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제2반도체는 바이오·통신… 모더나·버라이즌과 회동한 JY [이재용, 美서 광폭행보]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18 18:01

수정 2021.11.18 18:07

차세대 치료제 CDMO 진출 위해
누바 아페얀 모더나 의장 만나
6G 통신장비시장 개척도 챙겨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CEO와
이동통신 협력방안 의견 나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버라이즌 본사에서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최고경영자와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버라이즌 본사에서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최고경영자와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모더나와 버라이즌 최고경영진들을 만나 향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바이오와 6G(6세대) 차세대 통신은 이 부회장이 미래 성장사업으로 직접 낙점한 분야다. 이 부회장이 5년 만의 미국 방문에서 이 분야의 파트너들을 가장 먼저 만난 것은 한동안 멈췄던 글로벌 경영을 재개하고, 바이오·통신을 '제2의 반도체'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실행에 옮기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바이오·통신분야 협력 강화

18일 재계와 미국 현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출국 전에 예고한 대로 지난 16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투자회사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에서 누바 아페얀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을 만났다.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은 누바 아페얀 의장이 설립한 회사다.

이 부회장은 바이오 산업 협력 확대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하고 있는 모더나 백신 생산과 양사의 공조 관계를 굳건히 다졌다. 이 자리에는 존림 삼성바이오 사장 등도 합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월 모더나와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생산 계약을 체결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8월부터 생산을 시작해 당초 예정보다 앞당겨진 10월부터 한국 내에 우선 출하했다.

17일에는 미국 뉴저지주에 있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 사업자 버라이즌 본사를 방문, 한스 베스트베리 최고경영자(CEO)와 주요 경영진들을 만나 차세대 이동통신 분야의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한스 베스트베리는 이 부회장의 대표적인 통신분야 미국 인맥이다. 지난 2010년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 각각 삼성전자 부사장과 스웨덴 통신기업 에릭슨 회장 자격으로 나란히 참석한 것을 계기로, 10년 이상 친분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버라이즌과 8조원 규모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 공급 계약의 쾌거를 이룬 것도 두 사람이 10년간 쌓아온 신뢰 관계가 한몫했다.

바이오와 차세대 이동통신은 이 부회장이 지목한 삼성의 '미래 성장사업'이다. 2018년 삼성은 인공지능(AI), 5G, 바이오, 자동차 전자장비 등을 '4대 신성장동력'으로 발표했다. 이 부회장은 가석방 이후 3년간 바이오와 반도체 등 전략 사업에 240조원을 신규로 투자하고 4만명을 직고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경영복귀 이후 첫 해외 출장에서 바이오와 통신분야를 직접 챙긴 것은 미래성장동력 육성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백신 공조-6G통신장비 논의

모더나와 버라이즌은 최근 삼성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다. 이 부회장의 이번 행보는 바이오와 통신 사업을 삼성의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누바 아페얀 의장은 1999년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을 설립해 모더나를 포함한 100개 이상의 바이오텍을 발굴해 투자했다. 스테판 방셀 모더나 CEO도 아페얀 회장이 직접 영입했을 정도로 인재를 고르는 안목이 뛰어나다. 바이오 분야를 키우고 싶어 하는 이 부회장에게 필요한 노하우를 가진 최적의 파트너인 셈이다.

이 부회장과 모더나 경영진은 8월부터 수시로 화상회의를 통해 백신 생산을 논의하면서 신뢰 관계를 구축해 왔다.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면서 '위탁자·생산자' 수준에 그쳤던 삼성과 모더나의 관계는 백신 수급과 바이오산업의 미래를 함께 논의하는 사업 파트너 관계로 올라섰다. 삼성은 바이오 사업 진출 9년 만에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공장 3개를 완공했으며, 현재 건설 중인 4공장이 완공되면 이 분야에서 글로벌 1위에 오른다.
업계에서는 차세대 치료제 CDMO 진출을 계획 중인 삼성이 모너나와의 협력을 더 강화하기 위해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5G 통신장비 시장 개척도 이 부회장이 주도했던 분야다.
업계에서는 버라이즌을 비롯, 향후 NTT도코모, KDDI, 도이치텔레콤 등 세계 굴지의 통신기업들을 대상으로 이 부회장이 직접 세일즈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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