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나라는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거대 양당 후보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경쟁을 하고 있지만 두 후보 모두 불행하게도 가족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 한쪽은 아들의 불법 도박과 성매매 의혹, 다른 한쪽은 배우자의 이력서 경력 부풀리기 의혹이다.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는 "제가 없어져 남편이 남편답게만 평가받을 수 있다면, 차라리 그렇게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통령 가족 문제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유난히 예민하다. 과거 현직 대통령의 가족이 호가호위하다가 구속되어 교도소에 갔던 사례들을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이다. 죄목도 횡령, 뇌물 수수, 사기, 수뢰 및 탈세 등 다양하다. 법을 위반하지는 않더라도 대통령의 가족이기 때문에 갖추어야 하는 덕목이 있고 지켜야 할 규범이 있는데, 이를 어기는 사례는 아직까지 반복되고 있다.
최근 실시된 설문조사에서도 가족 검증이 당연하다는 응답은 68%, 부적절하다는 응답은 28%로 나타났다. 무엇을 기준에 두고 후보를 선택할지 판단은 국민의 몫이지만 관심이나 비판이 후보자의 공약이나 국정운영 철학보다 가족에 집중되어 있는 것은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다. 과거의 잘못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는 것이다. 또, 선거를 하는 이유는 국가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내년 대선에는 향후 5년을 이끌고 나갈 새로운 정부가 탄생한다. 5년 전에는 최순실 사건으로 얼룩진 국정에 대한 실망으로 시민들이 촛불집회를 통해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을 표현하였다.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하에 탄생한 정부였지만, 지난 5년의 국정평가는 내년 3월 9일 국민들이 직접 내려 줄 것이다. 경제 침체와 사회의 양극화 심화, 아파트 가격의 급등으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 최악의 청년실업 등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산적해 있다. 내년 탄생할 새로운 대통령은 내편만의 이념구현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나라 발전과 모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나 혼자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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