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미접종자 거부식당 명단 확산
"미접종자 편의 위해" vs "명단 신뢰도 의문"
"미접종자 편의 위해" vs "명단 신뢰도 의문"
"안 그래도 손님 없는데 가릴 처지인가요? 억울합니다."
서울 마포구에서 카레집을 운영하는 이모씨(28)가 억울함을 호소했다. 온라인 상에 공유된 '백신 미접종자 거부 식당' 명단에 올랐으나, 실제론 거부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씨는 "가게 문 연지 3개월밖에 안됐는데 괜한 피해 입을까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온라인 상에서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를 받지 않는 식당 명단이 제작, 공유돼 논란이 일고 있다. 미접종자들은 거부식당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리스트에 오른 일부 식당들은 잘못된 정보로 인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접종자 거부식당 리스트 확산…신뢰도는?
2일 온라인에선 백신 미접종자 거부 식당 명단을 공유하는 사이트가 운영 중이다. 이 사이트는 식당들의 미접종자 대응 방식에 따라 친절식당, 거부식당, 궁금식당으로 분류해, 2700곳 이상을 표시하고 있다. 이 중 거부식당은 1600여곳, 친절식당은 1000여곳이다.
이 사이트의 개발자는 방역패스로 인한 혼란을 줄이고 본인을 포함한 미접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해당 서비스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현행 방역지침상 PCR 음성확인서가 없으면 '혼밥'만 가능한 미접종자들에게 갈 수 있는 식당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거부식당 명단은 미접종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지난 12월27일에는 사이트 서버가 과부하로 다운될 정도였다. 현재 온라인 상에는 이 사이트 이외에도 미접종자 거부 식당을 표기하는 커뮤니티가 일부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해당 사이트의 정확도다. 거부식당 명단이 네티즌의 제보로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정보에 오류가 있을 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 일각에선 해당 명단을 두고 사실상 '블랙리스트'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이와 관련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접종자에게는 사용의 편의가 있겠으나 소상공인에게는 매출 영향과 개인정보 침해 등 리스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정보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거부식당 올라간 업주 "미접종자 거부한 적 없는데…"
실제로 신뢰도에 대한 의문은 우려로 그치지 않고 있다. 거부식당 명단에 이름을 올린 강남과 홍대 일대 식당 10여 군데에 방문한 결과, 1인 미접종자를 받고 있는 사례가 대다수였다.
홍대 한 피자집 관계자인 김모씨(26)는 "일행 중 미접종자가 포함된 경우면 몰라도 1인 미접종자를 거부한 적은 없다"라며 "우리는 접종여부를 확인하는데 손이 부족해 알바까지 한명 더 쓰고 있는데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홍대 냉면집 업주 홍모씨(73)는 "지인의 PCR 검사서를 캡쳐해 거짓으로 내민 손님 딱 한명을 거부해봤다"라며 "매출이 줄어 직원들 다 그만두고 가족끼리 겨우 장사하는데 손님을 마다할 이유가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그는 "사이트에 가게 이름이 노출되면서 방문하지 않을 손님이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하소연했다.
다만 미접종자를 거부한 식당도 있었다. 이들은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영업 지장을 우려했고, 미접종자 지도를 찬성한다고 말한 업주도 있었다.
강남 한 호프집 관리인 이모씨는 "매장에 확진자라도 발생해서 종업원이 감염되면 매장 문을 닫아야 해서 손해가 너무 크다"라며 "거부식당 지도가 있으면 손님들도 괜히 헛걸음하지 않고, 우리도 대응의 불편이 줄어 편하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일부 다중이용시설이 미접종자의 입장을 거부하는 것에 대해 "가급적 삼가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방역당국은 "방역패스는 미접종자가 다른사람에 코로나19를 전파하는 조치보다는 미접종자가 감염 되는 것을 보호하는 조치"라며 "업장 사장님들이 해당 취지를 이해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 권준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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