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퍼거슨 감독의 말에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다. SNS의 순기능과 가능성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SNS로 인생을 낭비(했다고 봐도 무방)한 경우를 여럿 봐서다.
SNS 때문에 인생 피곤해진 경우는 차고 넘친다. 우선 '조만대장경'이라는 닉네임을 얻은 전직 민정수석의 경우를 보자. 이른바 '강남좌파'의 대표주자로 불렸던 그는 SNS에 사회비판적인 글을 많이 올렸지만 정작 자신의 삶에는 느슨한 잣대를 들이대 비난을 자초했다. SNS에 남겼던 수많은 발언들이 그의 발목을 잡으면서 '내로남불'의 근거가 됐다. 오죽하면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개별적 발언은 자제해달라"며 청와대 전 비서진에 'SNS 금지령'을 내렸을까 싶다.
쌍둥이 배구선수의 경우도 사실 따지고 보면 SNS가 시발점이다. "괴롭히는 사람은 재밌을지 몰라도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은 죽고 싶다"는 알쏭달쏭한 글을 SNS에 올렸는데 자매가 학창시절 학교폭력을 일삼았다는 폭로가 터져나오면서 되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실상 제 무덤을 스스로 판 셈이다. 게다가 사과문을 올린 뒤에도 아무렇지 않은 듯 인스타그램 활동을 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 바람에 본인들은 물론 그들의 부모와 배구계 종사자들까지 홍역을 치렀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돈도 실력이야.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어록을 남긴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경우도 안타까운 사례의 하나다. 정씨의 대학 특혜입학 의혹이 불거진 직후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이 SNS 글로 두 모녀의 인생은 물론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쳤던 박근혜정부도 종말을 고하고 말았다.
'과언무환 신언무우(寡言無患 愼言無尤)'라는 말이 있다. '말이 적으면 근심이 없고, 말을 삼가면 허물이 없다'는 뜻이다. 말을 많이 해 실수를 반복하는 걸 경계할 때 쓰이는 말이다. 생전의 법정 스님은 "사람은 모두 입안에 도끼를 가지고 태어난다"며 "어리석은 사람은 말을 함부로 하여 그 도끼로 자신을 찍고 만다"고 했다. 말이 많아지는 건 나를 드러낼 일이 많아서인 경우가 많다. 한 번 내뱉은 말은 주워담기 힘들다. 시쳇말로 일수불퇴, 낙장불입이다. 장기판, 노름판에서도 이러한데, 하물며 우리 인생살이에선 어떻겠나.
jsm64@fnnews.com 정순민 문화스포츠부장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