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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키 150㎝·앳된 얼굴은 '미성년 리얼돌'…수입보류"(종합)

뉴시스

입력 2021.11.25 11:09

수정 2021.11.25 11:09

기사내용 요약
관세법상 '풍속해치는 물품' 여부 첫 판단
1·2심과 달리 대법 "미성년자 신체 리얼돌"
"왜곡된 성 인식과 성상품화 확산될 우려"
2019년 '성인 리얼돌' 수입 가능 판결 나와

[서울=뉴시스] 지난 2019년 7월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리얼돌 수입과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국민청원. 2019.08.02. (사진-뉴시스DB)
[서울=뉴시스] 지난 2019년 7월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리얼돌 수입과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국민청원. 2019.08.02. (사진-뉴시스DB)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성인 여성의 신체를 본뜬 성인용품 '리얼돌'과 달리, 미성년자 신체를 형상화한 것으로 판단되는 리얼돌은 수입이 불가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미성년자 리얼돌의 수입을 허가한다면,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거나 성상품화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25일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씨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 보류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19년 중국 업체로부터 리얼돌을 수입하려 신고했지만, 세관당국으로부터 수입통관 보류처분을 받았다. 관세법 234조 1호는 '풍속을 해치는 물품'의 수입을 금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1심과 2심은 A씨가 수입하려 한 리얼돌이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봤다.

먼저 1심은 "전체적인 모습이 신체와 유사하다거나 표현이 구체적이고 적나라하다는 것만으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A씨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2심도 "이 사건 물품이 이전 제품보다 성인 여성의 모습을 보다 자세히 표현한 것이기는 하나, 그 형상이 실제 사람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흡사하다고 볼 수준에 이르지는 않았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서울=뉴시스]한 성인용품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 중인 리얼돌 제품. 2019.08.0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한 성인용품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 중인 리얼돌 제품. 2019.08.09 photo@newsis.com

그런데 대법원은 A씨가 수입하려던 리얼돌은 성인이 아닌 16세 미만 여성의 신체를 형상화한 것으로 봤다. A씨가 수입신고한 리얼돌은 전체 길이가 150㎝였고, 얼굴과 신체 등이 성인보다 어리게 표현됐다는 이유에서다. 또 신체 일부 특정 부위만 과장되게 표현됐다는 점 등도 고려됐다.

이처럼 미성년자의 신체를 본뜬 것으로 보이는 리얼돌을 상대로 한 성행위를 허가한다면 왜곡된 인식과 잠재적 성범죄의 위험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게 대법원의 결론이다.

그동안 대법원은 실제 아동·청소년이 아니더라도, 마치 미성년자의 성적 행위를 묘사한 듯한 각종 표현물은 처벌 대상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도 아동·청소년을 성적 대상으로 한 표현물을 계속해서 접촉하면, 그릇된 인식과 비정상적 태도를 낳을 수 있어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결정하기도 했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이 사건 리얼돌을 예정대로 사용하는 것은 미성년자 외관을 사실적으로 본뜬 인형을 대상으로 직접 성행위를 하는 것"이라며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고 상품화하며 일방적인 성관계도 허용된다는 왜곡된 인식과 비정상적 태도를 형성하게 할 수 있다"고 봤다.

게다가 "아동에 대한 잠재적 성범죄의 위험을 증대시킬 우려도 있다"면서 "물품 자체가 성행위를 표현하지 않더라도, 영상 형태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과 비교해 위험성과 폐해를 낮게 평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리얼돌이 미성년자의 신체를 본떴는지 여부는 외관을 표현한 방식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이 미성년자 리얼돌에 관한 판단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성인 리얼돌의 경우 대법원은 지난 2019년 6월 수입업자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 보류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한 바 있다. 이후 하급심에서도 같은 취지의 판결이 잇따랐다.

미성년자 리얼돌의 경우 여성가족부가 아동·청소년의 신체를 형상화한 리얼돌의 제작·판매·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국회에선 같은 취지의 내용을 담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몇 차례 발의된 바 있다.

이날 대법원이 내놓은 판단은 여성가족부 및 관세당국의 조치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리얼돌이 '체험방' 등 유사 성매매 목적으로 사용된다면 수입을 금지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오기도 했다.

사적으로 리얼돌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소에서 쓰인다면 풍속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관세당국으로선 리얼돌의 사용처나 유통과정을 조사해 통관보류 처분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1심과 2심은 이 사건에서 수입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세관이 리얼돌의 사용처를 조사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현재는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가 사건을 심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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