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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연합훈련 실기동 부재, 대북 한미연합 억제력 약화 우려...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27 19:04

수정 2021.12.27 19:06

CFR ‘북한의 군사 역량’ 보고서, 에이브럼스 전 한미연합사령관 발언...전문가 의견
북한이 지난 10월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며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한 사진.
북한이 지난 10월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며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한 사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시험발사. 자료=노동신문캡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시험발사. 자료=노동신문캡쳐
[파이낸셜뉴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미 외교협회(CFR)는 22일 갱신한 ‘북한의 군사 역량’ 보고서에서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하에 눈에 띄게 가속화됐다고 평가했다"고 지난 24일 VOA(미국의소리)가 밝혔다.

보고서는 2006년 북한의 첫 핵실험은 2kt→2009년 실험은 8kt→2013년과 2016년 1월 실험은 17kt→2016년 9월 실험은 35kt→2017년 9월 3일 실험에선 200kt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1945년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한 첫 원자폭탄의 산출량 추정치가 16kt였던 것과 비교해 엄청난 규모로 강력한 폭탄 제조 기술을 발전시켰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정도 규모의 폭발력은 수소폭탄을 개발했다는 북한의 주장에 신빙성을 부여한다고 지적했다.

미 정보당국은 지난 2018년 북한이 65기의 핵무기를 생산하는 데 충분한 핵분열 물질을 보유하고 있고, 이는 매년 핵무기 12기를 추가로 생산하기에 충분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밖에 군사안보 문제를 전문으로 하는 랜드연구소도 올해 보고서에서 북한이 2027년까지 약 200기의 핵무기와 수백 기의 탄도미사일을 비축할 수 있는 것으로 전망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특히 지난 2017년 11월 시험발사한 화성-15형의 잠재적 사정거리는 1만3천km로, 더 평평한 궤도로 발사된다면 미 본토 어디에도 도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북한이 지난해 10월 열병식에서 선보인 신형 탄도미사일은 화성-15형 보다 더 큰 ICBM으로 아직 시험된 것은 아니지만 여러 핵탄두나 유인물을 탑재해 미사일 방어체계에 혼란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있다고 했다.

다만 북한이 ICBM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의 양에 대해서는 여전히 국내외에서 논쟁이 있고, 북한의 ICBM이 대기권 재진입 역량을 갖췄는지도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세계 최빈국에 속하지만 미 국무부 추산에 따르면 북한은 국내총생산(GDP)의 거의 4분의 1을 군사비로 지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핵과 미사일 문제를 둘러싼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은 안정과 안보를 보존하기 위한 역내와 국제 파트너십을 계속 시험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이브럼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반도 안보에 대한 충언을 쏟아냈다. 우선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강조했다.

연합사령관 재직 시 ‘조건’을 낮추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직면했다는 뼈아픈 사실을 토로했다.

사실 경제선진국, 국제정치 중견국인 한국이 아직도 전작권을 보유치 못하고 있는 점은 한미동맹의 대칭성과 미래 발전에 부정적 요소임에 틀림없다.

이에 대해 반길주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안보연구센터장은 "전작권 환수는 시대적 요구이자 바람직한 방향이라 볼 수 있다"며 하지만 "한미가 합의한 ‘조건’의 충분성이 달성되지 않았는데 임기 내에 전작권 전환을 밀어붙이면서 ‘시기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으로 변질 되는 것은 한미 간 불신을 자초하게 된 측면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에이브럼스는 한미 연합훈련 부족의 심각성도 지적했다. 미 항공모함, 제5세대 전투기, 전략폭격기들이 한반도 전구에서 최근 작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유엔사가 남북관계를 방해하는 것처럼 매도되는 현실에 대해서도 탄식했다. 유엔사는 제재를 진행하는 조직이 아닌데도 제재 집행기관처럼 비판하는 것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이를 종합하면 최근 한반도 안보를 위한 한미동맹과 유엔사의 역할이 제대로 평가되지 못했다는 점이 지적될 수 있다. ‘억제’보다 ‘평화’ 담론이 중요했기에 한미 연합훈련은 남북대화의 ‘방해물’처럼 치부되었다.

반 센터장은 "한반도 '전구급' 실기동 훈련은 사실상 거의 부재했다"며 "따라서 전면전에 대비한 군사대비태세 역량은 예전과 다를 수밖에 없다는 합리적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최근 몇 년간 전구급 (한·미 연합)실기동 훈련에 참가하지 않은 병사들이 많아지면서 훈련 노하우도 전수되지 않았다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반 센터장은 이어 "이처럼 ‘억제’를 위한 훈련보다 ‘평화’에 집착하는 담론으로 ‘군사’가 ‘정치’에 의해 잠식되는 가운데 종전선언마저 추진된다"며 이는 "‘억제’보다 ‘평화’라는 신기루, 기대에 의존하는 역학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 핵·미사일 능력은 더욱 고도화되고 있고 비핵화 협상에 진전은 없는데도 아니면 말고식으로 ‘종전선언’을 추진한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억제’ 능력 없이 ‘평화’ 담론만으로 한반도 안보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군사적 판단이 부재한 정치적 결정이다.
사실 종전선언 자체는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고 인정했다.

반 센터장은 또 "비핵화의 입구는 물샐틈 없는 군사대비태세, 단단한 억제력, 제재정책 유지다"며 "이와 같은 기본원칙의 준수라는 입구를 제대로 유지해 북한이 협상장으로 나올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이 합리적이다"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물론 북한이 협상장에 나와 비핵화에 진전을 보이면 단순 군사적 협상을 넘어 남북간 경제·문화 협력도 가능할 것"이라며 "종전선언은 ‘비핵화의 입구’가 아니라 ‘대북종속의 완결’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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