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신진영 자본연 원장 “韓증시 여전히 저평가… 디폴트옵션 시행하면 투자 늘것” [인터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15 17:45

수정 2021.12.15 18:13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 원장
코스피 내년 3300선서 등락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도입시
TDF 등으로 자산배분 증가
증시에 긍정적 영향 미칠듯
ESG 경영 요구 점차 커질것
기업은 의무공시 적극 대비를
사진=서동일 기자
사진=서동일 기자
"올해 IT, 자동차, 조선업계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실적은 좋았지만 한국 증시는 보합권에 머물러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주가는 여전히 저평가 상태라 볼 수 있다."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장(사진)은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증시는 여전히 실적 대비 저평가돼 있다고 진단했다.

신 원장은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증시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코스피가 2020년 많이 올랐던 만큼 2021년은 조정장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삼성전자의 올해 실적은 기록적인 수준이지만 주가는 보합세에 머물러 있다"면서 이는 자동차, 조선업종 또한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신 원장은 2022년 증시는 올해보다는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올해 조정장을 거친 코스피는 내년 현재 수준보다 10% 정도 오른 3300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 법안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것 또한 증시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디폴트 옵션은 가입자가 적립금의 운용방법을 직접 선정하지 않은 경우, 미리 지정한 방법으로 운용하는 제도를 뜻한다. 가입자가 4주간 운용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지정된 운용방법에 따라 운용됨이 통지되고 2주 경과 후부터 사전지정운용방법으로 운용이 시작된다.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퇴직연금이 타깃데이트펀드(TDF) 등으로 자산배분이 이루어지기에 결과적으로 국내 주식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그는 "디폴트옵션 도입으로 주식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개인 투자자뿐만 아니라 기관 투자 수요도 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신 원장은 또 기업들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대응에 따라 경영 판도 및 기업가치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대외 의존도가 높아 수출 포지션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이들 기업에 투자하는 기관의 3분의 1이 해외 투자자"라면서 "ESG 경영에 대한 기관 투자자들의 요구는 당연히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고려해 기업들은 ESG 경영 의무공시에 적극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원장은 최근 197개국이 참여한 COP26(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회의에서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설립된 점을 언급하며 "ESG 보고서를 통일화하는 중요한 스텝이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기업들은 ESG경영보고서 공시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2030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된다.

신 원장은 "기업들의 ESG 공시 의무가 기존 계획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며 "기업들은 ESG 보고체계를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경제 위기론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낮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신 원장은 "공급망 문제, 금리 상승, 인플레이션 압력 등의 이슈는 국내외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일 뿐, 결국 해소되는 문제들"이라며 "한국 및 글로벌 경제에 위기를 가져오진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천연가스, 석유 등 에너지 수요가 많은 겨울철이 지나면 공급망 문제는 정상화될 것"이라면서 "다만, 관건은 내년 중반기에 공급망 문제가 해소될지가 큰 이슈"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2008년 금융위기는 금융섹터가 부실화하면서 경제 위기로 이어졌다"면서 그때와 현재는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 원장은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개인들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서 금융권 부실로 이어지는 게 금융위기 시퀀스(순서)"라면서 "향후 부동산 폭락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또 올해 은행 등 금융권 실적도 좋아 일부 충격에 감내할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신 원장은 올해 9월 30일 제 8대 자본연 원장으로 선임됐다. 1997년 자본연 설립 이후 공모 방식으로 선발된 첫 원장이다.


그는 1962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카네기멜론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홍콩 과기대와 아주대를 거쳐 2002년부터 연세대 경영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해 왔다.

또 국민연금기금 성과평가보상위원회, 금융발전심의위원회, 민간 연기금투자풀 운영위원회 등의 위원을 지냈으며, 한국증권학회 회장,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을 역임했다.
미래에셋증권 사외이사,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 사외이사 등 자본시장 전반에서 활동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 배한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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