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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호 양의지 ‘끝나지 않은 전쟁’ [성일만의 핀치히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13 14:19

수정 2021.12.13 16:40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한 강민호(삼성) /사진=뉴스1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한 강민호(삼성) /사진=뉴스1
강민호(36)는 운이 따른다. 포수라는 까다로운 포지션임에도 고졸 2년차에 주전을 꿰찼다. 실력만큼 운도 작용했다. 선배 포수 최기문이 병역 파문과 부상으로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무임승차했다.

강민호는 6번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그야 실력으로 따냈으니 운이라 할 수 없다. 강민호는 올겨울 세번째 FA(자유계약선수)를 앞두고 있다. 그 세번 모두 대박을 터트릴 기세다. 실력 반 운 반이다.

두 살 아래 양의지(34·NC)는 내년 겨울 두번째 FA다. 강민호만큼 운이 따르지 않았다. 역시 포수로 6번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올해엔 지명타자로 받았다. 나이를 감안할 때 양의지는 세번째 FA를 기대하기 힘들다. 세번 FA란 여간 운이 좋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강민호는 8년 전 첫번째 기회서 4년 75억원을 챙겼다. 당시 롯데에서 강민호는 대체 불가 선수였다. 4년 후 강민호는 삼성으로 옮겼다. 두번째 FA 자격을 획득한 강민호의 통장에는 80억원이 입금됐다.

두 번의 FA로 그가 번 금액은 모두 155억원. 최정(SSG·192억원)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액수다. 강민호의 삼성 내 입지는 여전히 독보적이다. 삼성은 김도환을 상무로 보냈고, 김응민, 김민수는 아직 믿고 안방 살림을 맡길 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포수 아닌 지명 타자로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양의지(NC) /사진=뉴스1
포수 아닌 지명 타자로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양의지(NC) /사진=뉴스1
그러다보니 주도권을 팀이 아닌 선수가 쥐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강민호가 얼마나 받아낼지 모르지만 최정의 기록을 넘어 역대 FA 통산 최다액을 차지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되는 사람은 뭘 해도 된다. 올해 FA 시장은 최근 몇 년간 가장 뜨겁다. 1호 계약 선수 최재훈(32·한화)이 5년 54억원(옵셥 5억원 포함)에 상향 계약한 것도 강민호에겐 유리한 시그널이다.

포수 최재훈의 시장 가격은 그 정도로 높진 않았다. 포수라는 수비 위치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강민호는 가만 앉아서 자신의 시장가치를 높였다. 삼성이 만족스런 액수를 제시하지 않으면 당장 최재훈을 들먹일 것이다.

양의지는 3년 전 한 방에 125억원을 터트렸다. 역대 FA 최다금액이다. 내년엔 강민호보다 한 살 적은 나이에 다시 FA 시장으로 나온다. 125억원 기록을 스스로 넘어설지 벌써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두번의 FA 계약으로 강민호의 합산금액을 추월하긴 어렵다.

내년엔 이 둘이 본격적으로 최고 포수 경쟁을 펼친다. 강민호는 한번도 차지하지 못한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위해, 두산·NC에서 각각 우승을 맞본 양의지는 FA 대박을 위해 전력투구할 것이다. 둘 중 하나가 7번째 포수 골든글러브를 낄 가능성이 높다.

강민호는 최근 골든글러브 시상식서 “(양)의지라는 좋은 경쟁자가 있어서 더 분발할 수 있었다”며 지명타자로 비켜간 후배와의 내년 승부를 기대했다.
양의지에게 지명타자는 낯선 자리다. 마스크를 쓰고 프로텍터와 레그가드를 차야 비로소 양의지답다.
삼성이 팬들의 바람처럼 강민호를 잡을 수 있을지, 세차례 FA 몸값 합산이 얼마나 될지 흥미롭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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