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전세계 각국의 대응방안이 13일(현지시간) 타결됐다.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6)에서 협상 참여국 약 200개국은 마감시한을 넘긴 이날 밤 지구온난화를 억제하기 위한 방안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 사상처음 화석연료 피해 명시
사상 처음으로 화석연료 사용에 관한 기준과 화석연료가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국제적인 합의가 마련됐다. 합의문에서 각국은 단일 요인으로는 기후변화 최대 인자인 석탄을 합의문에 명시했다.
25차회의(COP25)에서조차 합의문에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가 기후위기를 유발함은 물론이고, 기후변화 최대요인이라는 내용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
다만 이번 회의 초기의 야심찬 목표에서는 후퇴했다.
■ 석탄사용 단계적 폐지에서는 후퇴
석탄 사용 지속을 수용한 것이다. 인도는 막판에 화석연료에 관한 입장을 바꿔 석탄을 "단계적으로 없애겠다(phase out)"는 표현 대신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겠다(phase down)"는 표현으로 대체하자고 주장했다.
이는 곧바로 반발을 불렀지만 협상에서 결국 이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졌다고 CNN, CNBC 등 외신들은 전했다.
그러나 합의가 거의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협상이 막판에 극적 합의에 이른 것은 일단 긍정적인 신호로 보인다. 석탄을 완전히 없애자는 합의 도달에는 실패했지만 석탄을 기후위기 최대 주범으로 명시했다는 점은 진일보한 것이다.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 1.5℃ 제한은 살아남아
또 개발도상국들의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선진국들이 얼마나 지원해야 하는지를 놓고도 끝까지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지만 산업화 이전에 비해 지구 평균기온이 올라가는 한도를 1.5℃로 제한한다는 내용은 살아 남았다.
과학자들은 이 기준이 재앙적인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강조해왔다. 앞서 이 기준은 2015년 12월 파리협정에서 처음 도입됐다.
이 기준을 충족하려면 전세계 각국은 앞으로 8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 규모를 절반으로 감축해 2050년까지는 탄소배출 순제로를 달성해야 한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이미 지구 기온은 산업화 이전에 비해 약 1.1℃ 상승했다.
■ 기후 위기 막기에는 부족
또 COP26에서 수많은 약속이 쏟아졌지만 이대로 가면 금세기 말에는 지구 온도가 평균 2.4℃ 올라갈 것이라면서 더 강도 높은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과학자들은 경고했다.
회의를 주재한 영국의 알록 샤르마 의장은 합의문을 발표한 뒤 "깊은 실망감이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면서도 "이 합의 패키지를 지켜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해 일부 양보를 통해서라도 우선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스위스 환경장관 시모네타 소마루가는 막판에 화석연료에 관한 수위가 낮춰진 과정이 불투명했다면서 "석탄 사용과, 또 화석연료 보조금은 점차 줄여나가는 것이 아니라 점차 없애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마루가 장관은 이같은 약속으로는 1.5℃ 목표달성에서 더욱 멀어질 뿐이라며 "실망스럽다"고 합의를 비판했다.
■ 투발루 특사 "약속보다 실천이 중요"
최근 외교장관이 바다 물에 무릎까지 잠긴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합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해 이목을 끌었던 남태평양 섬나라 투발루는 기대와 함께 앞으로의 실천을 강조했다.
투발루 기후특사 세베 파에니우는 협상 진전에 감동을 받기는 했지만 말로만 그쳐서는 안되며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파에니우 특사는 지켜야 할 약속이 차고 넘친다면서 다음 COP까지 각국은 일단 이번 합의를 지키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글래스고 COP26을 토대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좀 더 야심찬 합의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제 문제는 이 합의를 어떻게 실천하느냐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파에니우는 선진국들이 자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나타난 기후변화 피해를 보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자금 지원에 인색한 점은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투발루는 산호초 지대에 형성된 인구가 1만명 안팎에 불과한 9개 작은 섬으로 이뤄진 나라다.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높아져 영토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번 세기 말에는 나라가 아예 물속에 모두 잠길 것으로 예상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