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경영계는 17일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에 대해 산업 현장에 적용하기 어려운 모호한 조항이 많아 기업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해설서 내용도 법령상의 불명확성으로 인한 산업현장의 혼란을 해소하기에는 구체성이 부족하고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경총은 "경영책임자등의 특정과 관련해 안전·보건에 관한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을 행사하는 등 법 제정 취지에 부합하는 자를 경영책임자로 선임한 경우에도 사업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주체 및 처벌대상이 되는지 명확하지 않다"면서 "또 원·하청 관계에서 종사자에 대한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누가 이행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지 불명확하고 매우 혼동스럽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원청의 경영책임자가 해당 사업장을 지배·운영·관리하고 있는 경우 하청의 경영책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되는지, 제5조에 따라 원청으로부터 용역을 위탁받은 수급인이 재하청을 준 경우 원청과 하청 간의 책임범위는 어떻게 구분·적용되는지 모호하다"며 "이대로 법이 시행될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의 의무주체를 둘러싼 혼란은 불가피하다"고 언급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고용부의 해설서에 처벌 대상이 지나치게 넓게 해석돼 법 적용의 모호함만 높였다고 지적했다.
전경련 김용춘 고용노동제도팀장은 "예방보다 처벌 위주로 돼 있고, 처벌 대상이 너무 넓게 해석이 돼 있다. 실제 예방효과보다 사후적 처벌 강화에만 초점을 맞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설서가 형식상의 지위나 명칭과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이 안전·보건 확보 의무에 관한 최종 의사결정권을 가진 경우도 경영책임자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한 것도 문제로 꼽았다.
김 팀장은 "사후적으로 법원 판단만 기다릴 수밖에 없는 해석의 여지를 열어뒀다"면서 "해설서 만으로 법적 책임의 모호함이나 예측 가능성을 담보하기는 부족하다"고 했다.
경영계는 법 적용과 관련해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는 등 보완·수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총은 이날 업종별 주요 기업 20곳의 안전담당임원, 학계 등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개최한 '중대재해 예방 산업안전 포럼'을 열고 중대재해처벌법 등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정부·국회차원의 수많은 입법·정책들이 대부분 기업의 책임 및 처벌 강화에 집중돼 뚜렷한 산재감소 효과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방중심의 규제체계 개편과 법 집행을 통해 기업의 안전관리수준을 점진적으로 향상시켜 왔고, 구체적인 세부방안들은 기업자율에 맡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중대재해 예방은 기업의 역할도 중요하나, 정부의 산업안전정책 및 법제도가 효과적이고 합리적으로 뒷받침되는 것도 산재감소의 성패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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