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정법원, '후견인 제도' 이해 돕기 위한 영상 제작·공개
[파이낸셜뉴스] #이경미씨(가명)는 법원으로부터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 후견인으로 선임됐다. 하지만 이씨는 "아직 권한이 없다"며 어머니 예금계좌의 돈을 찾을 수도, 어머니 명의 부동산을 팔수도 없었다. 몇 달 후 법원으로부터는 기일에 출석하라는 소환장도 받았다.
후견인이 된 이씨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서울가정법원은 성년후견제도를 이용하려는 후견인 후보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동영상을 제작해 대법원 유튜브 채널과 서울가정법원 홈페이지에 공개했다고 30일 밝혔다.
2013년 7월부터 시행된 성년후견인 제도는 나이가 들거나 질병에 걸리는 등의 이유로 정신적 제약을 가진 사람들이 후견인을 선임하는 제도다. 후견인으로 선임되면 피후견인이 사회 구성원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할 의무가 생기고, 법원이 이 과정을 관리감독하게 된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매년 법원에 성년후견을 신청하는 건수가 급증하고 있지만, 정신적 제약이 있는 고령자나 장애인이라도 가족이나 친지에 의해 충분한 돌봄을 받을 수 있다면 후견제도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가정법원의 설명이다.
이씨가 은행에서 피후견인인 어머니의 돈을 찾으려면, 후견인으로 선임된 후 2개월 이내에 어머니의 재산을 파악해 법원에 '재산목록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피후견인의 재산은 후견인이 상속인금융거래조회서비스 등을 통해 후견인 스스로 파악해야 한다.
이씨는 또 매년 '후견사무보고서'를 작성해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후견사무보고서는 어머니의 재산 사용 내역, 신상 변화 등이 담긴다. 이행하지 않으면 법원으로부터 기일 소환장을 받을 수 있다.
후견인은 피후견인의 격리, 중대한 의료행위, 거주하는 부동산 처분 등과 후견개시 심판문에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기재한 사항에 대해서는 반드시 법원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씨 역시 마찬가지다. 이씨가 후견인이 됐다고 해서 모든 행위를 대리할 수 없으며, 어머니의 부동산 처분, 대출, 예금인출 한도를 초과한 예금인출, 소송행위 등은 특별히 법원으로부터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법원 허가를 받은 뒤에도 매매대금은 이씨 계좌가 아닌 어머니 계좌로 받을 수 있다.
한 번 후견인이 되면 피후견인이 사망하는 등 후견사유가 없어진 경우에만 종료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나 금융기관에서도 후견제도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특정 업무 처리를 위해 법원으로부터 후견인 선임을 받아오라고 권유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가정법원의 설명이다.
가정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1년간 후견인의 재산목록보고서 미제출 비율은 13.3%, 지연 제출도 21.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 관계자는 "해당 동영상이 후견제도의 도움을 받고자 하는 피후견인의 이익을 보호하는 게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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