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악재로 경기둔화 속
10월 소비·생산 찔끔 반등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중국 정부가 더딘 경기회복 속도에도 불구하고 '개선과 회복세가 뚜렷하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3대 지도자' 반열에 올려놓은 '역사 결의'가 끝나자, 내년 가을 당대회를 위해 시 주석 치적 쌓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23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가통계국은 최근 '중국 10월 경제성적표'를 공개하면서 "눈에 띄게 개선됐다. 경제의 질적 발전 추세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10월 소비·생산 찔끔 반등
통계국이 근거로 제시한 것은 전년동기 대비 1~10월 누적 △산업생산 10.9% 증가 △소매판매액 14.9% 등이 골자다. 또 도시 실업률도 5.1% 수준이라고 자랑했다.
그러나 이런 통계는 중국 경기의 전체를 보여주기보단 '개선과 회복'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일부 수치만 가져다 쓴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 중국 산업생산 월별 추이는 올해 2월 35.1%로 정점을 찍은 후 9월 3.1%까지 7개월째 하락했다. 10월 3.5% 반등에 성공하긴 했지만 0.4%p에 불과했다.
하지만 당국은 이를 언급하지 않은 채 누적치만 보여주며 실적을 강조했다. 더욱이 올해 2월은 작년 코로나 팬데믹 기저효과 영향이 컸다. 2~3월은 대부분 경제지표가 최고점을 찍은 시점이다.
그러나 이런 요인이 사라졌고 코로나19 재확산,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자연재해, 전력대란, 부동산·교육·빅테크 등 정부 규제 악재가 잇따르면서 중국 경기는 추락하고 있다. 그나마 10월에 상승한 것도 사실상 당국이 재정·행정적 지원을 쏟아 넣고 있는 신에너지차(127.9%), 집적회로(22.2%) 등 특정분야의 공이 컸다.
소매판매 역시 올해 3월 34.2% 정점에서 하락하기 시작해 8월 2.5%까지 떨어졌다. 9월 4.4%, 10월 4.6%로 2개월째 반등했지만 하락에 비춰 속도가 더디다. 소비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핵심이다.
도시 실업률은 수치 자체에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중국 통계가 농민공(농촌출신 도시 노동자)을 조사에 제대로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동월 대비 13.5% 상승한 반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5% 오르는 데 머물면서 격차가 12%p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이는 공급과 가격 안정에서 압력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계와 글로벌 투자은행도 낙관적이지 않다. 인민대학교 산하 중국거시경제포럼은 4·4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을 3·4분기보다 1%p떨어진 3.9%로 내다봤다.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의 경우 골드만삭스, 노무라 등 일부 글로벌 은행들은 7.5%까지 하향 조정했다.
리커창 총리는 전날 경제 좌담회에서 "경제 정책에 관련 조처를 내놓을 때는 실제 상황을 바탕으로 해 실사구시(사실에 입각한 진리탐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