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초상화는 가문이자 기업, 기관의 역사를 가장 품위있고 가치있게 기록하고 보존하는 수단이자 귀족문화의 큰 유산입니다. 초상화 분야는 우리 젊은 이들의 천재성은 제대로 훈련할 수 있는 환경만 갖춰진다면 BTS와 같이 세계무대에서 화려하게 각광받을 수 있는 장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대한민국 초상화 대가 이원희 화백(전 계명대학교 교수)는 28일 부산에서 처음으로 초상화 전시회를 갖고 있는 해운대 그랜드조선에 있는 갤러리 가나부산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이 화백은 다음달 12일까지 이곳에서 30년 동안 작업해 온 손맛의 미학 '느낌있는 초상화'를 만나볼 수 있는 'THE PORTRAIT-이원희가 그린 초상' 전시회를 개최한다.
현재 갤러리 가나부산에서는 '물방울 화가'로 유명한 김창열 화백을 비롯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고두심, 승효상 등 예술가, 정치인 등의 인물들을 담아낸 초상화 30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부산에서 초상화 전시회를 처음 개최하는 이 화백은 "우선 부산에 있는 미술 애호가들에게 기계로 찍은 사진과 달리 생생한 터치감과 감정이 느껴지는 초상화 매력을 알리는데 목적이 크다"면서 "후배들에게 주문 생산하는 초상화 시장의 판로를 넓여주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서양화가 전공인 이 화백은 지난 1995년과 2003년 부산에서 작품전을 가진 바 있지만 초상화 전시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화백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에서도 이름난 초상화 대가로 유명하다.
초상화 작업을 그린지 30년이 넘는 이 화백은 "젊은 시절 새로운 시각의 풍경화로 이름을 알릴 무렵인 1989년 우연한 기회로 의뢰가 들어온 대기업 총수의 부탁이 계기가 됐다"면서 "그 후 인연이 닿은 국회의장 초상화로부터 연결돼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까지 모두 그리게 돼 초상화가로 인정을 받게 됐다"고 했다.
이 화백은 지난 2016년 뉴욕 유엔본부에 제8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초상화를 그려 국내외 화제가 된 바 있다.
1997년 김영삼 전 대통령 초상화에 이어 윤관 이용훈 전 대법원장, 김재순·이만섭·김수한·박관용·임채정 전 국회의장의 초상화를 제작했다. 2014년에는 '연예인 부자'인 김용건·하정우를 비롯해 기업인 등을 내건 초상화전을 열어 새로운 장르로 자리잡게 했다.
이 화백은 "초상화는 예술의 가장 중요하고 영원한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인간을 그리는 것이 아니겠느냐"면서 "해당 인물에 대한 사진을 찍어 이를 바탕으로 내면이 잘 드러나는 캐릭터와 주로 웃는 모습을 많이 그리는 편"이라고 전했다.
외국의 주요 미술관의 소장품들을 구성하는 회화·조각 작품의 거의 대부분이 인간을 그리는 것이고 그 형식을 빌린 것이 초상화라는 설명이다.
이 화백은 "영정 대체수단이라는 의식이 강해 초상화에 대해 부정적인 탓도 없지 않았다"면서 "클래식 문화가 제대로 정착돼 있지 못한 것도 하나의 이유로 인식 완전히 전환할 때가 왔다"라고 강조했다.
이 화백은 "초상화는 일단 거짓말을 못하고, 보고 좋으면 좋은 것"이라면서 "초상화가 새로운 미술장르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호응이 절대적인 만큼 평소 보기드문 이번 이색 전시회에 많은 분들이 찾아 그림을 즐겨 주셨으면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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