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예정일이 다가오면서 김지영은 정대현과 아주 많은 이야기를 한다. 아이를 낳아도 맡길 곳이 막막한 김지영에게 선택지는 출산휴가냐 육아휴직이냐 퇴사냐 세 종류다. 일단 휴직, 추후 안되면 퇴사라는 어중간한 방법을 생각 안한 건 아니지만 소규모 홍보대행이 주업무였던 회사 처지를 고려해 그 카드는 버린다. 결국 퇴사밖에 없다. 그때 나이 서른둘, 2014년이다. 그해 통계청이 파악한 여성의 삶에 따르면 대한민국 기혼여성 다섯 중 한 명이 결혼·출산·육아 때문에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나온다. 김지영은 그렇게 대한민국 30대 여성을 지칭하는 보통명사가 됐다.
통계청이 1983년 출생자 76만여명의 생애를 분석한 자료를 14일 발표했다. 이들 중 결혼한 이는 셋 중 둘, 결혼 나이를 보면 남자는 서른, 여자는 스물아홉에 많이 했다. 여전한 건 김지영들의 삶이다. 83년생 기혼여성 가운데 넷 중 하나가 출산 뒤 직장을 그만뒀다. 출산 후 직장으로 돌아간 이들도 있지만 월급은 종전 대비 80%대다. 소설 속 김지영도 새 일자리를 알아본다. 간신히 잡은 게 마트 입구 아이스크림 가게 알바직이다.
출산·육아로 인한 여성의 경력단절, 이와 맞물린 가정 전체의 피로감이 저출산으로 귀결된다. 통계청이 며칠 전 발표한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50년 뒤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노인의 나라다. 2070년 전체 인구 중 정중앙에 있는 사람의 나이가 62.2세다. 고령화 속도가 유례없다. 꼬일 대로 꼬인 인구정책 실마리를 김지영 연구에서 찾는 것도 방법이 될 것 같다.
jins@fnnews.com 최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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