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의 꽃으로도 불리는 기계화 보병은 일반 보병 대비 약 3배 이상의 전투력을 발휘한다고 알려져 있다.
현대 기계화 보병의 핵심인 보병전투차량(IFV, Infantry Fighting Vehicle)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전장에서 보병과 함께 전투를 수행할 수 있는 병력수송장갑차에 대한 논의가 진행됨에 따라 탄생했다.
일반 보병은 전투 시 전장까지 행군으로 말 그대로 걸어서 이동을 한다. 하지만 보병전투장갑차는 빠른 기동력과 막강한 화력을 보유한다.
일반 보병도 다양한 대전차 미사일의 등장으로 탱크에 대한 제압 수단이 등장했지만 보병 보유 화력으로 육군의 핵심전력인 탱크를 극복하기는 어렵다.
보병이 보유한 대전차 미사일도 다양화, 고기능화로 진화하고 있지만 탱크도 폭발반응장갑, 복합장갑 같은 특수한 보호장갑을 채용, 전면부에서 800~850mm의 관통 방어력을 갖추며 레이저 미사일 유도장치를 방해하고 탱크를 향해 날아오는 적의 미사일이나 로켓탄을 대응탄으로 무력화하는 등 능동방어 시스템 장착으로 방어체계를 높여가고 있다.
이렇듯 탱크는 일반보병에 대해 절대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 전술 전략 개념에서는 그렇다는 얘기다. 그런데 탱크도 보병의 도움이 절실할 때가 있다. 시가전의 경우 적 정규군와 게릴라는 은폐와 엄폐가 자유로워 주력 탱크를 선 투입할 경우 건물 내에 숨어 전술을 펼치며 IED(Improvised Explosive Device. 급조폭발물 또는 사제폭탄) 형태의 무기로도 탱크를 제압하는 실전 상황이 발행한다. 이런 경우 전장에선 보병의 선 투입이 절실하다.
또 시가전 외에도 적 보병의 매복 공격이 예상되는 지점엔 야전에서 포병 화력과 함께 반드시 보병전력의 투입이 필요하다. 이렇게 보병과 기갑부대가 유기적으로 전투에서 협동전력을 발휘하는 것은 전장에선 상식에 속한다. 그런데 보병의 행군 속도로는 기갑 부대의 기동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트럭 등의 운송수단을 동원한 차량화 보병이 등장하지만 이 또한 이동 중 적의 공격수단으로부터 유효한 방어 및 공격 수단이 없었다. 이에 따라 아군의 주력 전차는 적군과 교전과 동시에 보병도 방어해야 하는 부담도 발생함으로 전투효율성도 떨어진다.
기계화 보병의 필요성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미 제2차 세계 대전 무렵 구소련군은 보병 수송용 차량이 부족했으며, 거기다 냉전 시기가 되면서 핵폭탄의 위험 때문에 보병이 타고 있을 때에도 어느 정도 방호와 전투력 발휘가 가능한 장갑 차량이 필요했다.
적의 공격으로부터 방호력을 높이고 어느 정도 공격력을 갖춘 장갑차로 전장으로 이동하는 기계화 보병부대 탄생의 배경이다. 이와 같이 보병전투차량은 트럭 → 하프트랙 → APC →IFV로 진화한다.
■보병전투차량의 변화와 개념
IFV는 보병전투차라는 말 그대로 이전의 병력수송장갑차(APC, Armored Personnel Carrier)와 달리 하차한 보병을 직사 화력으로 지원해주는 차량이며 M113 같은 대표적인 APC 역시 베트남전 중기 이후엔 단순한 전장의 택시라는 임무가 아닌 하차 보병의 지원으로 역할이 변경되며 IFV 역할이라는 말이 쓰이기도 했으며 파생형으로 AIFV나 EIFV 같은 IFV네이밍을 가진 차량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APC가 IFV 역할까지 맡게 되어 운용상 별 차이가 없어진 현재로선 APC와 IFV의 차이라고는 무장과 장갑수준의 차이뿐이다.
개량을 진행하면서 수송가능 병력의 수는 점점 줄어들며, 아예 대구경 직사포를 달아, 경전차와 다름없어지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CV90120, 스트라이커 장갑차 MGS, 16식 기동전투차 등이 있으며, 이 경우에는 탑재한 포가 주력전차의 주포 급과 비슷한 저반동포이기에 소극적으로는 주포를 통한 대전차전도 가능하다.
보통 IFV는 저반동포, 대전차 미사일, 40~50mm 기관포 등을 장착해 병력 수송 기능을 유지하면서 화력을 강화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IFV를 아예 중무장을 고려한 경전차 콘셉트, 플랫폼으로 변화하기도 한다.
그런데 많은 소프트웨어나 전자제품의 개발 프로젝트가 점진적 기능 추가(Creeping featurism)의 함정에 빠지는 것과 같이 이런 개발엔 요구조건이 갈수록 확대되며 프로젝트가 산으로 가는 것과 같은 일반적 속성의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보병전투차의 고민을 대표하는 것이 브래들리 전투차의 개발과정으로 이를 비꼰 영화 에피소드가 있을 정도다.
한마디로 IFV의 전투력을 강화하면 할수록 가격과 기능이 MBT(주력전차)에 근접해져서 보병수송능력은 저하되거나 없어지는 데다가 대량보급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때문에 군사전문가들은 모든 군사전력과 마찬가지로 보병전투차량도 양산과 실전 배치 운용기간의 수요와 용도에 맞는 화력과 방호, 수송능력 등 스펙과 도입대수를 고려한 적확한 개념 연구 설계가 선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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