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등장으로 잇따라 봉쇄 조치를 시작하면서 경제적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일단 항공 및 관광 업계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며 변이의 심각성에 따라 다른 산업들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벌써 15개국에 퍼진 오미크론
오미크론 변종은 지난달 11일 아프리카 보츠나와에서 처음 확인됐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크게 번졌다. 남아공 정부는 이달 9일 해당 변이를 처음으로 발견했고 24일 세계보건기구(WHO)에 공식 보고했다. WHO는 26일 해당 변이를 '우려 변이'로 지정했다. 각국 정부는 WHO의 분류 직후 해당 변이를 추적하기 시작했으며 이미 영국과 독일, 호주, 홍콩 등 15개국에서 감염자가 확인됐다. 캐나다 정부는 28일 발표에서 최근 나이지리아를 다녀온 2명의 감염자를 확인했다며 미주에도 변이가 상륙했다고 밝혔다. 현재 확인된 감염 사례는 세계적으로 최소 100건으로 추정된다.
한국을 비롯한 미국과 유럽 등은 남아공과 보츠나와 뿐만 아니라 주변국까지 포함해 8개국에 대한 여행을 제한했고 이스라엘은 모든 외국인 입국을 막았다. 인도네시아는 입국 금지 대상을 11개국으로 넓혔으며 필리핀 정부는 유럽에서 입국하는 외국인도 막기로 했다.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정책을 총괄하는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은 27일 인터뷰에서 "아직 탐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 정도 전염력이라면 미국에 이미 도착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은 29일부터 남아프리카 8개국에 신규 여행 제한 조치를 도입한다.
갑작스레 고립된 남아공의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28일 성명을 내고 정당하지 않은 조치라며 경제 사정을 감안해 남아공발 항공편 차단을 풀어달라고 주장했다. 맛시디소 모에티 WHO 아프리카 지역사무국장도 "여행 제한은 코로나19 확산을 약간 낮출 수 있겠지만 삶과 생계에 부담을 준다"고 우려했다. 이에 파우치는 28일 ABC방송에 출연해 "전파력이 매우 높은 바이러스 같은 경우 여행 제한이 유입을 완전히 막아주지는 못하지만 대비할 시간을 벌어줄 수는 있다"고 말했다.
■연휴 앞둔 항공·관광 업계 비상
가장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는 산업은 항공과 관광업계다. 세계여행관광협회(WTTC)의 폴 찰스 고문은 28일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새로운 자가 격리 조치는 성탄절까지 중요한 기간에 대부분의 해외 여행객과 레저 여행 수요를 쓸어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영국여행사협회(ABTA)도 성명을 내고 영국에 도착하는 관광객에게 유전자증폭검사(PCR)를 의무화하는 조치가 “업계의 회복을 지연시키고 소비자 수요에 확실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정부의 신중한 판단을 촉구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도 26일 성명에서 각국이 남아공 항공편을 잇달아 차단하자 “여행 제한 조치는 코로나19 변종을 제한하는 장기적인 해법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남아공을 오가는 여행객이 많은 영국에서는 오미크론이 감지된 지 며칠 만에 남아공 여행이 이미 150만 건 이상 취소됐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괴멸적인 타격을 입었던 항공사들은 이달 초만 해도 회복을 기대했다. 유럽 최대 저비용항공사(LCC)인 라이언에어는 지난 1일 3·4분기 실적 발표에서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분기별 흑자를 기록했다. 미 델타항공도 같은 기간 팬데믹 이후 2번째 분기 흑자를 거뒀다.
그러나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는 28일 발표에서 올해 세계 관광업계의 손실액이 2조달러(약 2386조원)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주라브 폴롤리카슈빌리 UNWTO 사무총장은 "최근의 개선에도 고르지 않는 전 세계 백신 접종률과 델타·오미크론과 같은 변이 출현은 관광업계 회복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이 심각하면 다른 업계도 불안
오미크론 변이가 예상보다 강력하다면 항공업계 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들도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인도 일간지 타임스오브인디아는 28일 보도에서 현지 민간 연구소인 게놈통합생물학연구소(IGIB) 자료를 인용해 오미크론이 53개의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 연구진들은 남아공의 사례를 분석해보니 오미크론의 전파력이 델타 변이보다 6배 높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미 뉴잉글랜드복합계연구소의 야니어 바 얌 창립자는 트위터를 통해 오미크론의 치사율이 최초 코로나19 바이러스 대비 8배 높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에 대해 WHO는 전염력과 중증 위험도 등의 연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분석 완료까지 몇 주는 더 걸린다고 밝혔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기업들의 분위기를 전하며 오미크론 공포가 경제 전반에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언론과 접촉한 미 기업 대부분은 오미크론의 위험도가 분명해지기 전까지 중요한 사업 결정을 미루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물류업체 제트코 딜리버리의 브라이언 필코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주 오미크론과 관련한 내부 회의를 진행한다며 “새 변이가 얼마나 심각한 위험인 지 아무도 모른다. 최악의 상황으로 빠지지 않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 마케팅 기업 허브스팟은 오미크론 정보 공유를 위한 회의를 소집했다고 밝혔으며 회사의 케이티 버크 최고인력관리책임자(CPO)는 "공포 상황에서 즉각적인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WSJ는 내년 1월부터 미국 내 직원 100명 이상 기업들에게 백신 접종 의무화 정책이 시작된다며 식품 및 소매 업계가 오미크론 변이 이후 의무 접종의 실효성에 관심이 많다고 덧붙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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