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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이사람] "농작물 진단키트로 年400억 농가피해 줄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10 18:27

수정 2021.11.10 18:27

조인숙 농촌진흥청 연구원
10개 작물 17종 바이러스 진단
정확도 95%, 농약 오남용도 예방
[fn이사람] "농작물 진단키트로 年400억 농가피해 줄여"
"사람이 아프면 병원에서 진찰을 받듯이 농작물도 이상 증상이 나타날 때 진단이 이루어지면 바이러스뿐 아니라 병해충의 확산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습니다. 이상 증상에 대한 잘못된 진단으로 무분별하게 뿌려지는 농약의 오남용도 막을 수 있고요."

조인숙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연구원(사진)은 10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원예작물 바이러스 진단키트'를 개발한 이유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최근 기후변화, 국제교역 증가 등 농업환경 변화에 따라 돌발 바이러스병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액은 연간 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1998년 수박 농가는 중국에서 들어온 오이녹반모자이크바이러스로 골머리를 앓았다.
당시 바이러스는 전국으로 퍼져 피해 면적이 463㏊에 이르렀다.

조 연구원은 "이 같은 바이러스병은 약제에 의한 직접적인 치료방법이 없기 때문에 조기 진단에 의해 이병주를 신속하게 제거하고, 매개충 방제와 건전묘를 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 방법"이라며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신속히 파악하는 일이야말로 일년 농사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조 연구원은 농가가 고품질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것을 돕기 위해 바이러스 진단키트 개발에 몰두, 막대 종이처럼 생긴 스트립 형태의 진단키트를 만들었다. 채소작물 바이러스 진단키트는 농업 현장에서 2분 이내에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스트립 형태의 진단키트는 공기 중에 노출되면 오류가 발생한다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조 연구원은 고심 끝에 문제점을 개선해 임신진단키트와 같은 카세트형으로 개선했다. 이로써 채소작물 바이러스 진단 정확도를 95% 이상 높이고 진단키트 유효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렸다.

2007년부터 14년간 개발한 원예작물 바이러스 진단키트는 현재 10개 작물(작물박·오이·멜론·호박·참외·고추·토마토·가지·상추·배추) 17종의 바이러스를 진단할 수 있다. 또 국내외 최초로 박과작물 3종 바이러스(오이녹반모자이크바이러스, 수박모자이크바이러스, 호박황화모자이크바이러스)를 한번에 진단할 수 있는 다중진단키트도 개발해 단일진단키트보다 진단 시간을 4분 단축하고 비용도 22% 절감시켰다.


전국으로 보급한 바이러스 진단키트는 연평균 400억원 이상의 농가 피해를 줄인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원예작물 바이러스 진단키트는 지난해까지 수입 대체 효과가 연간 2억원에 이른다.


조 연구원은 "진단키트를 산업체에 기술 이전해 대량 생산을 통해 더 많은 농가에 보급할 것"이라며 "앞으로 화훼, 약용 작물까지도 진단 범위를 넓히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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