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사건 초기 피해자 성폭행 피해 호소에도 피의자 귀가조치
[파이낸셜뉴스]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의 어머니를 흉기로 살해한 20대 남성이 구속된 가운데 경찰의 미흡한 초동대응으로 참변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건 초기 피해자가 성폭행 피해를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피의자를 귀가조치했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살인·살인미수 혐의로 체포된 이모씨(26)는 최근 경찰 조사에서 신변보호 여성 A씨(21)의 서울 주소지를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파악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해당 빌라 주민들이 출입하는 것을 엿보며 공동현관 출입문 비밀번호를 알아낸 것으로 확인됐다. 또 범행 당시 직접 사용한 흉기 외에도 다른 범행도구 등을 미리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경찰은 사전에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씨에 대한 경찰 신고를 사건 나흘 전인 지난 6일 접수했다. 당시 A씨 아버지가 “딸이 감금당한 것 같다”며 강남경찰서에 최초 신고를 했고 소재 파악 과정에서 대구 수성경찰서가 대구에 머무르던 이씨와 A씨를 발견했다. 당시 피해진술을 확보한 경찰은 피해자를 부친에게 인계하고 피의자에게 귀가 조치를 내렸다. 경찰이 A씨 신변보호 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두 사람 진술이 엇갈린 점, 이씨가 임의동행에 응하고 휴대폰을 임의제출한 점 등을 이유로 이씨를 귀가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지난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소재 신변보호 여성 A씨(21)의 집을 찾아가 A씨의 어머니(49)와 남동생(13)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는다. 사건 당시 A씨는 자택에 없었으며,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당초 가족을 노린 범죄는 아니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후 2시26분께 A씨 아버지의 112신고를 받고 5분여 뒤인 2시31분께 현장에 도착했다. 이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린 A씨의 어머니와 남동생은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A씨의 어머니는 끝내 숨졌다. 남동생은 중태로 현재 중환자실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는 현장에 경찰이 도착하자 흉기를 버리고 창문을 통해 도망쳤다. 비어있던 인근 가정집의 창문을 깨고 들어가 2층에 숨어있던 이씨는 경찰에 발견돼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한편 경찰은 이씨의 신상공개를 검토하는 한편 보복범죄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 중이다. 이씨의 혐의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보복살인으로 변경될 경우 형법상 살인죄보다 더 무거운 처벌이 가능해진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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