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급등·후원 감소에 '가혹한 겨울 쪽방촌'
유류세 인하 대상서 등유는 제외
한달 20만원 넘는 난방비에 '덜덜'
코로나에 연탄 기부·봉사도 급감
정부지원 사실상 도움 안돼 '냉골'
유류세 인하 대상서 등유는 제외
한달 20만원 넘는 난방비에 '덜덜'
코로나에 연탄 기부·봉사도 급감
정부지원 사실상 도움 안돼 '냉골'
#. "우리 집 같은 2구6탄짜리 연탄 보일러는 하루에 10장은 때야 따뜻하지. 기름 보일러는 요즘 값이 올라서 걱정이야." 23년간 서울 구룡마을에 거주해 온 조모 할머니(81)는 최근 급격히 오른 난방비 때문에 걱정이 크다. 5평 남짓한 조씨의 집은 외벽이 얇아 외풍이 드는 탓에 보일러에 새 연탄을 가득 채워 때야 온기가 유지된다. 부엌 구석에 자리한 기름 보일러는 사용 안 한지 오래다. 벌이가 마땅찮은 조씨에게 20만원이 훌쩍 넘는 등유 값은 큰 부담인 탓이다. 조씨는 봉사단체로부터 제공 받는 연탄도 최근엔 후원자가 줄어 사정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라고 호소했다.
소외계층이 최근 급등한 난방비와 후원 감소로 겨울나기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유가 상승과 유류세 인하 제외 여파로 등유가가 크게 오른 것에 이어 연탄 후원 역시 크게 감소한 탓이다.
■난방비 오르고, 후원은 줄고
28일 연탄은행 등에 따르면 연탄과 등유로 겨울을 나는 가구는 소외계층이 대부분이다. 연탄 난방 가구 8만1721가구 중 기초생활수급·차상위 가구는 84.2%를 차지한다. 등유의 사용처 역시 전체 주택의 3%에도 못 미치는 열악한 가구다. 하지만 등유 값 상승과 연탄 후원 감소로 취약 계층에게는 더 추운 겨울나기가 예상된다.
조씨는 "연탄을 혼자 갈 수 없을 정도로 거동이 불편한 이웃들 중 일부는 어쩔 수 없이 보일러를 기름 보일러로 바꿨다"며 "문제는 겨울 내내 따뜻하게 지내려면 한 달에 1.5드럼은 필요한데 30만원에 육박하는 기름 값을 어디서 구하겠냐"고 반문했다.
그나마 연탄이 등유보단 값싸지만 이마저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수도권 내 연탄을 취급하는 업체가 적은데다 교통이 불편한 구룡마을 내부까지 배송해주는 곳도 드물기 때문이다. 때문에 조씨를 비롯한 구룡마을의 약 400여 가구는 연탄 후원에 기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후원이 크게 감소해 상황이 여의치 않다.
구룡마을주민자치회 김모씨는 "보통 9월 말부터 연탄을 때기 시작해 이듬해 4월, 늦으면 5월까지 때는데 필요한 연탄은 800장 정도"라며 "코로나19 이전에는 겨우내 한 가구당 400장씩 들어오던 연탄 후원이 지금은 150장 정도로 줄었다"고 말했다.
위드코로나로 기대했던 기업의 연말맞이 연탄 후원 행사 마저'확진자 4000명'으로 인해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연탄은행 관계자는 "예정됐던 기업 등의 봉사가 며칠 전 모두 취소됐다"며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4000명을 넘어 부담을 느낀 모양"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코로나 이전 대비 연탄 자원봉사는 61%, 후원은 43.7%가 감소했다"며 "연탄 봉사를 한 뒤에 후원을 결심하는 분들이 많지만 코로나19로 인원 집합이 어려워 봉사자가 감소하다 보니 후원도 함께 줄었다"고 덧붙였다.
■정부 지원? 현장선 '제로'
체감상 '제로(0)'에 가까운 정부 및 지자체의 '겨울나기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정부는 기초수급자 등을 위해 유류비, 연탄 구매를 지원하는 바우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씨는 "난방비에 비해 에너지 바우처로 제공되는 10만원은 턱없이 적은 금액이다. 돈을 더 들여 사야 하는데 누가 쓰겠나"라며 "지자체의 지원은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허기복 밥상공동체 연탄은행 대표는 "정부는 저소득층 연탄보조사업(연탄바우처)을 통해 겨우내 40만원을 지원한다. 배달료가 반영 안돼 실제 구매할 수 있는 연탄은 300여장 남짓"이라고 했다. 이어 "코로나로 사람의 온기가 닿지 않는 소외 지역 주민들이 집에서라도 따뜻하게 지내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겨울을 앞두고 사회적 관심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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