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신변보호를 받고 있던 여성의 어머니를 흉기로 살해한 이석준(25)의 살인 혐의가 ‘보복살인’으로 변경됐다.
서울경찰청은 17일 오전 이석준이 검찰에 송치된 뒤 기자들과 만나 "이석준에게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보복살인, 살인미수, 살인예비, 감금, 재물손괴 등 7개 혐의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건 발생 나흘 전 이석준을 전 여자친구 A씨의 가족이 경찰에 신고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보고 기존 살인 혐의를 보복살인 혐의로 변경했다. 보복살인은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해 사형, 무기 혹은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는 살인죄보다 형이 무겁다.
경찰 관계자는 “(감금에) 112신고를 한 데에 대한 보복이라고 보고 있다”며 “범행 전에 흉기도 미리 구입했고 범행 방법이나 보복 등에 관해 검색한 내역도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석준의 흥신소 의뢰 및 범행 경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8일 신변보호 여성을 만나기 위해 서울에 온 이석준은 본인이 알고 있는 주소로 찾아갔는데, 그 주소가 아닌 것을 알고 일단 귀가하면서 흥신소에 주소를 알아봐 달라고 의뢰했다”며 “9일에 다시 올라와 자신의 차량 안에서 A씨 자택 주변을 머물다 10일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또 “이석준이 피해자 자택 현관문 초인종을 누르자 당시 통화 중이던 피해자(신변보호 여성 어머니)가 무의식적으로 문을 열어 줘 침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석준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전 여자친구 집을 찾아가 그 어머니(49)와 남동생(13)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피해자들은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어머니는 끝내 숨졌고 남동생은 중환자실에서 입원 치료 중 최근 의식을 회복했다. 범행 당시 A씨는 집에 없어 화를 면했다.
이석준은 현장에 경찰이 도착하자 흉기를 버리고 창문으로 도망쳤다. 이후 비어 있던 인근 가정집 창문을 깨고 들어가 2층에 숨어 있던 이석준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은 지난 11일 이석준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12일 "범죄 혐의가 소명됐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17일 오전 이석준을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이날 검찰 송치 전 포토라인에 선 이석준은 '여성 가족 왜 죽였나' '주소 어떻게 알았나' '피해자 집 어떻게 들어갔나' '유가족에게 할 말 있나' 등 취재진 질문에 고개를 푹 숙이고 연신 "죄송하다"며 웅얼거렸다.
이석준은 ‘마스크를 벗어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응하지 않고 "피해자 분들에게 할 말도 없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평생을 사죄하면서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경찰에 보복하려고 범행을 저질렀나' '애초에 살인 계획하고 찾아갔나' '납치, 감금한 것 맞나' 등 질문에는 "아닙니다"라고 짧게 부인한 뒤 호송차량에 올랐다.
경찰은 이석준에 A씨의 서울 자택 주소를 알려 준 혐의를 받는 흥신소 운영자 30대 남성 B씨에 대한 수사도 이어갈 방침이다. 흥신소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지난 16일 구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흥신소 관련해서는 오늘 송치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수사할 게 꽤 많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B씨가 제3자로부터 신변보호 여성의 개인 정보를 받았다는 진술을 바탕으로 B씨의 공범도 추적 중이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 , 이승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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