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식품

곤충이 소고기보다 낫다? 우리가 곤충을 먹어야 하는 이유 [지구를 사랑하는 장한 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04 08:45

수정 2021.12.10 13:03

'작은 가축' 식용 곤충, 환경에도 건강에도 좋아
거부감을 덜어내면 새로운 미식의 세계로
[파이낸셜뉴스] 영화 ‘설국열차’ 속 꼬리 칸의 유일한 식량인 단백질 블록. 꼬리 칸 사람들은 단백질 블록이 바퀴벌레로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분노하며 먹기를 거부했다. 곤충으로 만든 단백질 블록은 더는 영화 속의 일이 아니다. 식용 곤충이 미래 식량자원으로 각광받으며 곤충을 활용한 단백질 바, 누룽지, 쿠키 등 다양한 식품들이 출시 됐다.

갈색거저리유충이 들어간 쿠키 /사진=유튜브 [지구를 사랑하는 장한 나]
갈색거저리유충이 들어간 쿠키 /사진=유튜브 [지구를 사랑하는 장한 나]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곤충을 ‘‘작은 가축(little cattle)’이라고 평가하며 미래 식량자원으로 주목했다. 곤충은 기존 가축보다 자원과 에너지 사용량이 적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친환경 미래 식량자원으로 불린다.


식용 곤충에 관심이 커지며 곤충 시장이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0년 곤충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곤충 산업 시장은 전년보다 2.1% 상승한 414억 원의 판매액을 올렸다. 이 중 51.6%가 식용곤충 관련 업종에서 나왔다.

식품 원료로 인정하는 곤충의 종도 늘어났다. 2014년 갈색거저리 유충과 흰점박이꽃무지 유충을 식품 원료로 인정한 후 점차 늘어나 현재 10종의 곤충이 식품원료로 등재됐다.

소고기보다 좋은 식용 곤충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세계 인구는 2050년까지 97억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지금보다 3~5배의 에너지, 1.7배의 식량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존 가축보다 친환경적이고 대량생산이 용이해 곤충이 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단백질 1kg을 생산하기 위해 가축은 약 10kg의 사료가 필요한 반면 곤충은 1kg이면 충분하다. 곤충은 주로 농업 부산물을 먹기 때문에 사료를 위한 농사도 필요 없다. 물 사용량도 소고기의 24% 수준인 3700L의 물을 사용한다. 온실가스 배출량 역시 가축 사육의 1%인 약 10g으로 현저히 낮다.

곤충의 뛰어난 번식력과 빠른 성장도 큰 장점이다. 이스라엘의 곤충 식품회사인 하르골(Hargol)은 연간 메뚜기 4억 마리를 번식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소와 돼지는 도축까지 각각 30개월, 6개월이 걸리는 데 반해 곤충은 짧게는 3주에서 길어도 3개월이면 출하가 가능하다. 상자에서 사육을 하기 때문에 좁은 공간에서도 상자를 쌓아 생산량을 높일 수 있다.

환경에만 좋은 것이 아니다. 곤충은 단백질원 중 영양학적으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고기 100g의 단백질 함량은 24.7g이지만 같은 용량의 곤충 유충은 28.2g으로 소고기에 비해 더 많은 단백질이 들어있다. 귀뚜라미에는 소고기보다 몸에 해로운 포화지방은 60% 적고 비타민은 2배 많다. 식이섬유와 필수 아미노산, 무기질 등을 함유하고 있어 영양이 풍부하다.

하지만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다면 곤충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곤충에는 갑각류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트로포미오신 성분이 있어 알레르기 교차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식용 곤충 식품 섭취 경험자 추적 분석 결과 식용 곤충 섭취 사고 중 26.1%가 알레르기 증상으로 가장 많았다.

거부감만 덜어내면 새로운 미식의 세계가 열린다

(출처=뉴시스/NEWSIS) /사진=뉴시스화상
(출처=뉴시스/NEWSIS) /사진=뉴시스화상


식용 곤충의 가장 큰 걸림돌은 부정적 인식이다. 곤충의 외형에 혐오감이 들고 더러운 해충으로 생각해 곤충을 먹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다. 하지만 거부감을 덜어내면 새로운 맛에 눈을 뜰 수 있다.

UN은 식용으로 섭취하는 곤충을 약 2,000여 종으로 추산한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113개국에서 약 20억 명이 식용 곤충을 즐겨 먹는다. 미국의 메뚜기 타코, 덴마크의 개미로 맛을 낸 타르타르 등은 이미 인기 요리다.

정부에서는 식용 곤충을 더 알리기 위해 요리법을 개발하고 식용 곤충의 이름을 친숙하게 바꾸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에서 곤충을 이용한 요리를 개발해 식용 곤충 요리책을 발간하고 있다. 식용 곤충의 분말을 이용한 요리법을 소개해 곤충 외형에 대한 거부감을 덜어냈다.


농촌진흥청은 2015년부터 식용 곤충 이름 공모를 통해 고소애(갈색거저리 유충), 꽃벵이(흰점박이꽃무지 유충), 장수애(장수풍뎅이 유충) 등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한시적 식품 원료로 인정을 받은 아메리카왕거저리 유충과 지난 9월에 식품 원료로 인정받은 풀무치도 현재 새 이름을 공모하고 있다.



yerilim@fnnews.com 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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