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학교도 다양한 수업 개설 가능
일반계 사립고인 능주고는 2019년부터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로 지정돼 실험이 진행 중이다. 학교 건물에 들어서자 다양한 형태의 교실이 눈에 들어왔다. 기존 사각형의 교실안에 나란히 앉아 있는 것이 아니었다. '블랜디드 클래스' 입수 모니터에 수학 수업 내용이 화면에 나타나 있었다. 미리 구글클래스로 예습을 해 온 학생은 보지 않아도 되지만, 예습을 하지 않으면 정면 모니터의 내용을 보고 들어가야 했다. 교실안에서는 조를 꾸린 학생들이 문제를 풀고 있었다. 좋은 자리에 선착순으로 앉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다수의 학생들이 미리 예습을 해온다는 게 학교 선생님의 설명이었다.
멀티미디어 러닝룸에서 학생들이 각자 노트북 컴퓨터를 펴고 둘러 앉아있었다. 중앙 모니터 화면에는 '세계사 방탈출 게임'이 띄워졌다. '인간 사회에도 자연세계와 같이 적자생존의 원칙이 작용한다는 이론은 무엇인가'와 같은 문제를 맞추면 힌트를 얻어 탈출을 하는 게임으로 수업이 진행됐다.
문이과로 구분했던 예전에는 교과목이 48개였지만 올해엔 71개 교과목이 편성됐다. 구글 클래스룸을 통해 학생들의 수요를 조사했고, '심리학' '영미 문학 읽기' '과학사' '국제법' 같은 과목들이 생겼다.
올해 입시결과도 긍정적이다. 송완근 능주고 교장은 "올해 대입 전형이 진행중이긴 하지만 주요 대학 1단계 합격 결과로 보면 개교 이래 가장 성과가 좋다"며 "학교에서의 여러 활동이 학생의 진로에 맞춰져 있고 이를 충실히 기록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소규모학교 존재 이유 증명
중동초는 1936년 중동간이학교로 개교한 이래 올해 처음 신입생 '0'을 기록할 뻔했다. 그나마 귀농가정을 찾아 1명의 신입생을 받았지만 누가봐도 학교가 사라지는 것은 아닌 지 비상에 걸렸다. 하지만 이후 반전이 일어났다. 서울시교육청과 맺은 농산어촌유학 프로그램 덕분이었다. 올해 총 24명의 학생이 유학신청을 했지만 14명만 전학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1학년 학생 두명을 받을 수 있었다. 1학년 교실에서 3명의 학생이 풍선을 이용한 체육수업을 즐기고 있었다.
수도권 학교는 2학기 전면등교가 어려웠지만 중동초는 한 학년 학생 수가 3~7명에 불과해 코로나19 때에도 대면수업을 진행했다. 수업을 듣는 학생이 적어 일대일 지도도 가능하고 전교생이 승마 수업과 오케스트라 활동도 함께 한다.
학년별로 1·2학년은 지리산 둘레길 탐방, 3·4학년은 섬진강 길 따라 자전거 타기, 5·6학년은 마을 역사를 주제로 프로젝트 수업을 을 진행을 진행한다.
서울에서 두 아이를 데리고 유학온 학부모 이지은씨는 지난해 서울교육청 홈페이지에서 이 프로그램을 보고 관심이 생겼고, 주거 문제가 해결돼 내려온 사례다. 이씨는 “프로그램이 좋다고 아빠 없이 아이들만 데리고 오는 일이 쉽지 않았다. 산동면 쪽에 마을이 잘 형성된 예술인마을에 살기로 결정하면서 친구네 가족과 함께 왔다"며 "서울에서 한 반에 30명씩 수업받을 때와 달리 친구들과 관계는 물론, 선생님과 관계가 굉장히 친밀해졌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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