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서영 기자 = "언제쯤 이 가슴 먹먹하고 찢어질 듯 아픈 마음이 조금이라도 무뎌질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이 되면 가슴 절절한 사연들이 모이는 곳이 있다.
바로, 기증자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담은 편지를 쓸 수 있는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온라인 추모 공간 '하늘나라 편지' 게시판이다.
새해를 나흘 앞둔 28일에도 그리운 이들을 기억하는 이들의 애틋한 마음이 이어졌다.
◇ "너무나 그립고 보고 싶은… 하나밖에 없는 동생아. 사랑한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동생을 먼저 떠나보낸 A씨는 2년이 지난 지금도 매일 동생을 떠올린다.
A씨는 "내 동생, 너를 보내고 난 후에도 여전히 답답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후회와 아쉬움이 남는다"며 "동생아. 네가 자꾸 돌아올 것만 같아서 아직도 우리는 너를 기다리나봐. 네가 타고 다니던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면 내 동생이 이제 오겠지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며 말했다.
그러면서 "너와 싸우느라 흘려보냈던 지난 시간들이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무척이나 후회된다. 누나는 우리 동생이 너무나도 자랑스러웠어. 내 동생은 저 하늘의 별이 되어 이름 모를 네 명의 몸 속에서 새로운 멋진 인생으로 빛나고 있으리라 생각해"라며 먼저 세상을 떠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표했다.
◇ "예쁜 천사에게…너의 도움을 받은 아이들은 건강하게 지내고 있어"
어린이 환자 3명에게 장기를 기증해 새 생명을 선물한 뒤 하늘의 별이 된 고 전소율양을 그리워하는 아버지의 편지도 있었다.
전양은 3살 때인 2019년 키즈카페에서 놀다 물에 빠지는 사고를 당한 뒤,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지난 10월 심장과 좌우 신장을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전양의 아버지는 "그곳에서 엄마께 애교도 부리고 노래도 부르고 행복하렴 아가야. 많은 사람들이 널 기억하고 아빠는 널 평생 기억할 테니 천사 소율이는 마음 놓고 행복만 하거라"라고 전했다.
28일 기증원 담당자는 "가정의 달을 물론이고 연말연초가 되면 기증자를 추모하는 편지가 더 많아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담당자는 "아무래도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많이 생각나는 시기인 만큼, 연말에는 세상을 떠난 이들에 대한 아쉬움과 남은 사랑을 전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떠나보낸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담은 편지글을 모아 매년 무료로 볼 수 있는 사례집으로 출간하고 있다.
담당자는 "만날 수는 없지만 편지로 기증자 가족과 이식수혜자가 서신을 교환할 수도 있다"며 "생명나눔을 실천한 분들의 고귀한 뜻을 많은 분이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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