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만 살려달라고 빌고 또 빌었습니다.”
민원인으로부터 염산 테러를 당한 경북 포항시청 공무원의 가족이 남긴 편지가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달 29일 오전 일어났다. 택시 감차 정책에 불만을 품은 민원인이 과장급 공무원 A씨에게 생수병에 든 염산을 뿌린 것이다.
지난 17일 페이스북에는 피해자 A씨의 동료가 “간병을 하시며 느끼신 애끓는 심정을 전한다”며 A씨 부인의 글을 공유했다.
A씨 부인은 “청천벽력이라는 단어로는 부족한, 세상의 그 어떤 단어로도 담아낼 수 없었던 그날 남편의 사고소식”이라며 “오로지 눈만 살려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고 밝혔다.
그는 “(남편은 공무원) 31년 외길인생 절반을 교통과에 근무했다”며 “땅길은 물론 하늘길까지도 모두 섭렵한 남편은 그야말로 교통에 특화된 공무원이었다”고 말했다. A씨 부인은 남편에 대해 “집보다 직장이 소중했고 가족보다 직원을 소중히 여겼던 사람, 재발암 치료 중인 와이프 간호보다 현 업무가 중요한 사람이었다”고 했다.
A씨 부인은 “사고가 일어나고 나니 왜 하필 내 남편이어야 했는지 세상의 모든 것이 원망의 대상이었다”며 “제 남편은 그저 자기 맡은 바 직무에 충실한 공무원의 한 사람이었을 뿐인데 사람이 어찌 사람에게 이리도 무자비한 방법을 행할 수 있는 것인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도 없고 받아들이고 싶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는 “그 원망조차도 퍼부을 시간이 내겐 없었다. 오로지 남편을 살려야한다는 생각 뿐”이라며 “눈 뜨고 있는 동안은 5분 단위로 안약과 안연고, 화상부위 드레싱을 했다”고 썼다. 이어 “그렇게 며칠을 정신없이 병원에서 보내다보니 죽을 것 같고 죽일 것 같았던 분노는 어느 정도 사라졌다”고 했다.
A씨 부인은 “이 상황에서 그래도 고마웠던 분들이 생각이 난다”며 “사고 직후 초기 대응을 잘 해주신 과내 직원분들, 소리 없이 뒤에서 참 많은 것을 도와주시는 동료분들, 응급실로 한달음에 달려오신 시장님, 믿기지 않는 상황에 거듭거듭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하시며 진정으로 마음 아파하셨던 분들을 보며 남편의 얼굴은 이미 일그러져있지만 아마도 가슴으로는 웃고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상처투성이 몸과 마음을 부둥켜안고 아픔 속에서 치유를 갈망하며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볼 줄 아는 남편”이라며 “아직도 뿌연 안개 속에 휩싸인 오른쪽 눈에 안개가 걷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조금만 힘을 써도 화상 부위 핏줄이 툭툭 터지는 기나긴 화상 치료의 길, 너무나도 끔찍했던 사고 트라우마 치료의 길이 남아있지만 응원해주시는 분들의 무한한 사랑을 받으며 씩씩하고 담담하게 치료에 임할 것”이라며 “좋아하는 일을 신나게, 마음껏 다시 날개를 달고 할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꿈꾼다”고 했다.
A씨에게 염산을 뿌린 민원인은 사건 직후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민원인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로 구속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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