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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보다 5도 낮고 성악으로 치면 '알토' 중성적인 음색이 매력 '비올라' [코심의 生生클래식]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29 17:02

수정 2021.11.29 18:51

여수은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비올라 수석
여수은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비올라 수석
‘코심의 생생 클래식’은 국내 최고의 교향악단인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직접 쓰는 오케스트라 이야기입니다. 매회 주제를 바꿔 재미있고 생생한 클래식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클래식 공연장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포디움을 감싼 현악 파트가 그 웅장함을 내뿜으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현악기는 오케스트라에서 제일 많은 수를 차지하는데 그중 바이올린과 첼로, 더블베이스는 쉽게 식별이 가능하지만 바이올린과 비슷한 외형을 가진 비올라를 첫눈에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 종종 내 악기를 보고 클래식을 모르는 사람들은 '기타'냐고 묻기도 하고, 클래식을 조금이라도 아는 이들은 '바이올린'이냐고 묻는데 이 짧은 글을 통해 비올라와 조금 친해지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노트북 자판을 두들겨 본다.


비올라는 바이올린과 똑 닮은 쌍둥이로 크기만 약간 크다. 그렇기에 바이올린보다 조금 더 큰 울림과 부드러운 음색을 지녔다. 내가 비올라를 시작하게 된 계기 역시 비올라가 지닌 독특한 음색 때문인데 중후함과 묵직함 사이 베일에 쌓인 듯하며 뭔가 직접적이지 않은 그 신비한 소리가 나를 비올라로 이끌었다. 음역대는 바이올린보다 5도 낮고, 첼로보다는 한 옥타브가 높다. 성악에 비유하자면 바이올린은 소프라노, 첼로는 베이스, 비올라는 그 둘을 잇는 알토라 보면 되겠다. 역할 면에서도 바이올린은 주선율을, 첼로는 근음(根音)으로 곡을 든든히 받쳐준다면 비올라는 이 사이를 아우르는 화성을 담당하며 곡의 풍성함과 웅장함을 더한다.

이렇기에 비올라를 중재자로 이해하는 분들이 많지만 사실 들여다보면 이 악기만큼 자기 색이 분명한 악기도 없다. 일단, 크기와 모양 규격 면에서도 독자적인 면모가 눈길을 끈다. 바이올린과 첼로는 크기와 모양이 규격화돼 있다. 그러나 비올라는 연주자의 손과 키 등 신체 특성에 따라 자유롭게 제작이 가능해 계속 실험적인 크기와 모양이 제작되는데 연주자가 원하는 음색을 찾아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다.

일반적으로 비올리스트들은 16인치 크기의 비올라를 많이 사용한다. 나는 손이 큰 편이라 평균보다 조금 더 큰 17인치 비올라를 사용한다. 비올라는 나무로만 만들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2008년에 호기심으로 폴란드 제작자 크쥐시토프 므로즈가 만든 카본(탄소) 소재의 18과3/4인치 비올라를 구입했는데 첼로보다 더 첼로 같은 소리에 모두가 반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악기가 커 유려함이 요구되는 연주에는 한계가 있어 무대에서 자주 사용하지는 않는다.


흥미로운 것은 20세기와 21세기를 거치며 비올라가 점점 더 주목받고 있다는 것인데 좀 더 차별화된 소리를 찾고자하는 작곡가들에게 비올라는 새로운 영감의 원천이 되는 것 같다. 현대작곡가들을 사로잡는 비올라 소리가 궁금한 독자들에게 팁을 드리자면 바이올린 독주곡을 비올라로 편곡한 곡과 번갈아 들어보자. 같은 곡을 바이올린과 비올라로 듣고 나면 지금껏 내가 알지 못했던 비올라의 세계가 열릴 것이다.
곧 12월이다. 겨울낭만을 중성적이고 묵직한 비올라의 음색으로 채워보면 어떨까. 비올리스트였던 드보르작이 쓴 현악4중주 12번 '아메리카'로 2021년 마지막 달을 열어보자.

여수은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비올라 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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