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현재 대한민국에 관한 연간 외신 보도는 10년 전 9010건에서 9만951건으로 10배 넘게 증가했으며, 특히 인도, 인도네시아 등 신남방 국가의 보도가 급증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1~2년 차에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국정 3~4년 차에는 코로나19 대응, 국정 4~5년 차에는 케이팝과 한류 콘텐츠 열풍 등이 보도량 증가를 견인했다. 외신이 본 대한민국의 이미지는 ‘책임 있는 중견국’, ‘연대와 협력을 이끄는 중재자’, ‘국제질서를 선도할만한 역량을 갖춘 선진국’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은 국제사회에서의 우리의 위치를 이해하고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과제를 알아보기 위해 문재인 정부 출범일인 2017년 5월 10일부터 4년 반이 되는 시점인 2021년 11월 9일까지 74개국 2006개 매체, 기사 12만5375건을 8개 세부 분야로 나누어 분석했다.
그 결과, 분야별로 보도 비중을 살펴보면 한반도 정세(38.4%) > 코로나19 대응(13.7%) > 한국문화(케이 컬처, 11.6%) > 한일관계(7.3%) > 정상외교(6.2%) > 경제(5.6%) > 사회(5.6%) > 국제(3.6%) > 국내정치·환경기술(2.8%) 순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국정 4년 반 동안 한국 관련 외신 보도는 10~20%의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국정 2년 차에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로 정의되는 일련의 대북 대화 노력이, 국정 3~4년 차에는 ‘케이(K)-방역’으로 일컬어지는 한국식 방역 모델이, 국정 4~5년 차에는 ‘방탄소년단(BTS)’,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을 중심으로 한 한류의 성장이 보도량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권역별로 보면 미주권의 보도량 증가가 두드러졌다. 국정 1년 차와 4년 차의 보도량을 비교했을 때, 남북미(60%) > 아시아·태평양(23%) > 유럽(18%) > 아프리카·중동(15%) 순으로 증가했다.
남북미 지역 보도량 급증은 케이-방역과 한류콘텐츠에 대한 미국의 관심 증대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분야별로 보도량 상위 20개국을 뽑아봤을 때, 국정 3년 차부터 한류 관련 미국의 순위가 급상승(12위 → 12위 → 5위 → 2위 → 3위)한 것이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중남미와 아프리카, 중동에서도 ‘한류 열풍’ 현상이 다수 보도됐고, 일본에서는 ‘제4의 한류 붐’이 일어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국가별로 봤을 때에는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등 신남방 국가의 보도량 증가*가 두드러졌으며, 인도의 경우 4년 전 846건에서 현재 2086건으로 2.5배가 증가했다. 이는 ‘인구 14억’의 인도가 2020년부터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하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4년 반 동안 한국을 취재하는 해외 매체(미디어)의 취재 환경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여러 외신들이 대한민국 서울을 매력적인 상주 지역으로 선택했고, 서울을 떠났던 외신들도 다시 돌아와 한국어로 기사를 제공하거나 한국 관련 편집기자를 별도로 두는 등 대한민국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유명 잡지 모노클은 ‘한국으로 갈아타기(Korea change)’라는 보도를 통해 이러한 분위기를 집중 조명했다.
외신들의 취재환경 변화와 보도량 증가는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현안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해문홍이 2020년 12월 발간한 외신이 본 케이(K) 방역의 국민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외신보도를 본 후 정부 방역대응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됐다는 응답이 50.5%, 보건의료체계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응답은 62.9%에 달했다.
지난 9월 옥스퍼드사전에 한국어 표현 26개 단어가 무더기로 등재되었다. 이처럼 전례 없는 일에 대해 옥스퍼드사전 측은 “우리는 모두 한류라는 파도의 정점에 올라타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역 구분 없이 수많은 외신들이 자국 내 한류 열풍 현상과 그 이유를 분석하는 기사들을 쏟아냈다.
한류 현상은 ‘케이 붐(K-Boom)’으로 표현됐고, 세계인의 생활양식을 바꾸는 ‘유행(신드롬)’으로 불렸다. 외신들은 문화산업의 질적 성장, 정부의 체계적 지원,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의 발전 등이 한류 열풍의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2020년과 2021년 ‘케이 붐’의 주된 계기로는 그룹 방탄소년단의 인기와 팬클럽 ‘아미’들의 활약,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넷플릭스 콘텐츠 ‘오징어 게임’의 대성공 등을 거론했다. 언어와 인종, 문화의 장벽을 넘어 작품으로 인정받고 세계인에게 감동과 재미를 줬다는 점에서 이들은 한류 역사에 큰 획을 긋는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사건들을 기점으로 한국문화(케이 컬처) 관련 보도량이 급증해, 국정 5년 차 ‘반년’ 동안 보도된 양이(3,300건) 국정 1년 차 한 해 동안 보도된 양(1669)의 두 배에 달했다.
신남방 지역의 ‘한류 고성장’ 움직임과 일본의 ‘제4의 한류 열풍’ 등도 다수 조명됐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이 발표한 ‘2020년 해외한류지수’에 따르면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대표적 ‘한류 고성장 국가’로 분류되어 있는데, 해문홍 자체 시스템으로 보도량을 집계했을 때에도 국정 5년 차에 한국문화 관련 인도의 보도량이 849건으로 1위였다.
2위 일본(425건)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일본에서는 방탄소년단과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인기로 ‘4차 한류 열풍’이 일고 있다는 내용의 특집 기사들이 다수 보도됐다.
한국문화의 성장은 경제와 외교에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과 일본 언론을 중심으로 ‘중국, 일본 등 주변국과의 외교 관계를 풀어가는 데에도 한국문화가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의 기고와 칼럼이 다수 게재되었고, 한류 열풍이 구미·유럽 지역에서는 ‘문화적 편견을 깨는 계기’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지향해야 할 문화적 영향력(소프트파워) 강화 모델’로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악재 속에서도 한국은 거시경제 지표들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의 포브스는 지난 5월 1일 자 보도에서 “또 다시 회의론자들이 틀렸음을 입증했다.”면서 “튼튼한 프라이팬 ‘테플론’처럼 강한 한국(Teflon Korea)”이라고 표현했다. 한국 정부의 경기부양 기조와 ‘한국판 뉴딜’ 등 혁신적 정책 추진도 호평을 받았다. 다만 기업·가계 부채와 인구감소는 향후 경제성장과 안보에 커다란 위협 요인이므로 집중력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환경 분야에 있어서는 에너지 전환 정책과 탄소중립 등 환경기후변화 분야를 선도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주목을 받았다. 2020년 한·중·일 탄소중립 선언과 2021년 서울 피포지(P4G) 회의 개최는 세계의 ‘녹색 회복’을 돕는 결정이자, 한국이 환경 분야 선도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로 평가됐다. 자동차와 우주 등 미래 과학과 신산업에 대한 한국의 투자 계획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외교와 안보 면에서, 외신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추진을 ‘역사적인 사건으로 평가받을 만한 일’로 보고 있다. 정부 출범 2년 안에 남북·북미·남북미 정상회담을 잇따라 성사시킴으로써 ‘새 역사’를 썼고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외교력과 존재감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10년 만에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었던 2018년 4월 27일, 미국 언론들은 ‘역사적 전환(NBC)’, ‘새로운 역사(TIME)’ 등을 표제로 부각하며 관련 소식들을 집중 보도했다. 미국 대통령 최초로 군사분계선을 넘은 장면과 한국 대통령 최초로 평양 시민들 앞에서 연설을 한 장면 등은 기억될만한 사건으로 조명되었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한국이 추진하는 ‘종전선언’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도 양론이 있다. 한국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기 위해 ‘종전선언’과 ‘평화’라는 화두를 끝까지 이어가는 데 대해서는 대체로 의미 있게 지켜보고 있다.
대한민국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유엔(UN) 총회 등 국제무대에서 세계 현안을 선도하고, 신남방·신북방의 다양한 나라들과 연대와 협력을 모색하면서 외교의 지평을 넓혀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동시에 한국이 국제적 현안에 더욱 주도적으로 역할을 찾음으로써 역내 영향력과 관여도를 높일 것을 주문하고 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