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인터뷰] 김상호 하남시장 ”3대 하남다움 지향”

강근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13 09:38

수정 2021.11.13 09:38

김상호 하남시장. 사진제공=하남시
김상호 하남시장. 사진제공=하남시

【파이낸셜뉴스 하남=강근주 기자】 하남은 10대 청소년처럼 커가는 도시다. 도시인구가 불과 10년 새 15만명에서 31만명으로 늘어났다. 그만큼 도시 곳곳에 성장 고동소리도 힘차게 들린다. 젊은 유입인구가 많아 거리에는 생기가 넘치고, 서울 강남과 인접해 발전 가능성은 가늠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3기 신도시 교산지구 개발은 이미 시작됐다.

물론 도시 급성장에 따른 문제도 노출되고 있다. 커진 몸집에 걸맞은 도시문화 콘텐츠 구축이 시급하다. 과밀학급 문제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세계가 2050 탄소중립을 화두로 삼고 지속가능성을 말하는 만큼 지속가능한 하남시 밑그림도 이제 요구된다. 지속가능한 명품 ‘백년도시’ 조성을 민선7기 시정 목표로 삼고 지난 3년6개월 동안 밤낮 쉼 없이 달려온 민관협치 실천가인 김상호 하남시장을 9일 만나 하남 현주소와 미래 구상을 들어봤다.

―민선7기 후반기 시정방향이 교육-환경-자족도시 구현인데, 진행상황은 어떤가.

▲하남시는 100년 후에도 시민이 좋아하는 명품도시로 남아야 한다. 교육도시, 환경도시 그리고 자족도시 건설은 이를 이루려는 책략이다. 교육도시 하남을 위해 우선 청소년 관련 예산을 대폭 늘렸다. 2017년 9억8352만원이던 예산을 올해는 55억8997만원으로 늘렸다. 취임 전보다 5.7배나 증가한 액수다. 이 예산은 학교별 특성을 살린 미래인재 육성과 청소년수련관 개관, 권역별 도서관(8개)에 쓰였다.

‘교복 입은 시민’인 청소년이 장차 우리 사회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청소년 자치활동도 대폭 강화했다. ‘청소년의회’ ‘청소년운영위원회’ ‘청소년관장제’ ‘청소년참여예산제’ ‘청소년정책제안대회’가 모두 민선7기 출범 이후 새로 도입된 제도다.

환경도시는 지속가능한 하남을 조성하는데 핵심 분야다. 한때 ‘청정 하남’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하남이 수도권 부동산 핫 플레이스가 된 지금, 슬로건은 새로운 의미를 요구한다. 이제 2050 탄소중립도시와 2022 환경교육도시를 목표로 지속가능성을 제고할 계획이다.

특히 환경도시 하남 건설은 자발적인 시민 참여로 이뤄진다. 시민사회 네트워크 ‘기후위기 하남비상행동’, 하남시 청소년이 환경운동 전문가를 꿈꾸며 만든 ‘환경어사단’ 활동이 그 예다. 하남에는 전국 최초 지하복합형 환경기초시설인 ‘하남유니온파크’가 설치 운영되는데, 올해만 70여개 기관, 단체 800여명이 견학을 다녀갈 만큼 선진 시설이다. 새로 건설되는 3기 신도시에도 이 모델을 적용해 청정 하남을 이어나갈 구상이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10월29일 쓰레기센터 주최 ‘제1회 쓰레기환경대상’ 시상식에서 정책분야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자족도시 하남을 위한 기업유치 활동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교산신도시 기업유치 TF팀과 기업유치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지난 1년간 100여개 기업체-기관과 접촉했다. 그 결과 진단키트로 유명한 연매출 1조원 규모의 ‘씨젠’을 비롯해 브이에이코퍼레이션, ㈜진올바이오테크놀러지, 이엔셀(주) 등 유망 기업을 유치했다.

더구나 올해 8월 연매출 1조원 규모인 대상㈜ 수도권영업본부가 하남으로 이전했는데, 최근 대상㈜ 본사와 계열사까지 유치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여기에 △첨단산업복합단지 등 직장과 주거가 공존하는 교산신도시 △미군공여지 캠프콜번 DNA(빅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하남 플랫폼 △H2프로젝트 등 자족도시 ‘3대 거점’ 구축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 교산신도시 개발, LH와 소송, H2프로젝트 공정성 논란 등으로 지역사회가 뜨겁다.

▲교산신도시 개발은 사업을 시작하며 세운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조상 대대로 이어온 마을공동체 보존, 사업지구 내 기업 선이전, 토지소유자 보상 현실화, 개발이익 재투자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원칙을 3기 신도시 7개 지자체와 함께 정부와 LH에 요구하고 있다. 3기 신도시 성공 기준은 이익 크기가 아니라 주민 행복이란 점을 강조하고 싶다.

LH와 벌이는 폐기물처리시설 부담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도 주요 현안이다. 지상 105미터 전망대와 공원 등이 들어서며 국내 대표적인 친환경 폐기물시설 모델로 자리 잡은 하남유니온파크-타워’를 두고, LH가 지하시설 설치비용 부담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하남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가액이 무려 1518억원에 이른다. LH가 사전협의한 대로 지하설치비용 인정 여부가 관건이다. 향후 비슷한 사안으로 LH와 소송 중인 지자체와 힘을 모아 LH 소송에 적극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친환경문화복합단지(H2프로젝트) 조성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절차와 주민소통 등에 문제가 제기된 상태다. H2 프로젝트는 하남시에 없는 종합병원, 어린이체험시설, 호텔 컨벤션 등 공공성을 가진 필수 상업시설을 도입하는 사업이다. 여러 차례 공정하고 잡음 없는 진행을 사업시행자인 하남도시공사에 지시한 바 있는데, 현재 감사원에 공익감사가 청구돼 있다. 정당한 주민 불만은 하남도시공사가 우선협상대상자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보완할 수 있도록 지시해 나갈 것이다.

김상호 하남시장 6월1일 2021 경기 정책공모 최우수상 수상. 사진제공=하남시
김상호 하남시장 6월1일 2021 경기 정책공모 최우수상 수상. 사진제공=하남시

―진행에 차질이 생겨 답보상태인 역점사업은 없나.

▲미사지구 과밀학급 해소다. 선거공약이기도 했고, 신도시 주민의 최대 관심사이나 아직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적의 대안이라 생각했던 통합학교는 학교용지 부적절 문제로 사실상 계속 추진이 어려울 전망이다. ‘학교공원’이란 새로운 콘셉트를 통합학교에 도입해 과밀학급 해소는 물론 교육여건 개선을 획기적으로 도모하려 했는데 매우 아쉽다. 작년 통합학교 논의 당시 직간접으로 지지를 보내준 주민에게 대단히 죄송하다. 그리고 통합학교를 반대하는 학부모를 포함해 미사지구 교육문제를 염려하고 고민하는 시민에게도 갈등에 대해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

미사지구 과밀학급 해소는 이제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올해 7월 발표된 새로운 교육부 과밀기준인 학급당 28명을 적용할 경우 학교용지 확정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폭넓고 효율적인 교육 거버넌스를 곧 구성해 모든 대안을 놓고 시민의견을 모아나갈 계획이다.

―민선7기 시정 슬로건인 ‘하남이 좋아진다’ 역점사업은 잘 진행되나.

▲광역교통망 확충을 통한 편리해진 삶, 생활SOC 확충을 통한 삶의 질 향상, 도시재생을 통한 지역균형 발전이 역점사업 방향이다. 작년 8월 미사역까지 개통된 지하철 5호선이 올해 3월 하남검단산역까지 전면 개통됐다. 지난 6월 지하철 3호선과 9호선도 국토부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되며 확정됐다. 지하철 3호선은 입주가 한창인 감일지구 입주민을 위해 조기개통을, 9호선은 미사지구역을 급행역으로 추진하고 있다. 서울~세종간 고속도로 등 5개 고속도로와 국도43호선 도로 확장 등 5개 광역도로까지 갖춰지면 서울과 경기도를 잇는 교통도시, 수도권 교통 중심도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확신한다.

―민선7기 시정 슬로건인 ‘시민이 좋아한다’ 역점사업은 어떤가.

▲시민이 좋아하는 하남을 각종 도시인증 사업으로 구현해 내고 있다. 평생학습도시, 공정무역도시, 아동친화도시, 여성친화도시, 환경교육도시 인증이 바로 그것이다. 이 모든 결과는 민관 협력을 바탕으로 창출한 소중한 결실이다.

우리 시는 2019년 3월 교육부 평생학습도시로 선정된 이후 지역공동체와 함께 27개 아파트 평생학습마을, 84곳의 빛나는 학습공간, 하남지역대학 하남공(共)대 운영 등 평생학습 저변 확대에 힘쓰고 있다. 하남시도 고령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무역도시도 2019년 처음 인증 받은 뒤 지난 10월 다시 인증받는 쾌거를 이뤘다. 공정무역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세대와 계층을 대상으로 공정무역도시 교육을 제공하고, 공정무역 캠페이너 양성과정도 운영 중이다.

아동이 살기 좋은 도시가 모든 사람이 살기 좋은 도시라 믿고 있다. 유니세프와 협약 체결 등 아동친화도시 조성에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7월 아동실태조사 연구용역에 착수했고, 총 18명으로 구성된 아동참여위원회도 출범해 현재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김상호 하남시장(왼쪽 세번째) 5월27일 ‘청소년 묻고 하남시 답하다’ 토론회 주재. 사진제공=하남시
김상호 하남시장(왼쪽 세번째) 5월27일 ‘청소년 묻고 하남시 답하다’ 토론회 주재. 사진제공=하남시

―하남시장으로서 어떤 리더십에 방점을 찍고 있나.

▲리더십 장점으로 균형 잡힌 자상함을 꼽고 싶다. 특정 이념이나 사건의 한 측면만 보지 않고 이면까지도 들여다보려는 본능적 균형감각이 있다. 우연이겠지만, 급성장하는 지금 하남에 꼭 필요한 리더십이 아닌가 싶다. 도시 건설이 한창인 하남 시정은 도시경제, 개발사업, 교육, 역사문화 등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치우치지 않은 균형감각이 결국 시민이 좋아하는 지속가능한 하남을 만들어 낼 것이라 생각한다.

―리더십에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얘기도 시중에 흘러 다닌다.

▲원칙이 너무 뚜렷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심지어 고지식하다는 불만도 더러 나온다. 그러나 올바른 원칙과 소신은 고수하려 한다. 이제 참여자치 시대가 열렸다. 참여는 시민사회 성숙이 있을 때만 성공할 수 있다. 시민사회 성장과 성숙에 모든 일을 다 하고 싶지만 특혜는 줄 수 없다.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하는 원칙도 필요함을 절감한다.

―민관 협치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는데, 결실은 많은가.

▲하남은 생활권이 다른 4개 권역으로 구성돼 있다. 신도시 개발도 한창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체 구성원과 소통을 강화하려면 시민 공동체의 적극 협조와 이들을 통한 ‘집단지성’이 필요하다. 민관 협치는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큰 힘을 발휘했다. 지역 의사들 협조 아래 전국 최초로 ‘호흡기감염클리닉’을 운영했고, ‘코로나19 범시민 민관협력위원회’는 카톡방을 통해 코로나19 대응상황 등을 실시간 공유해 감염병 예방에 주요 역할을 했다. 이외에 소통행정으로 백년도시위원회, 기후위기 하남비상행동, 청소년참여정책위원회 등을 운영하고 있다.

―시장 취임 4년차인데, 하남시민에게 건네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시민 한 분 한 분이 하남시 주인으로서 ‘빛나는 도시 하남’ 조성에 적극 동참해 주시길 부탁한다. 시장도 모든 시민이 하남에 큰 자부심을 갖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 하남시 14개 동은 같은 ‘하남 공동체’다. 코로나19가 가르쳐준 ‘연대와 포용’을 바탕으로 ‘지속가능 도시’로 나아가는데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 ‘하남시를 제대로 발전시켜 달라, 균형발전을 시켜 달라, 초심을 잃지 마라’는 시민 요청이 담긴 취임사를 늘 곁에 두고 있다. 항상 잊지 않고, 민관 협치를 통해 요청에 응답하겠다.

하남시 6월5일 '2050 탄소중립 실천, 환경교육도시 하남 선포’ 기념식 개최. 사진제공=하남시
하남시 6월5일 '2050 탄소중립 실천, 환경교육도시 하남 선포’ 기념식 개최. 사진제공=하남시

―민선7기 마지막 년차에 집중할 시업은 무엇인가.

▲‘청정 하남다움’, ‘역사 하남다움’, ‘인걸 하남다움’ 조성이다. 이들 사업은 하남시민에게 정체성, 소속감, 자부심을 심어줄 것이다. ‘하남다움’으로 ‘하남다음(next)’을 설계해 나갈 계획이다. 신도시가 개발되며 늘어나는 인구의 90% 이상이 외부 유입이기 때문이다.

청정 하남다움 일환으로 검단산과 남한산성, 국가하천인 한강과 덕풍천 산곡천 망월천 등 5대 지방하천, 41개 소하천을 청정하게 가꿔나갈 방침이다. 여기에 유니온 타워, 겨울 당정섬의 고니, 64km 위례 둘레길, 미사리 조정경기장과 나무고아원을 ‘청정 하남다움’ 고유 가치로 발전시키려 한다.

미사리 선사 유적지를 비롯해 삼국시대 이성산성, 감일동 백제 귀족 고분군, 고려시대 동사지, 선법사, 천왕사지에서 출토된 세계 최대 하사창동 철불, 광주향교와 사충서원 등은 역사 하남다움을 대변하는 주요 자원이다.

인걸 하남다움은 기해박해로 순교한 김성우 성인, 서유견문의 유길준, 독립운동가 이대헌 김홍렬 김교영 구희서 선생, 봄봄 작가 김유정, 가나안 농군학교의 김용기 장로를 주요 인물로 하고 있다. 이런 분을 하남의 인걸 하남다움으로 존중하며 정신적 교감을 이어가려 한다.

최근 시민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정하남 만족도 조사에서 하남시 첫 이미지로 △미사리 △검단산 △하남유니온타워 △이성산성 △스타필드 하남 순으로 답한 결과가 나왔다. 이는 그동안 하남시 하면 ‘스타필드 하남’으로 답했던 시민 사이에서 도시 자체 가치, 즉 하남다움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돼 가는 방증이라 본다.

-민선7기는 국도비 확보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 붓고 있는데, 왜 그런가.

▲하남에 필요한 생활SOC를 확충하려면 약 3000억원이 필요한데, 하남시는 재정자립도가 전형적인 ‘외화내빈’이라 그 해답을 정책공모에서 찾고 있다. 2019년 경기도 정책공모에서 원도심 시민행복센터 건립 사업으로 60억원, 2020년 미사지구 학교시설 연계 복합문화시설 건립 사업으로 80억원을 받았다.
올해는 위례지구 복합체육시설 건립 사업으로 80억을 확보했다. 중앙정부 정책공모에서도 올해 ‘신장 생활SOC 복합문화공간 조성 사업’으로 국비 100억원을 획득했다.
작년과 올해만 총 240억원의 사업비가 들어왔다.

kkjoo0912@fnnews.com 강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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