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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활성화 핵심 '내력벽 철거 허용' 수년째 연기 [리모델링 규제 첩첩산중 (下)]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28 17:59

수정 2021.12.28 17:59

정부 연구용역 결과 발표 지연
건설업계 "구조보강으로 해결"
"안전문제 등 신중히 접근" 반론도
서울 오금동 아남아파트 리모델링 공사 현장 사진=최용준 기자
서울 오금동 아남아파트 리모델링 공사 현장 사진=최용준 기자
리모델링 활성화 핵심 '내력벽 철거 허용' 수년째 연기 [리모델링 규제 첩첩산중 (下)]
재건축의 대체재로 급부상한 아파트 등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의 활성화 첫걸음으로 내력벽(건물의 하중을 견디는 벽) 철거 허용이 꼽히고 있다. 리모델링조합과 건설업계는 내력벽 철거를 허용해야 구축 아파트를 최근 선호형인 4베이(Bay) 구조로 변경할 수 있다며 규제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안전성 용역 연구가 끝나지 않아 철거 허용 발표를 미루고 있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안전이 결부된 만큼 신중한 접근과 함께 내력벽 철거가 허용되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제도 마련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28일 정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공동주택 리모델링을 위한 세대간 내력벽 철거 허용을 결정하는 연구를 4년째 진행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실증실험을 검증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내력벽 철거 관련 연구 결과 발표는 올해도 해를 넘기게 된 셈이다. 국토부는 아파트를 건설하고 하중을 받는 말뚝(건물 무게를 떠받치는 파일)의 지지력 검증 등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연구는 2017년 시작해 2019년 3월 발표 예정이었지만 예산 확보 및 실험 계측기 오류 등으로 지연됐다.

리모델링 조합들은 아파트 선호에 맞춰 세대간 내력벽 철거가 서둘러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준공 15년이 넘은 아파트는 전면에 방과 거실이 하나씩 들어간 2베이 구조가 많지만 세대간 내력벽을 철거해야 옆으로 공간을 확대해 두 세대를 합쳐 방-거실-방-방 구조의 3·4베이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도 현재 기술력으로 내력벽 철거를 통해 4베이 확장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 리모델링 수직·수평 증축기술과 밀접한 세대간 내력벽 철거 허용을 리모델링 활성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용석 본부장은 "안전에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내력벽 철거를) 해선 안되지만 건설업계는 구조보강을 통해 기술적 해결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최근 리모델링이 활성화되는 상황에서 정부 발표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은희 건축공간연구원(AURI) 연구위원은 "노후화된 공동주택의 경우 최근 다양한 생활패턴을 겨냥한 디테일을 반영하기 어렵다"며 "따라서, 상품성을 높일 공간계획이 필요한데도 현행법과 제도는 이를 허용하지 않는 실정이다"고 밝혔다.

반면, 아파트가 주거형태의 절대다수인 국내 특수성과 사후 안전 문제 등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건축공법으로 내력벽을 철거하는 건 해외에서 흔치 않다는 것이다. 또 내력벽 철거가 허용되더라도 철거 관련 안전진단을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박순규 울산대 건축공학부 명예교수는 "사람을 수술하기 전 엑스레이가 필요한 것처럼 내력벽 철거를 수반하는 리모델링도 고품질의 사전 조사 및 진단이 필요하다"며 "더욱이 내력벽 관련 안전진단과 철거·리모델링 공사를 설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력이 국내에 많지 않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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