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코로나·한파에… 관광객 사라지고 달동네 주민들은 '꽁꽁' [현장르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21 18:12

수정 2021.12.21 18:12

이화벽화마을
자원봉사자 대면활동 크게 줄어
지원물품 직접 찾아가야할 상황
고지대에 계단 가팔라 이동 불편
고령층 주민들 겨울나기 힘겨워
코로나·한파에… 관광객 사라지고 달동네 주민들은 '꽁꽁' [현장르포]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이화벽화마을은 코로나19로 관광객 발길이 끊겼다(위쪽 사진). 이화동주민센터에서 한 주민이 지원물품을 유모차에 싣고 있다. 사진=한순천 인턴기자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이화벽화마을은 코로나19로 관광객 발길이 끊겼다(위쪽 사진). 이화동주민센터에서 한 주민이 지원물품을 유모차에 싣고 있다. 사진=한순천 인턴기자
서울 도심 내 위치한 달동네 이화벽화마을에 다시 겨울이 찾아왔다.

주민들 대부분 고령인 이화벽화마을은 2년 넘게 이어지는 코로나19 사태로 자원봉사자 등 대면 봉사가 줄면서 힘겹게 겨울나기를 준비 중이다.

■주민들 이동불편 여전

21일 종로구 등에 따르면 이화벽화마을의 주요 거주는 저소득의 고령층이다. 기초수급자 비중도 높은 편이다.

고지대에 위치한데다 달동네를 연상시키는 가파른 계단에 골목마저 좁아 이동이 쉽지 않다.
겨울이 찾아오면 더 문제다. 도로 표면이 얼어 주민들의 낙상 위험도 커져 노인 계층은 이동이 더 힘들다.

최근 방문한 이화벽화마을은 뚝 떨어진 기온에 코로나19 영향으로 외국인관광객 등의 발길이 끊겨 찬바람만 골목을 메우고 있었다. 이화벽화마을에서 60년간 거주한 강두석 종로구노인회 부회장은 "나이를 먹으니 겨울에 나오기가 더더욱 고역"이라며 "이화마을 계단은 너무 간격이 크고 폭이 좁아 뭘 끌거나 들고 다닐 수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난방도 문제다. 연식이 오래되고 벽이 얇아 단열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등 낙후된 가구가 대다수다. 이제는 주택마다 가스가 들어오지만 최근까지도 석탄을 난방용으로 사용하는 가구가 있었다. 박복자 이화경로당 노인회장은 "집이 추운 독거노인들이 따뜻한 경로당으로 모인다"며 "코로나로 경로당이 또 문을 닫게되면 홀로 사는 노인들의 고독사나 동사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이화동주민센터는 마을 주민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한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정민석 이화동주민센터 마을행정팀장은 "주민들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해 희망온돌 사업, 장판·이불 지원, 보일러 수리사업 등 생계 지원사업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고령층 주민들 직접 수레로 지원물품 옮겨

그러나 이 같은 지자체 차원의 물품 지원에도 실질적 도움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이화벽화마을에는 취약계층을 위한 물품지원 봉사활동이 진행됐다. 쌀 10㎏ 1200포대, 라면 1200박스, 김치 380박스 등 7000만원 상당의 구호물품이 주민들에게 지급했다. 물품을 트럭에서 센터로 옮기는 작업에는 지자체 관계자들을 비롯해 군인들까지 동원됐다. 이화동주민센터 류정아 마을복지팀장은 "타 지역 대비 코로나19로 인한 물품 지원 감소가 크지는 않다"며 다만 대면 봉사가 줄어 일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구호물품을 받기 위해 직접 유모차나 수레를 끌고 주민센터까지 내려와야 했다. 가파른 계단과 골목탓에 차량이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부터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돼 왔지만 주민들은 고개를 내저었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들은 "연말까지 마무리된다고는 하는데 지금까지는 전혀 나아진 점을 모르겠다"라며 "예산낭비였다"라고 지적했다.

주민들은 이화벽화마을의 겨울나기 정책에 행정공백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당초 종로구청장이던 김영종 구청장이 내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한 가운데 구청장 권한대행인 강필영 부구청장이 성추문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탓이다.
주민 조모씨는 "이곳 주민들은 하루하루 생존이 문제"라며 "책임자 없이 신속하게 복지정책들이 진행될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종로구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긴급생활비 지원, 대상자 모니터링 강화, 고독사 예방 안전망 구축 등 특별보호대책을 가동 중"이라며 "비대면 및 소규모 봉사활동 유도 등 공백 없는 서비스를 하겠다"고 밝혔다.
또 대면 봉사자 감소에 대해선 "1365자원봉사 포털을 통해 다양한 계층의 봉사자 모집을 하고 있다"며 "봉사자들에게 마스크, 손소독제 등 방역물품을 지원하고 안전을 최대한 보장해 효율적인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한순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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