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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과세 1년 유예' 확정...."근본적 개편 논의해야"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03 16:27

수정 2021.12.03 16:27

 소득세법 일부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과세 시점 2023년 1월 1일로 1년 유예
가상자산 과세 인프라 구축 미흡
국내 시장 축소 우려 제기
[파이낸셜뉴스] 가상자산 과세가 1년 유예되면서 업계가 안도하고 있다. 과세를 위한 시스템 구축 시한이 촉박했던 데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축소 우려가 1년 이라는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다. 업계는 남은 1년 간 완성도 있는 과세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가상자산 관련 업권법을 통해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진흥을 위한 발판이 마련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가상자산 과세 2023년부터

가상자산 수익에 대한 과세를 1년 유예하는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사진=뉴스1
가상자산 수익에 대한 과세를 1년 유예하는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사진=뉴스1

3일 국회에 따르면 가상자산 수익 과세를 1년 유예하는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2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한국블록체인협회는 "가상자산 과세 시기를 유예하는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데 대해 환영한다"며 "협회와 회원사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원칙에 따라 과세에 적극 동의하는 바이며, 유예기간이 늘어난 만큼 안정적인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해 조세정책에 협력하고 국가 경제 발전에도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지난 해 정부와 국회는 세법 개정을 통해 가상자산 거래를 통해 발생한 수익이 연간 250만원을 넘길 경우 20%의 세율과 과세하기로 했다. 과세 시기는 2022년 1월 1일부터로 정했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BTC)에 투자해 1년간 1000만원의 수익을 얻었다면 250만원을 제외한 750만원에 대해 20%인 150만원을 세금으로 내도록 한 것이다.

이번 소득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과세 시기가 2023년 1월 1일부터로 1년 유예됐다. 세율은 동일하다.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조명희 의원은 "정부가 가상자산 산업 발전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제왕적 금융규제로 이용자의 세금부터 뜯는다면 주권자인 국민은 이해할 수 없다"며 "이번 개정안의 통과로 1년이라는 시간이 더 생긴만큼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적 조치를 마련하는 등 법과 제도를 정비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인프라 구축 미흡...가상자산 정의도 불분명"

가상자산 과세를 위한 시스템 구축에 어려움이 있는 데다 금융위원회로부터 신고수리를 받은 거래소가 10곳에 불과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가상자산 과세를 위한 시스템 구축에 어려움이 있는 데다 금융위원회로부터 신고수리를 받은 거래소가 10곳에 불과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가상자산 과세와 관련해 그동안 업계에서는 시스템 구축에 어려움이 있음을 꾸준히 내비쳤다.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따라 신고수리를 받은 거래소들만 과세자료 추출을 위한 이용자 개인정보 수집 권한을 갖는데 현재까지 신고한 29개 거래소 중 수리를 받은 거래소는 10곳에 불과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또 주식 등 다른 투자 자산과 과세 차별 문제도 제기됐다.

가상자산 과세를 위해선 취득원가를 계산해야 양도차익을 알 수 있는데, 취득원가를 입증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오래 전 해외 거래소에 매수한 뒤 국내 거래소에서 매도한 가상자산의 경우 취득원가를 알 수 없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이와 관련해 취득원가를 알 수 없는 가상자산의 취득원가를 '0원'으로 추정해 계산하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논란이 됐다. 매도시세에서 취득원가를 빼야 수익이 나오는데, 취득원가가 0원일 경우 매도시세가 모두 수익으로 잡혀 터무니 없이 많은 금액의 과세가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주식 투자 수익의 경우 2023년부터 수익이 5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과세하기로 한 것과 비교해서도 가상자산 과세의 시기와 세율에 대한 차별 문제도 제기됐다. 거래소들이 완성도 있는 과세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 필요한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조명희 의원은 "가상자산 과세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 미흡한데다, 정의조차 내리기 어려운 가상자산에 세금을 매기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산업 진흥과 함께 규제 논의해야

업계에서는 가상자산 산업의 발전과 투자자 보호 내용을 담은 업권법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사진=뉴스1
업계에서는 가상자산 산업의 발전과 투자자 보호 내용을 담은 업권법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사진=뉴스1

업계는 남은 1년간 완성도 있는 과세 시스템 구축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가상자산 산업 진흥을 위한 업권법 마련 논의도 구체적으로 진행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우선 가상자산 과세가 1년 유예된 것을 환영한다"며 "이와 동시에 국내 가상자산 산업이 투자자를 보호하면서 발전할 수 있도록 제도화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업계와 투자자들의 불만은 정부가 가상자산 산업을 투기로만 인식할 뿐 가상자산 관련 제도를 만들겠다는 시도를 하지 않았던 데에 있었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 전세계 주요 지역에서는 정부를 중심으로 가상자산 제도를 만들기 위한 절차에 착수한 것과 대비되는 상황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병욱 의원, 이용우 의원, 양경숙 의원과 국민희힘 권은희 의원 등이 가상자산 업권법을 대표 발의했지만 계류 중이다.


또 다른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가상자산 산업 발전에 대한 논의 없이 일방적인 규제나 과세만 시행될 경우 국내 가상자산 산업은 시작도 전에 쪼그라들 수 밖에 없다"며 "산업 발전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를 전제로 규제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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