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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채무제로’, 선거용이었나?…‘가로등’도 지방채 발행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21 13:33

수정 2021.11.21 16:15

내년 제주시·서귀포시 정비사업 65억원 반영
총 62개 사업에 3350억원 지방채 발행 계획
도정질의에 나선 박원철 제주도의회 의원
도정질의에 나선 박원철 제주도의회 의원

[제주=좌승훈 기자] 제주도가 2017년 대내외에 선포한 ‘채무 제로’가 구호만 요란 할 뿐 ‘속빈 강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제주도의회 박원철 의원(더불어민주당·한림읍)은 지난 19일 제2차 정례회 제5차 본회의 도정질의에서 제주도의 내년도 지방채 발행 계획안을 꼬집었다. 가로등·보안등 정비사업까지 지방채를 발행하느냐는 지적이다.

박 의원은 “민선 6·7기 원희룡 도정은 ‘채무 제로’를 선언까지 하면서 적극적으로 홍보했다”며 “그러다 2018년 재정이 부족해지자 지방채 발행에 운을 띄우더니, 2019년부터 다시 지방채를 발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당시 도의회도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문제 해결을 위한 지방채 발행의 당위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지금은 본질이 크게 변질됐다”고 날을 세웠다.

박 의원은 “도로 개설에 사업기간이 오래 걸리니 지방채를 투입한다거나, 소상공인 지원·농민수당 등을 위해 지방채를 발행한다면 이해할 수 있다”며 “그런데 지방채 사업으로는 가로등·보안등 정비사업까지 포함됐다. 해도 너무하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지방채는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는 채권으로, 향후 지방정부가 갚아야하는 빚이다.

박 의원이 밝힌 제주도의 내년 지방채 발행 계획을 보면, 62개 사업에 3350억원 규모다. 도 본청이 13건에 795억원이며, 제주시가 27건에 1456억원, 서귀포시가 22건에 699억원, 지역개발기금(매출공채)이 400억원이다.

이중 두 행정시의 가로등·보안등 정비사업을 위해 발행하는 지방채만 65억원(제주시 36억원·서귀포시 29억원) 규모다.

도정질의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는 구만섭 제주지사 권한대행
도정질의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는 구만섭 제주지사 권한대행

박 의원은 구만섭 제주지사 권한대행에게 "가로등·보안등은 너무한 게 아니냐? 권한대행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제주도가 두 행정시에 내년 예산안에 대해 자율편성을 하도록 하겠다고 해놓고 안 한 것"이라고 꼬집고는 "더 급하게 하고 싶은 게 있는데도 가로등·보안등 정비사업을 제주도가 압력을 넣은 것이다. 권한대행이 예산부서와 협의해 다시 수정계획을 논의해 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제주시는 지방채 발행을 통해 2022~2024년 가로등 1000개소와 보안(보행)등 2400개소를 설치할 예정이며, 5000개소의 노후 가로등·보안등 시설을 LED등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서귀포시는 2021년부터 내년까지 가로등 시설·정비 1470개소, 노후 가로등·보안등 교체 4800개소, 가로등·보안등 시설·정비 285개소, 가로등·보안등 유지 관리 1식 등을 추진하고 있다.

답변에 나선 구 지사 권한대행은 “직업공무원의 입장으로 지방채는 행정안전부가 총괄하고 있고 발행사업 기준도 있다. 가로등·보안등 정비사업도 기준에 맞으니, 막판 예산 편성과정에서 반영된 게 아닌가 싶다”면서 “예산부서와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 “현안 놔둔 채 ‘채무제로’는 꼼수”

한편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2017년 외부차입금을 모두가 갚겠다며 상환비용으로 1327억원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편성했다.


이를 두고 당시 도의회에서는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일몰제 시행을 앞둔 데다, 하수 문제까지 불거진 상황에서 외부차입금 상환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제주도의 재정 건전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현안을 놔둔 채 너무 많은 예산을 빚 갚는데 쓰겠다고 밝힌 것이다.
또 당시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채무 제로'라는 꼼수를 썼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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