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기 중국 명나라는 뛰어난 항해술을 갖췄으나 해금법으로 인해 대양강국으로 발돋움할 기회를 놓쳤다고 평가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의 올해 신년사중 한 대목이다. 빅테크와 핀테크의 영역 확장 속도가 늘어난 가운데 규제 방향을 어떤식으로 가져갈지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해금법은 중국 명나라와 청나라 당시 황제가 쓰던 강력한 규제 무기중 하나였다. 민간 해상무역 시장이 타깃이다. 상황에 따라 그 정도를 달리 했으므로 해금령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당시 해적이나 왜구 등 외세로부터 경제 장악력을 뺏기지 않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조공무역과 달리 민간 해상 무역은 통제가 어려웠다. 조공무역은 주변 국가들이 배를 타고 황제를 만나 물자를 건네주고, 황제 역시 하사품을 건네주는 방식으로 그 주기와 물량까지 어느정도 통제가 가능했다. 하지만 민간 무역이 활성화해도 당시엔 이를 적절히 파악하거나 통제할 길이 없으니 아예 이를 금지한 것이다.
역사는 해금령의 두가지 역효과를 지적한다. 초기엔 먹히는 듯 했지만 밀무역이 늘어나 지하경제 규모가 커졌고, 항해술 또한 크게 쇠퇴시켰다. 곳곳의 지역 특산물을 내다 팔려면 당시 해상무역은 필수적이었다. 서양보다 앞서갔던 조선기술과 항해술은 발전 속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명나라 말기에 가서야 해금령을 일시적으로 해제했지만 민간 무역 쇠퇴로 당시세수마저 급격히 줄어든 후였다.
국내 규제는 해금령 만큼 강력할까. 예단하긴 어렵지만 혁신산업에 척박한 환경이라는데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지난해 제3인터넷은행인 토스뱅크가 출범했지만 허용된 초기 대출 금액은 5000만원이었다. 전 금융권이 참여하는 대환대출 플랫폼은 당국이 하반기 론칭을 목표로 세웠지만 좌초됐다. 전자금융법 개정안은 여전히 정무위원회에 계류중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으로 인해 보험 핀테크업체들의 비교추천 서비스는 막혀 있다. 기술 만능주의가 답은 아니다. 하지만 소비자 편익을 고려한다면 합리적 규제 방안에 대한 속도감 있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ksh@fnnews.com 김성환 차장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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