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경찰 사명감’ 논란, 답은 면책일까 가책일까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13 15:04

수정 2021.12.13 16:16

[파이낸셜뉴스]
‘경찰 사명감’ 논란, 답은 면책일까 가책일까

지난 11월 말 익명 게시판 앱 블라인드에 '경찰이 사명감 가진 직원이 점점 사라지는 이유'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에서는 현장 경찰관이 적극적으로 나섰다가 오히려 피해를 본 사례 등을 언급하고 있다. / 블라인드 캡처
지난 11월 말 익명 게시판 앱 블라인드에 '경찰이 사명감 가진 직원이 점점 사라지는 이유'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에서는 현장 경찰관이 적극적으로 나섰다가 오히려 피해를 본 사례 등을 언급하고 있다. / 블라인드 캡처

#. 무면허 오토바이를 쫒다가 오토바이 사고가 났는데 무리한 추격이라며 징계를 받았다. 오토바이는 무리하게 추격하다 사고내지 말고 그냥 두라고 했다.
지난달 말, 직장인 익명 게시판 앱 블라인드에 ‘경찰이 사명감 가진 직원이 점점 사라지는 이유’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직무 수행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조직이 보호해 주기는커녕 해당 경찰이 피해를 본다는 내용이었다.


직장이 경찰청인 작성자는 ‘가게에서 난동 부리던 취객을 제압하다가 취객이 다치자 오천만원 배상’했던 일, ‘경찰관이 교통단속 중 신분증 뺏으려 달려들어 제압하다가 다쳐 4억원인가 배상하라는 판결’ 등을 사례로 적었다.

지난 11월 15일 발생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때 현장을 벗어난 경찰관 사건 이후 경찰 사명감과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후 지휘 책임자였던 이상길 전 인천논현경찰서장이 직위해제 됐고, 당사자인 A 경위와 B 순경은 해임됐다.

이에 국회에서는 지난 8일 법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무집행을 하는 경찰관의 형사책임을 면제해주는 내용의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 논의가 열렸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개정안은 경찰관이 긴박한 상황에서 직무 수행 중 타인에게 피해를 줘도 고의나 중과실이 없다면 형사책임을 감경 또는 면제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해당 법안을 대표 발의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행정안전위원장)은 "경찰이 범죄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아주 필요한 법"이라며 국회의 통과를 촉구했다. 하지만 일부 야당의원들은 △과잉입법 우려 △어떤 범죄에 대한 것인지 적시되지 않아 너무 포괄적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인권이 과도하게 침해될 소지가 있는지는 항상 경계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한 입장"이라며 '국민 공감대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원들의 반대 의견이 이어지자 김창룡 결창청장은 "현장에서 위험에 빠진 국민들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도록 과감한 법 집행 여건 마련이 중요하다"고 법안의 조속한 통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청장은 1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된 것과 관련 "경찰관 책임감면법의 의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경찰권 남용 문제와 인권침해 우려는 최소화하겠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한편 일선 경찰의 적극적인 대응을 독려할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경찰 능력이 문제시 될 때마다 꾸준히 제기됐다.

2020년 10월 ‘정인이 사건’ 당시 아동학대 신고가 있었지만 주거침입죄나 재물손괴죄로 고발될 위험이 있어 현장경찰관이 소극적 대처에 머물렀다는 지적이 있었다.
지난 8월 ‘전자발찌 연쇄살인’ 사건 때도 경찰이 강윤성의 주거지를 5차례 찾아갔지만 권한이 없어 자택 내부를 수색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일었다.

김민건 로박스 대표변호사는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은 경찰의 소극적 대응이 문제시 됐지만 경찰 입장에서 당장의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은 아니었다”며 개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어 "다만 법안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수사기관인 경찰이 면책 범위를 넓게 잡으면 사건이 입건됐을 때 자체적으로 사건을 끝내버릴 위험이 있다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 이승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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