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날 원자력진흥위원회(원진위)에서 심의·의결한 '제2차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시설이 확보되기 전까지 원전 부지 안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저장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핵 발전에 사용된 연료에서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추출하고 남은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다.
정부는 이번 계획에서 특별법 제정 및 전담 조직을 신설해 부지 선정 절차에 착수하고, 37년 이내 영구처분시설을 확보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부지 확보에 13년이 필요하고, 이 시점을 기준으로 약 7년 이내에 중간저장시설을 건설하며, 약 14년 이내에 지하연구시설 건설 및 실증연구를 진행한다. 지하연구시설 실증연구가 종료된 후 약 10년 이내에 영구처분시설을 확보하게 된다.
문제는 중간저장시설이 확보되려면 부지 선정 절차 착수 이후 최소 20년이 걸리는데다, 영구처분시설은 첨예한 갈등으로 인해 무산돼왔다는 점이다. 원전인근 지자체들은 자칫 장기 보관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부산, 울산, 전남, 전북으로 구성된 원전 소재 광역단체 행정협의회는 이날 산업부에 공동 건의서를 제출하고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의 장기간 운영에 따르는 위험에 대한 후속 대책 없이 사업자에게만 책임을 떠미는 운영 방식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 설치·운영에 대한 절차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선정 절차 등을 법률로써 구체화해달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원전 부지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은 설치가 필요할 경우 반드시 원전 주변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합리적인 수준으로 지원하겠다"며 "관리정책의 세부 내용을 법령의 형태로 국민에게 사전에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특별법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중간저장시설이 운영되면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를 지체 없이 반출할 것"이라며 "원전지역 간 사용후핵연료 이동은 제한된다는 점도 명확히 함으로써 한시적인 성격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자체 반발이 커질 경우 대규모 충돌사태가 재연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과거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입지 선정을 놓고 1994년 인천 굴업도에 이어 2004년 전북 부안에서도충돌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문제는 국내에는 원전 가동에 따른 고준위 핵 폐기물 영구처리시설이 전무한 상태라는 점이다. 올해 12월 현재 각 지역별 원전 부지 안에 임시보관 중인 고준위방폐물은 10년 후면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는 원전에서 사용된 작업복, 장갑, 폐필터 등 중·저준위 방폐물만 경주 방폐물처리장에서 영구처리하고 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