회에 서울 최고의 문화예술 랜드마크를 만든다는 비상한 각오로 충분한 시간을 두고 건립에 임하길 바란다. 10년이 걸려도 좋고 20년이 걸려도 좋다.
북촌과 경복궁, 인사동에 어울리는 멋들어진 한옥미술관 건립을 검토하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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