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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함께 다시 태어난 여행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29 08:47

수정 2021.11.29 08:47

아이들이 좋아하는 '해양세계' 빛 조형물 /사진=한국관광공사
아이들이 좋아하는 '해양세계' 빛 조형물 /사진=한국관광공사

[파이낸셜뉴스] 용도가 다한 낡은 시설이나 건물을 되살려 활용하는 작업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시도다. 그 간 MZ 세대의 주목을 받으며 뉴트로 여행을 이끌기도 했다. 다만 카페 중심의 소비적인 상업 공간이 많았다.

이들 여행지는 옛 공간의 흔적과 역사를 장식으로 사용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생태 환경에 해를 끼친 과거를 반성하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야 할 미래를 이야기한다.
다시 태어난 여행지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떠나는 여정이자,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라는 재생의 이유를 찾는 과정인 셈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12월 추천 가볼만한 곳의 테마는 ‘다시 태어난 여행지(업사이클링 여행지)’이다. 도시재생 여행지를 ESG 관점에서 들여다 보자는 취지다.

■ 폐광에서 신비로운 동굴 여행지로, 충주 활옥동굴
충주호 변에 있는 활옥동굴은 1900년 발견되고 일제강점기에 개발을 시작한 국내 유일의 백옥·활석·백운석 광산이다. 한때 8000여 명이 일하던 이곳은 값싼 중국산 활석이 수입되면서 폐광했다. 방치된 활옥동굴이 지난 2019년 동굴 테마파크로 다시 태어났다. 갱도 2.5km 구간에 각종 빛 조형물을 설치하고, 공연장과 건강테라피존 등을 마련했다. 동굴에는 활석을 채취할 때 사용하던 권양기도 그대로 있다.

미래 세계를 다룬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기계장치처럼 생겼는데, 원통형 몸체에 쇠줄을 감아 물건을 끌어 올린다. 동굴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암반수가 고여 생긴 호수다. 동굴 안에 호수가 있다는 것도 신비로운데, 2~3인용 투명 카약을 타고 유람할 수 있다니 놀랍다. 활옥동굴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월요일 휴무), 관람료는 어른 7000원, 청소년 6000원, 유아 5000원이다(투명 카약 3000원).

관아골이 자리한 성내동에는 조선 시대 충주읍성에 있던 충주목 관아 터가 남았다. 지금은 구도심이 됐지만, 낡은 건물을 리모델링한 청년 몰 ‘소소한시장’과 카페, 맛집 등이 들어서면서 또 다른 명소로 발돋움한다. 청녕헌과 제금당 등 충북유형문화재로 지정된 관아 건물이 있어, 늦가을 분위기가 근사하다. 달천 변 수주팔봉은 조선 철종이 아름다움에 반해 발 담그고 놀았다는 곳. 암벽 사이로 아찔한 출렁다리가 놓였다.

활옥동굴의 하이라이트 동굴카약 /사진=한국관광공사
활옥동굴의 하이라이트 동굴카약 /사진=한국관광공사

■ 어둠의 벙커에서 빛과 음악의 궁전으로, 서귀포 빛의벙커
빛의벙커는 몰입형 미디어 아트 전시장이다. 1990년 해저 광케이블 관리 센터로 지은 국가 기간 시설을 활용했다. 가로 100m, 세로 50m, 높이 10m 단층 건물 위에 흙을 덮고 나무를 심어 마치 산의 일부처럼 보인다. 보안 속에 관리되던 시설은 2012년 민간에 불하하며 공개됐다.

2015년 제주커피박물관 바움이 옛 사무실과 숙소동에 들어서고, 2018년 빛의벙커가 센터에 개관했다. 빛의벙커는 개관 기념 전시로 그해 ‘구스타프 클림트―색채의 향연’과 2019년 ‘빈센트 반 고흐―별이 빛나는 밤’을 열었고, 현재는 르누아르와 모네, 샤갈, 클레 등의 작품을 미디어 아트로 전시한다.

빔 프로젝터 90대가 벽과 바닥 등에 영상을 투사해 거장의 회화 이미지를 연출하는데, 고전의 새로운 해석이다. 내부 공간의 겹치는 면과 선을 활용하면 색다른 사진을 연출할 수 있다. 빛의벙커 옆 제주커피박물관 바움은 창이 넓어 숲을 바라보며 커피 마시기 좋다.

광치기해변은 빛의벙커에서 가장 가까운 해변이다. 이끼 낀 빌레(너럭바위)와 성산일출봉이 장관이다. 본태박물관은 전통 공예품과 거장의 현대미술 작품을 전시한다. 2관 2층 통로에서 보이는 제주 바다 파노라마 뷰가 인상 깊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은 제주 간식 ‘먹부림’ 천국이다.

아이들도 흥미로워하는 빛의 벙커 전시 /사진=한국관광공사
아이들도 흥미로워하는 빛의 벙커 전시 /사진=한국관광공사

■ 폐정수장에서 친환경 생태 공원으로, 영등포 선유도공원
서울시는 영등포구 선유도에 있던 폐정수장을 친환경 생태 공원으로 꾸며 지난 2002년 개장했다. 선유도공원은 역사적인 산업 유산을 재생했다는 점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수조에 모래와 자갈 등을 담아 불순물을 걸러내던 여과지는 관리사무소로, 물속 불순물을 가라앉혀 제거하던 약품 침전지는 ‘수질 정화원’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정수지의 콘크리트 상판 지붕을 들어내고 기둥만 남긴 ‘녹색 기둥의 정원’과 옛 침전지의 구조물이 가장 온전하게 남은 ‘시간의 정원’은 선유도공원의 인기 포토 존이다. 정수장의 농축조와 조정조를 재활용한 ‘환경 교실’ ‘환경 놀이마당’, 취수 펌프장을 리모델링한 카페 ‘나루’는 시민에게 소중한 휴식처를 제공한다. 선유도 남쪽과 양화한강공원을 잇는 아치형 선유교는 밤이면 알록달록한 조명이 낭만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선유도공원에서 자동차로 15분 거리에 문래창작촌이 있다. 과거 소규모 철강 공장과 철물상이 자리 잡은 이곳은 쇠망치 소리와 아담한 갤러리, 골목과 예쁜 카페가 공존한다. 한강의 랜드마크였던 63스퀘어도 가깝다. 동심을 자극하는 아쿠아플라넷63과 맨 위 60층에 마련된 63아트는 탁월한 전망으로 사랑받는다.

세대공감창의놀이터 전경 /사진=한국관광공사
세대공감창의놀이터 전경 /사진=한국관광공사

■ 아이에서 어른까지 삶의 의미를 지어가는 놀이터, 울산 세대공감창의놀이터
세대공감창의놀이터는 주민 혐오 시설이던 음식물 처리장이 도시 재생 프로젝트로 새롭게 태어난 곳이다. 울산 북구가 주민 의견을 수렴해 복합 문화 공간으로 바꿨다. 세대공감창의놀이터는 어린이를 위한 창의적인 친환경 놀이 공간, 모든 세대가 공감하는 가족 중심 공동체와 문화 예술 활동 체험 공간을 지향한다.

유아와 어린이를 위한 그물놀이터와 나무놀이터가 상설 운영되는데, 아이보다 학부모에게 환영받는다. 세대공감창의놀이터의 진가는 기획 프로그램에서 드러난다. 학생들이 집을 설계하고 시공하는 ‘청소년 건축학교’, 지구별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생존 기술을 습득하는 ‘지구별 생존기’, 부자(父子)가 더욱 가까워지는 ‘아빠와 함께하는 1박 2일 놀이캠프’ 등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많다.

세대공감창의놀이터를 둘러본 뒤에는 울산 북구의 명소를 찾아보자. 송정동에 있는 송정박상진호수공원은 대한광복회 총사령을 지낸 박상진 의사의 이름이 붙은 공원으로, 덱 로드를 따라 호젓하게 산책하기 좋다. 정자항은 울산 북구의 대표적 항구로 남쪽 방파제에 자리한 귀신고래등대가 명물이다. 강동화암주상절리(울산기념물)는 동해안에서 가장 오래된 주상절리로 수평이나 수직으로 형성된 다양한 생김새가 볼 만하다.

T6(커뮤니티센터) 전경 /사진=한국관광공사
T6(커뮤니티센터) 전경 /사진=한국관광공사

■ 석유비축기지에서 문화를 만나다, 마포 문화비축기지
2002년 서울월드컵경기장은 뜨거운 열기와 함성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경기장 서쪽 매봉산 자락에 조성된 거대 산업 시설은 한일월드컵 준비 과정에 폐쇄됐다. 1976~1978년에 건설된 마포석유비축기지는 폐쇄 후 버려진 상태로 있다가, 2017년 ‘문화비축기지’로 새롭게 태어났다.

석유를 저장하던 탱크 시설(T1∼T5)은 전시와 공연이 열리는 예술 공간으로 자리 잡았고, 탱크 원형이 그대로 남은 T3를 비롯해 마포석유비축기지는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

T1과 T2를 해체할 때 나온 철판으로 만든 T6는 카페와 강의실, 회의실, 생태 도서관 ‘에코라운지’ 등을 갖춘 커뮤니티센터다. 문화비축기지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도심 속 생태 문화 공원이다. 문화비축기지 실내 공간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월요일 휴관), 야외 공원은 상시 개방한다.

상암동 노을공원에 있는 서울특별시산악문화체험센터는 우리나라 산악 문화와 역사를 알아보고 암벽등반을 즐기는 공간으로, 어드벤처 체험이 인기다. 경의선숲길과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지만, 차분히 산책하며 초겨울 정취를 맛보기 적당하다.

삼탄아트마인 /사진=한국관광공사
삼탄아트마인 /사진=한국관광공사

■ 폐광에서 피어나는 예술의 향기, 정선 삼탄아트마인
한때는 기계 소리 가득한 산업 현장이었다. 당시 이름은 삼척탄좌 정암광업소. 1964년 문을 연 뒤 수십 년 동안 광부들의 피땀으로 대한민국의 고도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정부의 석탄 산업 합리화 정책으로 생산량이 감소하다, 2001년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 2013년 옛 삼척탄좌 정암광업소가 150여 개국에서 수집한 예술품 10만여 점을 갖춘 복합 문화 예술 단지 ‘삼탄아트마인’으로 다시 태어났다.

종전 산업 시설은 그대로 살리면서 예술의 향기를 입힌 독특한 디자인 콘셉트로 그해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대상’을 받았고,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 관광 100선’에 들었다. 삼탄아트마인 관람 시간은 오전 9시 30분~오후 5시 30분(월요일 휴관), 관람료는 어른 1만 3000원, 중·고등학생 1만 1000원, 초등학생 1만 원이다.

정선 화암동굴(천연기념물)은 일제강점기에 개발된 금광과 천연 동굴이 어우러진 곳이다. ‘금과 대자연의 만남’이란 주제로 꾸민 개방 구간에 환상적인 볼거리가 이어진다.
나전역은 예쁘기로 소문난 간이역이다. 지난해 말 ‘국내 1호 간이역 카페’가 문을 열어 많은 사람이 찾는다.
주말이면 관광객으로 붐비는 정선아리랑시장에서 곤드레, 황기, 더덕, 감자 등 특산물을 살 수 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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