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탄소중립에 시름
제조업 경쟁력 악화 우려
제조업 경쟁력 악화 우려
물론 긴 눈으로 탄소중립을 지향해야 한다는 데는 업계도 이견이 없다. 그 일환으로 유럽연합(EU)은 2026년부터 탄소국경세를 물리기로 하고 있다. 한국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야 할 당위성을 부인하긴 어렵다. 하지만 재계에선 명분에만 집착해 과속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비등하고 있다. 탄소세 조기 도입 시 제조업 강국의 위상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우를 범하게 된다면서다.
현재 탄소배출 상위 10개국 중 EU를 제외하곤 일본과 캐나다만이 제한된 범위 안에서 탄소세를 물리고 있다. 1, 2위 탄소 배출국인 중국과 미국은 도입 시 득실을 저울질하는 중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탄소세를 부과하면 철강, 정유 등 주력 국내 제조업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게 뻔하다. 이 후보가 걷겠다고 한 최대치인 64조원의 탄소세는 올해 법인세 예상세수(65조5000억원)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막대한 탄소중립 기술 투자를 해야 할 기업들에겐 설상가상이다.
더군다나 기업에서 걷은 탄소세를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쓰겠다는 발상도 문제다. 탄소세 본래 취지와 동떨어진 발상이어서다. 탄소세를 복지 재원으로 전용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일이다. 탄소세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인 상황에서 국회 입법조사처도 "탄소세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책에 쓰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지 않나.
그러잖아도 탄소 절감을 선창했던 유럽 주요국들이 천연가스 등 원자재값 폭등과 물가상승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그러자 이들 나라들은 원전 복귀 등 대안을 찾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이와 달리 탈원전을 고집하면서 인상될 전기료와 천문학적 탄소중립 설비 전환비용으로 국내 기업들은 허리가 휠 판이다. 차기 정부가 무리한 속도와 범위로 탄소세를 도입해 기업 부담을 가중시켜선 곤란하다. 이는 신규 인력 투자 축소라는 부메랑을 자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복지 증진이 목적이라면 이 후보 측이 주장한 탄소세가 아니라 소득세 인상 등 다른 세원을 찾는 게 옳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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