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갤러리 구조에서 개인전
뉴욕서 제작한 신작 국내 첫 선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버려진 물건을 '오브제 아트'로 부활시킨 변종곤(71)작가의 재치는 여전하다.
명품 브랜드 오프화이트 상징인 노란색 끈을 모나리자 사진에 칭칭 감아놓고 형광등을 들게하자 마치 '스타워즈 제다이'처럼 변신한 듯 보인다. 모나리자 패러디는 많았지만, 표현과 형식적인 측면에서 실험성이 돋보인다.
낡은 시계추도 마찬가지. 액자에 같이 들어간 시계추는 가슴 모양 보형물을 몸체 삼아 얼굴이 됐다. 2015년 더 페이지갤러리에서 개인전 이후 존재감을 알렸던 그가 6년만에 다시 한국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서울 성수동 갤러리 구조에서 지난 3일부터 펼친 전시는 ‘환유 換喩: 재현되는 아이러니’를 타이틀로 그의 특징이 오롯이 드러나는 변태(?)같은 작품으로, 은근하게 빵빵 터지는 매력이 있다. 얼핏 보다가도 다시 보게되는 웃기는 작품들이다.
이번 전시 작품중 37점은 작가의 뉴욕 스튜디오에서 제작된 신작으로 국내에서는 갤러리 구조를 통해 첫 선을 보이는 작품들이다.
보는 재미가 쏠쏠한 작품들은 '시간이 축적'된 사물들의 반란이다. "이질적인 것의 만남과 충돌에서 창조가 이뤄진다"는 작가는 이질적인 것들을 의도적으로 충돌시키고 재해석해 새로운 오브제를 창조해낸다.
버려진 물건에 집착한다. 40여년전인 1981년 정치적 탄압과 감시로 도망치듯 미국으로 이민하면서 생긴 버릇이다. 중앙대 회화과 출신인 그는 대구 대건고등학교에서 미술교사 생활을하다 1978년 제1회 동아일보 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극사실주의화가로 유명세를 탔지만 철수된 미군 공항의 모습을 그렸다는 이유로 반체제 인사로 낙인 찍혔다.
돈이 없어 재료를 살 엄두도 못 냈지만 미국에서의 삶은 천국에 온것 같았다. 길가에 냉장고나 라디오등 버려진 물건들이 천지였고 날마다 물건을 들고 집으로 가져갔다. "차갑게 내동댕이쳐진 물건들이 마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어요. 사람의 손맛을 탔기때문일까요. 버려진 물건은 온기가 달라요."
주워 모은 물건들로 '잡동사니 왕'이 되는 그는 미국에서 '오브제 아트'작가로 이름을 날렸다. 한국에서 그가 드러난건 1988년 서울올림픽때다. 당시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로 부상한 백남준과 함께 귀국해 전시를 열어 화제가 됐다.
오브제로 만든 작품은 어떤 특정한 사조에 얽매여 있지 않고 자유로움 그 자체다. 그의 생각이 발광하면 포복절도할 작품이 뚝딱 만들어진다. 종교적 주제나 인간의 실존, 현대물질문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도 담겼지만 작품은 무겁지 않다. 그래서 매력이다.
작가의 회화적 출발점이 되었던 극사실주의적 테크닉이 오브제 속에 스며들며 착란적인 일체감을 선사한다. 변종곤 작품은 알바니미술관, 클리브랜드미술관, 인디애나폴리스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내외 유수의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마리 로제 감독이 제작한 변종곤 작가의 다큐멘터리는 동양 작가 최초로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상영됐고, 현재 MoMA가 소장하고 있다. 전시는 22년 1월 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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