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김진 기자,구진욱 기자 = 정보기술(IT) 대기업에 다니는 이모씨(31)는 올해 대학 동기들과 '줌 송년회'를 열 예정이다. 이씨는 "이번 주말 드레스코드를 맞추고 와인과 음식을 준비한 뒤 컴퓨터 앞에서 이야기하며 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2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가 연말 송년회 풍경을 바꾸고 있다. 송년회를 축소하거나 취소하는 사람이 많지만 이씨처럼 '줌' 등 화상회의 도구를 활용한 비대면 송년회를 여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나마 모이더라도 인원을 줄여 조촐하게 치르거나 홈파티를 여는 추세다.
직장인들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하니 어쩔 수 없다면서도 "만나지 못하는 송년회가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송파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씨(28)는 "연말에 집에서 3명이 홈파티를 하려고 하는데 모든 게 소소해지는 것 같다"며 "코로나가 더 오래 지속되면 많은 게 바뀔 거 같아 무섭다"고 말했다. 김씨는 "사회생활을 시작하고는 연말에나 이벤트를 만들어 같이 모이는데 지금은 인원제한 때문에 그마저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종로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35)는 "연말을 시끄럽게 즐기기 보다 여유있게 해외여행을 가는 편이었는데 코로나로 여행을 못가 아쉽다"면서 "회사에서도, 언론에서도 감염되지 않게 조심하라니 내가 확진되면 죄짓는 기분이 들 거 같아 친구 만나기가 더 조심스럽다"고 심경을 전했다.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로 인해 오랜만에 해외여행이나 대규모 송년회를 계획했던 이들은 아쉬움이 더욱 크다.
강남구에 사는 직장인 백모씨(33)는 "남편과 둘이 하와이 여행가자고 했는데 오미크론 때문에 없던 일이 됐다"며 "작년 연말에도 내년이면 괜찮겠지 싶었는데 또 이렇게 해가 바뀌니 이러다가 아이 낳고 키울 때까지 코로나19에 시달릴 수도 있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드물지만 마음 맞는 친구들과 소규모로 만나 좋다는 이들도 있다.
직장인 정영한씨(26)는 "집에서 서너명이서 와인 한 병 놓고 조촐하게 연말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코로나19로 만날 일이 적어졌지만 작은 관계의 소중함을 깨달은 것은 의미가 있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씨는 그러면서도 "백신을 두번이나 맞았는데도 소용이 없다"며 "힘들게 취업했지만 서너 명 만나 축하를 나누는 것도 조심스러워 조금 씁쓸하기는 하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다행이라는 직장인도 일부 있다. 직장인 남승연씨(28)는 "위드코로나가 되자마자 약속이 줄줄이 잡히고 연말 회식에 모임으로 피곤했는데 이제 그런 일을 피할 수 있어 좋다"면서 "남자친구와 집에서 오붓하게 영화볼 생각에 기대가 된다"고 했다.
금융회사에 다니는 김모씨(34)도 "연말에 팀원 10명이 모두 모여 회포를 풀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취소돼 오히려 좋다"고 말했다.
코로나19를 한번 겪었던 사람들은 우려 섞인 반응을 보였다. 최근 완치 판정을 받은 김대진씨(28)는 "조용히 몸 사리고 지냈으면 한다"면서 "코로나에 걸려보면 연말에 파티 못해 아쉽다는 말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제를 당부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증상이 경미하면서도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이 많이 퍼질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엔 병상이 없어 입원도 쉽지 않으니 연말 모임을 자제하고 가족과 지내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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