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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열사 측 "'설강화' 공포의 안기부에 새 정체성 부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21 12:46

수정 2021.12.21 15:20

표창원(왼쪽),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이현주 사무국장. /사진=뉴시스
표창원(왼쪽),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이현주 사무국장.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드라마 ‘설강화’가 민주화운동 왜곡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드라마와 같은 해인 1987년 고문으로 사망한 박종철 기념사업회 관계자가 드라마를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열사박종철 기념사업회의 이현주 사무국장은 20일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과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우려가 기우이길 바랐는데 역사적으로 너무 무책임하고 그리고 너무나 명백한 왜곡 의도를 지닌 드라마"라는 입장을 밝혔다.

먼저 그는 박종철기념사업회에 대해 “1987년 1월 14일 남영동 대공분실로 연행됐던 서울대생 박종철군이 경찰의 고문으로 사망한다”며 “이 사건은 국민들의 민주화에 대한 갈망을 폭발시켰고 또 6.10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박종철기념사업회는 이런 박종철 열사정신을 계승하고 국가폭력에 저항하는 분들을 지지하고 연대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설강화’를 직접 봤다고 밝힌 그는 “왜곡 의도를 지닌 드라마”라면서 “드라마 주요 키워드가 안기부, 간첩, 민주화운동, 이렇게 세 가지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기억한 80년대 안기부는 정말 너무나 공포스러운 기관이었다”고 회고했다.

“민주주의를 원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희는 안기부에 끌려가서 고문을 받고 죽임을 당하고, 죽음이 은폐될지 모르는 상황에 항상 노출돼 있었다”며 “그런 공포스러운 상황을 조작하고 공포로 국민들을 통제했던 기관이 바로 안기부”라고 강조했다.

“안기부가 제일 노골적으로 한 것들이 민주화운동을 요구하는 사람들 또 민주화운동과 관련 없는 사람들도 잡아다가 고문을 통해서 간첩으로 조작을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간첩들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는데 너희가 철없이 민주화를 요구해? (라면서) 협박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시대에 대한 기억이 너무나도 명백하고 여기에 대한 피해자들이 아직도 고통 속에 살고 있는데 이런 키워드로 드라마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역사적 고증, 진실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가해자의 편을 들어서 피해자들에 고통을 주는, 그런 드라마로밖에 만들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굉장히 걱정이 컸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 일명 '서브 남자주인공'의 직업이 안기부의 팀장이고, 그 팀장과 주변 인물들을 통해 안기부를 표현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기부 팀장이 등장하는 서사가 굉장히 황당했다”며 “외국에서 ‘대동강1호’라는 간첩을 쫓을 때 동료가 희생당하죠. 동료가 희생당하면서 이 사람의 분노, 간첩을 쫓는 이 사람의 모든 행동이 굉장히 어떤 희생자로서 정의당한다”며 “안기부에 대한, 새로운 아이덴티티”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감독이 ‘80년 당시 대선 상황을 풍자하는 블랙코미디’라고 했고 실제로 당시 권력자가 북한한테 돈울 주고 '북풍'을 일으켜달라고 조작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게 당시 권력에 대한 문제제기라기보다 안기부 팀장을 둘러싼 부조리한 현실을 까는 장치가 된다"며 "결국 정의를 추구하는 안기부 직원은 이런 부조리한 현실, 국가권력과 때론 언론과 또는 국민들로부터 진실을 외면 받는 피해자가 되는 거죠. 이 사람이 결국은 혼자서 진실을 꿰뚫고 정의를 구현하는 그런 존재로 미화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에 진행자가 “같은 사안에 대한 시각차가 큰 것 같다”며 “제작진은 그런 시각에 대해서 안기부에 대한 미화가 아니다, 주인공이 오히려 부패한 조직에 등을 돌리는 형태로 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한 것이라고 했다”고 되물었다.

이에 이현주 사무국장은 “시스템에 대한 등을 돌리는 건 아니라고 본다”며 “(극중 '대동강1호' 정해인을 숨겨주는 여자대학교 운동권 학생의 대사 등을 통해) 처음에는 간첩이란 존재와 그 민주화운동 참여자를 분리하는 척 하지만, 결국 안기부는 민주화운동을 탄압하는 게 아니라 간첩을 검거하는 그런 기관"임을 설명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결국 여자 주인공 오빠가 민주화운동에 참여하다가 군대에 끌려가요. 그런데 나중에 오빠와 이 간첩을 동일시 시켜요. 그래서 민주화운동 참여하는 자는 간첩이란 당시 국가기관과 안기부의 주장은 옳았어 라는 정당성을 부여하는 구조로 간다”고 주장했다.

창작의 자유로 볼수 없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어떤 가상의 세계 배경을 한 게 아니잖냐”고 답했다. “사건 배경 모든 것들이 실제와 관련 없다는 자막이 나오는데, 그 자막 하나로 관련(이) 없어지는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역사를 배경으로 할 때 특히 저희는 아픈 역사가 많잖아요. 정말 국가가 국민을 향해서 폭력을 휘두르고 국민의 삶을 파괴하는 정권을 유지했던 그런 역사가 너무나 되풀이되었잖아요. 그랬을 때 저희가 그것과 관련된 가해자가 있고 피해자가 여전히 있는 아픈 역사를 다룰 때는 콘텐츠를 만드시는 분이 더한 무게를 가지고 봐야 됩니다. 그래서 철저하게 진실에 기반되지 않고선 그것을 가상으로라도 배경을 써선 안 된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한편 20일 우파 성향의 이지성 작가는 자신의 SNS에 ‘설강화’ 역사 왜곡 논란 기사를 캡처해 올린 후 “설강화 핍박자들아. 민주화(?) 인사라 불리는 자들이 학생 운동권 시절 북괴 간첩들에게 교육받았던 것은 역사적 팩트”라고 주장하며 “이건 그냥 현대사 상식 같은 거야. 증거도 차고 넘친단다. 제발 공부부터 하고 움직이렴”이라는 말을 남겼다.
현대사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알수 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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