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가 11월들어 1년 전보다 9.6%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세다.
같은 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시작한 연방준비제도(연준)이 통화정책 되감기, 테이퍼링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상당한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 11월 PPI, 사상최고 상승률
미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LS)은 14일(이하 현지시간) 11월 PPI가 전월비로는 0.8%, 전년동월비로는 9.6%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전년동월비 상승률 9.6%는 BLS가 PPI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식료품·에너지 등 월별 가격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이른바 '근원' PPI도 사상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11월 근원 PPI는 전년동월비 6.9% 급등해 BLS가 근원 지표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4년 8월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의회 증언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이번 FOMC 기간 채권매입 감축 규모 확대를 논의하겠다고 밝힌 것처럼 연준의 테이퍼링에 속도가 붙을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PPI 고공행진이 확인됐다.
앞서 10일 공개된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역시 약 40년만에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 연준, FOMC서 테이퍼링 강화 확실
가파른 물가 오름세 여파로 연준은 15일 FOMC를 마치면서 불과 한 달 전 정했던 '채권매입 월 150억달러 감축'을 '월 300억달러 감축'으로 2배 확대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연준은 연초에만 해도 지금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충격 후폭풍인 공급망 위축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며 느긋한 입장이었지만 최근 태도를 바꿨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30일 상원 은행위원회 증언에서 "시장에서 혼선을 일으키는 것 같다"면서 '일시적'이라는 단어를 더 이상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매파 성향으로 갈아탈 것임을 분명히 한 선언이다.
11월 CPI에서 확인된 것처럼 연준이 그동안 '일시적'이라는 평가를 할 정도로 중고차·여행지출 등 일부 항목에만 집중됐던 물가 오름세가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 테이퍼링 속도내기는 '보험'
연준은 파월 의장의 증언을 계기로 테이퍼링 속도 내기가 일종의 '보험'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연준 고위 관계자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만약을 대비해 우선 채권 매입을 신속히 끝내고 필요하면 언제든 금리를 올릴 수 있도록 채비를 갖추겠다고 말했다.
가파른 물가 오름세가 좀체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이코노미스트들은 연준이 15일 회의를 마치면서 내년 2차례 금리인상을 예고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채권시장 "연준, 내년 3차례 금리인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연준이 15일 이른바 '점 그래프'를 통해 내년에 2차례, 그리고 2023년에 3~4회, 또 2024년에도 다시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예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FOMC가 발표하는 점 그래프는 FOMC 위원들이 예상하는 금리, 물가, 실업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등을 나타내는 그래프다. 연준의 전망치를 나타내는 지표다.
채권시장에서는 이날 PPI 지표 발표 뒤 내년 금리인상 전망을 상향조정했다.
연준 정책금리인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 흐름으로 보면 채권시장에서는 연준이 내년 0.25%포인트씩 3차례, 모두 0.75%포인트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PPI 발표 뒤 연준의 금리인상이 가팔라질 것이란 전망으로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미 국채 수익률은 올랐고, 위험자산인 주가는 하락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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