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세이브더칠드런
1차대전 때 창립… 최초 아동권 주창 NGO
취약지역 아동 건강·산모 출산 지원 앞장서
모자뜨기 캠페인으로 미숙아 저체온증 막아
베트남 소수민족 열악한 보건환경 개선도
"모든 아동은 건강하게 태어나 자랄 권리가 있다." 1919년 영국의 사회개혁가 에글렌타인 젭은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봉쇄로 독일과 오스트리아 아이들이 피해를 입자 이들을 돕기 위해 국제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을 만들었다. 젭은 런던 트라팔라 광장에서 패전국이었던 오스트리아의 아이들이 극심한 굶주림으로 제대로 발육하지 못한 모습을 담은 전단지를 나눠주었다. "우리의 단 하나의 목표는 가능한 한 더 많은 아이를 구하는 것이다."
1차대전 때 창립… 최초 아동권 주창 NGO
취약지역 아동 건강·산모 출산 지원 앞장서
모자뜨기 캠페인으로 미숙아 저체온증 막아
베트남 소수민족 열악한 보건환경 개선도
이 일로 젭은 적국을 도왔다는 혐의로 체포된다. 당시 영국의 '전시 국토방위법'에 따라 실형을 살거나 무거운 벌금을 물어야 할 범죄였지만 젭이 체포되면서 오히려 비인간적인 연합국의 봉쇄정책을 알리는 계기가 된다. 또한 고통 받는 아이들을 돕자는 취지에 마음이 움직인 검사가 젭의 벌금을 대신 내주면서 세이브더칠드런 첫 후원금이 되었다.
■아동권 최초로 주장한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모든 아동은 주체적인 인격체로서 존중 받아야 한다"고 주창한 세계 최초의 NGO다. 1923년 젭은 모든 아동은 음식, 의료, 교육, 착취로부터 보호받을 기본적인 권리가 있다는 내용의 아동권리선언문을 통해 아동의 권리를 국제 사회의 의무로 삼고 모든 활동의 최전선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동권리선언문은 1924년 유엔의 전신인 국제연맹에 의해 아동권리에 관한 제네바 선언으로 채택됐고 훗날 유엔아동권리선언문의 기초가 되었다.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세이브더칠드런의 지원을 받았던 한국은 1953년 활동국으로 출범해 1981년 국제 세이브더칠드런연맹에 가입하고 회원국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올해 창립 102주년을 맞이한 세이브더칠드런은 '우리가 아이를 구하면 아이가 세상을 구한다'는 구호처럼 아동의 생존, 보호, 발달, 참여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인종, 종교, 정치적 이념을 초월해 전 세계 약 120개 국가에서 활동하고 있다.
■예방 가능한 질병으로부터 산모와 아동 보호
UN 아동사망률 추정그룹(UN IGME)이 발표한 '2020년 아동사망 수준과 추세'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에서는 5세 미만의 아동 520만명이 사망했다. 이는 매일 약 1만4000명이 사망한 숫자로 사망자 중 거의 절반인 240만명이 신생아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극은 이들 대부분이 출산 중 질식, 외상, 감염 등 예방 가능한 원인으로 사망했다는 점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임신 기간 동안 산전 진찰 4회 및 시설 분만을 권고하고 있으나 개발도상국 중에서도 특히 소외 지역은 의료장비나 인력이 크게 부족해 기본적인 진단조차 받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에 세이브더칠드런은 경제적, 지리적으로 가장 소외된 지역에 사는 산모와 아동들이 예방 가능한 질병이나 원인으로부터 사망하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모자보건 개선사업을 진행 중이다. 보건소를 개보수하고 관리하며 조산사 등 의료보건인력을 교육해 질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임산부들이 보건소에 방문하도록 장려해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출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손뜨개 모자로 '신생아 살리기'
2007년부터 진행해오고 있는 신생아살리기 캠페인은 세이브더칠드런이 진행하는 대표적인 모자보건 개선사업으로 신생아 사망률이 높은 국가에 캠페인 수익금과 모자를 전달함으로써 개발도상국의 모자보건과 아동의 생존권에 기여하는 대표적인 참여형 기부 캠페인이다.
신생아살리기는 캠페인 수익금을 통해 보건 전문 인력 역량강화 교육 및 산전, 산후 검사를 지원함으로써 출산합병증을 줄이고, 소독된 면도칼, 탯줄 클립, 항균 비누와 멸균 장갑 등 출산 시 필요한 물품을 제공해 위생적인 환경을 만들어준다. 또한 신생아 필수 약품과 신생아용 면 침대보 등 분만 즉시 신생아에게 필요한 물품을 제공함으로써 신생아 체온 유지를 통한 면역력 향상 및 출생 후 관리를 지원한다. 이러한 지원으로 신생아의 주요 사망 원인인 감염을 감소시키고 폐렴, 말라리아, 설사와 같이 예방 가능한 질병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할 수 있다. 특히 세이브더칠드런은 저체중 미숙아로 태어난 아기에게 모자를 씌워 체온을 1~2도 높임으로써 저체온증을 막을 수 있도록 신생아살리기의 일환으로 모자뜨기도 함께 진행 중이다. 캠페인 참여자들이 직접 뜬 털모자와 담요를 인큐베이터 등 비싼 의료장비를 이용하기 어려운 저개발국가에 전달한다. 지난 14년간 98만7281명이 참여했으며 세네갈, 에티오피아, 우간다, 잠비아 등 15개국의 아이들에게 225만5400여개의 모자와 담요를 보냈다.
■베트남 소수민족 위한 '레드로드 캠페인' 시작
올해 15번째 시즌을 맞은 신생아살리기는 신생아를 살리기 위해 지나온 14년의 긴 여정처럼 앞으로도 이어가겠다는 의미를 담아 '신생아살리기 레드로드 캠페인'으로 이름을 바꾸고 베트남 소수민족의 산모와 신생아를 위해 나섰다.
베트남에서는 출생 1000명당 5세 미만 영유아 사망률이 약 32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베트남 북서부 소수민족 여성의 경우 임신이나 분만 과정에서의 위험성을 알지 못하거나 전문가의 도움 없이 출산하는 등 다양한 이유로 인해 5세 미만 영유아 사망률이 다른 지역과 비교해 약 2배 높았다. 안전한 출산을 위해 4회 이상 권고되는 산전관리율도 불과 34%로 현저히 낮게 나타났다. 이에 세이브더칠드런은 레드로드 캠페인을 통해 이 지역의 모성건강 및 신생아 돌봄 수준 개선을 위한 사업을 진행중이다. 보건 전문 인력 역량강화 교육을 진행하고 이동진료, 가정방문을 통해 산전, 산후 검사를 지원함으로써 출산 합병증을 줄이기 위함이다.
지난달 시작한 레드로드 캠페인은 내년 3월 초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5000원의 후원금으로 베트남 소수민족 아동과 산모를 위한 위생용품을 지원할 수 있고 1만원의 후원금으로 응급후송에 기여할 수 있다. 3만원의 후원금으로는 이동진료 지원이 가능하고 5만원의 후원금으로 신생아 집중 치료실 구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와 함께 저체온증으로부터 아동을 지켜낼 모자뜨기 키트를 구입해 직접 뜬 모자를 전달하는 참여형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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