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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땅콩 심고 소득 60% 껑충… K농업 베트남서 통했다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23 17:51

수정 2021.11.23 17:51

농촌진흥청, K 농업 전파 앞장
베트남 시범마을 사업 2곳 '성과'
땅콩 품종 개발해 생산체계 구축
농가에 국내 누에 사육기술 이전
개량 뽕나무 보급 면적 확대 예정
농촌진흥청은 최근 베트남 옌바이성 지역에 양잠 시범마을 단지를 조성해 K-농업 전파를 확대하고 있다. 베트남 농민이 양잠 시범마을에서 누에 건면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농촌진흥청은 최근 베트남 옌바이성 지역에 양잠 시범마을 단지를 조성해 K-농업 전파를 확대하고 있다. 베트남 농민이 양잠 시범마을에서 누에 건면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1. 베트남 중북부 응애안성 지역 한복판엔 우리 연구원들이 직접 개발한 땅콩이 자라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 센터와 현지 기관이 협력해 만든 땅콩 우수품종이다.
응애안성 지역 일대는 그동안 박테리아 때문에 땅콩 수확이 어렵던 지역이었다. KOPIA 베트남 센터가 2014년부터 신품종 개발을 시작해 생산보급을 위한 시범마을을 조성하기 까지는 채 5년이 걸리지 않았다. 이처럼 국가별 맞춤형 농업기술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KOPIA 사업은 전세계 22개국에서 추진 중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별 맞춤형 농업기술 개발 사업이 해외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캄보디아와 에콰도르 등 전세계에 K-농업이 전파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베트남 지역에서는 시범마을이 최근 2개나 들어서는 등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는 평가다.

■박테리아에 강한 땅콩 개발… 땅콩유 브랜드화까지

23일 농진청에 따르면 KOPIA 베트남 센터는 지난 2009년 개소돼 K-농업 전파에 힘을 쏟고있다. KOPIA 사업은 개발도상국 현지에 소장과 전문가, 연구원 등 농업기술전문가를 파견해 국가별 맞춤형 농업기술을 개발·실증·보급하는 사업이다. 농업생산성 향상으로 개도국 소농의 소득을 증진시키는게 목표다.

현재 아시아 8개, 아프리카 7개, 중남미 7개 국가 등 22개국에서 KOPIA 사업이 추진 중이다. 해당 사업은 국가별 맞춤형 기술개발을 거쳐 시범마을을 만드는 농가 실증 단계를 진행한다. 이후 협업사업 등으로 성과를 확산시킨다.

시범마을을 만드는 등 실증 단계로 확산될 때부터는 예산이 크게 들어가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1단계 기술 개발에서도 확실한 성과가 나야한다. 현재 베트남과 캄보디아와 케냐 등 일곱 곳에서 시범마을을 운영 중이다.

그 중에서도 베트남은 최근 땅콩 우수품종 생산보급에 성공했다. 지난 2014년 중북부지역에 박테리아 저항성을 가진 'TK10' 품종 및 재배기술 개발에 들어갔고, 2017년부터 우량종자 생산보급을 통한 시범마을 조성에 돌입했다. 그 결과 땅콩 우량종자 생산에 3개 마을 400 농가, 300톤, 100ha에 달하는 생산 보급 체계가 구축됐다. 땅콩 생산성은 15~20%까지 향상됐고, 농가 소득은 60.8%나 증대됐다.

현재는 이같은 성공을 발판으로 땅콩 종자가공 종합처리장 신축과 브랜드화를 추진 중이다. 땅콩 종자를 수확하고 난 후 가공처리와 저장을 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고, 야외 건조 및 작업장도 만들었다. 지역 사람들은 땅콩유를 많이 이용하는데, 땅콩유 브랜드화를 위해 착유시설도 지었다.

■양잠·채소도 K-농업

최근에는 베트남 옌바이성 지역에도 양잠 시범마을 단지를 조성했다. 양잠은 누에를 사육하고 고치를 생산하는 농업의 분야를 말한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69개 농가가 시범마을 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농진청은 2022년까지 150농가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연구원들이 개발한 개량 뽕나무의 보급 면적을 현재 53ha에서 2022년까지 120ha로 넓힐 계획이다. 기존 베트남 누에보다 고치를 더 크고 하얗게 만들 수 있도록 개량한 누에 역시 한국의 사육 기술을 도입했다.

그 결과 현재 누에 공동사육을 통한 소득은 1년에 약 6445달러에 달한다. 벼 재배 대비 3.3배, 옥수수 재배 대비 8.3배에 달하는 소득이다.

베트남에서 우수 품종 시범재배에 성공한 품목은 두개 뿐만이 아니라 2009년부터 우수 채소 품종 재배기술을 도입해 송정무, 슈퍼007꿀참외, 배추 등을 시범 재배했다. 그 결과 송정무의 수량성은 59~93%나 뛰었고, 참외는 수량성이 15~28%까지 상승했다. 베트남 국가장려품종으로 선정한 고추, 주키니, 양배추, 상추 등 8개 품종도 생산성이 10% 이상씩 향상됐다. 현지 센터는 한국 품종 재배 확대를 통해 K-마트 및 대형마트 전량 공급에 나서고 있다.

물론 KOPIA 사업이 이렇게 성공가도를 달리기 전까지 힘든 과정도 많았다.
현지에서 한류 등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 한국 품종에 대한 관심도는 증가했지만 기술 발전과 문화 차이 등 편차가 심했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베트남의 경우 호치민 농가의 기계화율은 80% 이상 되는 반면 하노이 쪽은 10%도 채 되지 않았다.


장안철 농진청 국외농업기술과장은 "현지 협력기관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며 "국민성 등 관습대로 하던걸 고집하는 경우도 있지만, 베트남의 경우 협력관계를 그동안 잘 구축해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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