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한국과 대만 등의 주요 반도체 생산 기업들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이후 반도체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올해 1460억달러(약 173조원)의 자본 지출 계획을 세웠다. 이는 팬데믹 이전보다 약 50% 늘어난 금액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다국적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를 인용해 이같이 밝혔다. 가트너가 추산한 올해 지출 계획은 5년 전에 비해 약 2배 수준이다. 미국 기업들의 투자액은 전 세계 대비 약 7분의 1 수준으로 2년 전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며 아시아 기업들의 투자액은 전체 금액의 80% 이상이었다. 가트너는 이러한 국가별 투자 비율이 2025년까지 비슷하게 유지된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미 반도체산업협회(SIA)는 "미국은 첨단 반도체 공장 유치국으로서 숙련된 노동력, 지적재산권 보호, 구매자에 대한 근접성 등 이점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발표된 SIA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신규 반도체 공장 소유 비용은 한국이나 대만, 싱가포르보다 약 30% 높고, 중국보다 많게는 50% 이상 많다. 이러한 차이는 정부의 지원책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장중머우 대만 TSMC 창업자도 지난달 연설에서 대만에 비해 미국에서 반도체 제조 비용이 더 많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천억원을 들여도 공급망이 불완전하고, 비용이 현재보다 높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추세는 바뀔 여지가 있다. WSJ는 24일 보도에서 삼성전자의 텍사스주 반도체 공장 신설 소식을 언급하며 다국적 기업들이 잇따라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이 국제적인 반도체 제조기지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전날 삼성은 텍사스주 테일러에 신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장을 짓기 위해 170억달러(약 20조2000억원)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앞서 인텔과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등 미 기업들과 TSMC 등도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출범한 미국의 조 바이든 정부는 팬데믹 직후 반도체 공급난을 안보 문제로 다루면서 막대한 기업 지원책을 약속했고 각 주정부들도 팔을 걷어붙였다. WSJ는 세계 반도체 생산량 가운데 미국산이 13%에 불과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이를 20% 이상으로 끌어올리려 한다고 설명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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