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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사 부르는 대동맥판막협착증, 조기검진으로 제때 치료를 [Weekend 헬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17 04:00

수정 2021.12.17 04:00

인터뷰 최승혁 삼성서울병원 교수
대표적 노인성질환 '조용한 살인마'
1년 내 치료 못받으면 50%가 사망
심장판막 좁아져 혈액 공급에 장애
호흡곤란·가슴통증에 혈압 떨어져
수술보다 인공판막삽입 시술 권고
시술 비용 부담 커 보험 확대 시급
16일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최승혁 삼성서울병원 교수(순환기내과)가 대동맥판막 협착증과 관련 시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16일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최승혁 삼성서울병원 교수(순환기내과)가 대동맥판막 협착증과 관련 시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심장 속 대동맥 판막은 하루 평균 10만번, 평생 약 30억번 쉼 없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온몸 구석구석에 혈액을 공급한다. 그 문(門)이 노화 등의 이유로 좁아지면 혈액 흐름에 장애가 생기고, 심할 경우 심장이 멈출 수 있는데 이를 '대동맥판막 협착증'(aortic stenosis)이라고 한다.대표적인 노인성 질환 중 하나인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노년층에서 '조용한 살인마'로 불린다. 조기 진단이 쉽지 않고 증상 발현 후 1년 이내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의 약 50%가 사망하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조기 진단과 함께 조기에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전통적인 치료법은 개흉 후 노화된 판막을 떼어내 인공 판막을 넣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고령층에서 개흉 수술은 위험성이 크다. 해서 최근 주목 받는 것이 경피적인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시술이다. 다만 이 시술은 건강보험 헤택이 안돼 환자 부담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최승혁 삼성서울병원 교수(순환기내과)는 16일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노화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80세 이상에서는 발병률이 높고, 연령이 높을 수록 발병률이 증가한다"면서 "심장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조기검진을 하고 제때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수술이 아닌 시술 치료가 새로운 옵션으로 활용되는 만큼 이에 대한 건강보험 혜택을 확대해 보다 많은 환자들이 치료 혜택을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어떤 질환인가.

쉽게 얘기하면 혈액이 심장에서 전신으로 나가는 데 거쳐가는 '심장의 출입문'인 대동맥판막이 석회화로 굳는 것을 말한다.정도는 경도, 중증도, 중증으로 나뉘어지는데 증상은 중증에서 나타난다. 중증의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경우, 호흡곤란이 가장 먼저 나타나고, 이후 가슴 통증이, 간혹 빈맥이나 부정맥이 생기거나 혈압이 갑자기 떨어져 실신하기도 한다.

―발병 원인은 무엇인가.

대부분의 경우에는 노화 때문이다. 예전에는 류마티스 열 질환에 의한 경우가 있었으나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또 간혹 선천적으로 판막엽이 세 개가 아닌 두 개인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남들보다 빨리 기능장애가 오기도 한다. 노화에 의해 대동맥판막 협착증에 걸리는 사람은 대략적으로 75세에서 80세에 중증이 된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당뇨나 협압 같은 다른 질환과의 연관성이 적은 편이고, 연령이 높아질 수록 발병률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경증이나 중등증에서는 확인이 잘 안되는 이유는.

아무래도 증상이 없다보니까 환자들이 검사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그러다보니 병원에서도 확인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런데 가끔 환자들이 다른 질환으로 병원을 방문했다가 의사가 청진을 했을 때 심잡음이 들려, 대동맥판막 협착을 의심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심장초음파 검사를 권유해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다. 최근 심장초음파 검사의 보장성이 확대돼 환자들의 부담이 많이 줄었다. 심장초음파 검사가 가장 안전한 방법이고 정확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고령이신 분들은 받아보시길 추천드린다.

―치료 방법에는 어떤 옵션이 있는지.

전통적인 방법은 문이 고장나면 갈아 끼우듯이, 수술을 통해 노화된 판막을 떼어내고 인공 판막을 넣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환자들의 연령이 높다보니 수술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때문에 최근 사타구니의 혈관을 통해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경피적인공판막 삽입술(TAVI)을 많이 진행하고 있다. TAVI 시술이 전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미국 같은 경우는 80세 이상인 경우에는 우선적으로 타비를 권고, 유럽에서는 75세 이상이면 TAVI 시술을 권고하고 있다. TAVI 시술이 도입된 지 얼마되지 않았다. 전세계적으로는 2000년도 초반부터 시작됐고, 우리나라에 도입된 시기는 2010년도이다. 삼성서울병원이 TAVI 시술을 최초 도입한 병원 중 하나이다. 최근 점점 TAVI 시술의 점유율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수술을 선택하던 분이 시술을 선택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치료 가능 연령이 높아졌기 때문에 수술을 꺼리거나 불가능했던 분들을 시술로 치료하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시술 후 예후는, 보험은 적용되는지.

예후가 좋다. TAVI 시술은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를 대상으로 개발된 제품이다. 고위험군에서 TAVI시술과 수술을 비교한 결과, 시술이 수술보다 예후가 좋게 나타났다. 저위험군에서는 수술보다 예후가 더 좋았다. 수술의 위험도와 상관없이 TAVI를 치료 옵션으로 고려하는게 세계적 트렌드이다. 때문에 수술과 시술을 선택하는 기준이 위험도가 아닌 환자의 연령으로 바뀌고 있다. 환자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막혀있던 심장의 문을 넓힌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삶의 질이 눈에 띄게 좋아진다. 제가 시술했던 80세 환자의 경우 시술 이후 다음날부터 좋아지기 시작해서 3일 뒤에 퇴원하셨다. 퇴원할 때 너무 좋아하시면서 "10년은 더 젊어진 것 같다"고 말씀하신 게 기억에 남는다.

환자들은 시술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시술은 비용이 비싼 편이기 때문에 부담스러워하시는 경우가 있다. 이런 분들을 위해서 건강보험 보장성이 확대되면 좋겠다. 현재는 시술 비용의 80%를 환자가 지불하고 있어, 환자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한다면.

대한민국의의료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는 덕분에 TAVI 시술과 같은 선진의료를 잘 도입할 수 있었다.
많은 이들이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대동맥판막 협착증이 의심될 때 TAVI 시술을 치료 옵션으로 고려할 수 있으면 좋겠다. 또한 보험 확대가 이루어져야지만 여러 사람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해외의 가이드라인과 환자의 필요에 맞춰 보험 혜택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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