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임료 950만원 출처 알고 보니 개발사업자가 대납 ‘물의’
반대대책위 “마을이장 변호사비, 사업자 명의로 계좌 입금"
고 변호사 “부지사 취임 이전 일, 당시 대납사실 알지 못해”
반대대책위 “마을이장 변호사비, 사업자 명의로 계좌 입금"
고 변호사 “부지사 취임 이전 일, 당시 대납사실 알지 못해”
[제주=좌승훈 기자]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자 측이 사업을 찬성하는 대가로 전 마을이장의 변호사비를 대신 내준 혐의와 관련해 사업자 대표와 전 이장이 기소된 가운데, 고영권 제주도 정무부지사가 변호사로 재직할 당시 변호 비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지사로 취임하기 전에 있었던 일이기는 하나, 변호사 수임료를 사업자 측으로부터 대납 받은 사실을 인지했느냐가 논란의 핵심이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마을회와 반대대책위원회는 전 이장 정모 씨를 상대로 이장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주민총회를 통해 동물테마파크 사업에 반대하기로 결정했는데도 이장이 주민 뜻에 반해 사업자로부터 마을발전기금 7억원을 받는 협약서를 사업자 측과 체결한 게 소송 제기 배경이다.
■ 불법·부실기업…사업기간 1년 연장 재심의 촉구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동물테마파크 사업자 측은 정 전 이장의 변호사 선임료 400만원을 대신 내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해 4월 정 전 이장이 반대 측 주민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했을 때에도, 사업자 대표 명의로 변호사비 550만원을 송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정 전 이장 측 담당 변호사는 고영권 정무부지사다. 사업 반대 주민들은 “고 변호사가 사업자 측이 변호 비용을 대신 내주는 것을 알면서도 돈을 받아 배임증재 또는 배임수재 방조죄에 해당한다며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법조인은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법을 다루는 전문가로서 최고 수준의 도덕성이 요구된다”며 “따라서 법조인이 범죄를 스스로 인지하고도 이를 방조한다면, 그 죄가 더 무겁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 부지사는 “해당 사건은 취임 전에 종료된 것으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사건 수임 당시 정 전 이장과 함께 찾아온 이가 동물테마파크 관계자인 줄 몰랐으며, 수임료 입금자도 동물테마파크 대표인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고 부지사는 지난해 9월 민선 7기 원희룡 도정에서 세 번째 정무부지사로 임명됐다. 하지만 대권 도전에 나선 원희룡 지사가 중도 사임하면서, 지방별정직공무원 인사규정에 따라 지난 8월 11일자로 자동 면직된 가운데, 도정 공백 우려가 제기되자, 구만섭 제주지사 권한대행으로부터 재지명을 받아 돌아오게 됐다.
한편 난개발 논란과 주민 갈등을 빚고 있는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이 사업기간 연장에 성공했다. 제주도 개발사업심의위원회는 지난 23일 사업기간 연장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제주동물테마파크 측이 제출한 새로운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5만8000㎡ 부지에 축산체험시설과 숙박시설·휴양문화시설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동물테마파크는 그동안 국내 최초의 드라이빙 사파리와 동·식물 관람시설, 글램핑(60동), 호텔(76실) 등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추진됐으나, 지난 3월 개발사업 변경안이 부결된 후 사파리 사업을 포기했다.
하지만 여전히 제주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사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환경·동물권·시민 단체, 정당 등이 속한 21개 단체는 지난 22일 공동 성명을 내고 "제주도는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기간 연장 불허로 3년간 지속된 선흘2리 마을 갈등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선흘2리 마을회와 반대대책위원회도 “지난 4월에 공시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제주동물테마파크는 부분 자본 잠식상태에 빠져 있고,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마저 감사의견을 거절할 정도로 부실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주도는 조직적 불법행위를 자행한 부실 사업자에게 면죄부를 준 편파적인 개발사업심의회를 다시 개최해 제주도정과 사업자의 유착 의혹을 말끔히 해소해야 한다"며 재심의를 요구하고 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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