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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원전은 녹색사업"… 다른 길 ‘K-택소노미’ 재검토 불가피 [친환경으로 재평가 받는 원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1.03 18:13

수정 2022.01.03 18:13

EU 초안, 천연가스·원전 ‘녹색’ 분류
원전 빠진 한국형 분류체계와 대조
환경부 "EU 논의과정 면밀히 검토"
에너지업계, 정책변화·수혜 기대감
EU "원전은 녹색사업"… 다른 길 ‘K-택소노미’ 재검토 불가피 [친환경으로 재평가 받는 원전]
유럽연합(EU)이 원자력 발전과 일부 천연가스에 대한 투자를 친환경 사업으로 분류하면서 국내에서도 원전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넣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년간 녹색분류체계를 만들며 EU를 벤치마크로 삼아왔다. 녹색금융의 규모가 수십조원에 이르는 만큼 녹색금융 규모가 커질수록 다툼은 첨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EU "원전, 녹색사업 분류"

3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새해 공개한 '지속가능한 금융 녹색분류체계(Taxonomy·택소노미)' 초안에는 천연가스와 원자력 발전에 대한 투자를 환경·기후 친화적인 '녹색'으로 분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한국이 지난달 30일 최종 확정한 K-택소노미에서 원전을 뺀 것과 정반대 결정이다.
환경부는 논란이 된 액화천연가스(LNG) 관련 사업은 한시적으로나마 '녹색'으로 분류했지만, 원전은 친환경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녹색분류체계는 어떤 경제활동이 친환경적이고 탄소중립에 이바지하는지 규정한 것이다. 녹색금융의 대상 여부가 이 기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원전이 국내 친환경 분류에서 빠지자 원전업계와 관련 학계에선 강한 비판이 터져 나왔다. 원전이 석유·석탄을 대체할 수 있는 주요 발전수단인 데다 국제사회 기조와도 동떨어진 현 정부의 성급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원전업계에 막대한 금융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통 원전 1기 건설을 위해서는 10여년의 시간이 소요되며,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분류체계에서 배제되면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분류체계는 기업이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된 경제활동을 하는 경우 자금조달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 주요 목적으로, 분류체계에 포함되지 않은 활동에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K-택소노미 향방은…국내업계 "수혜기대"

EU의 초안이 그대로 확정된다면 우리나라 또한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할지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환경부는 이날 "EU의 원자력 발전과 LNG 발전을 포함한 녹색분류체계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초안으로 최소 4개월 이상의 논의를 거쳐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EU의 논의 과정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그 기준에 대해서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며, 에너지 등 국내 사정을 고려해 검토와 논의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형 분류체계는 1년간 시범 운영한 뒤 한 차례 개정하고 다시 2~3년 운영한 뒤 재차 개정될 예정이다.

국내 원자력 및 천연가스 등 관련 에너지업계는 과도기적 성격으로 친환경 발전으로서의 역할을 명확히 한 만큼 수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친환경으로 인정받지 못한 원전이 포함된 것은 선언적인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한국형 원자력 발전의 EU 수출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낮은 만큼 직접적인 수혜는 힘들지만 정부 정책에 변화가 올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당장 EU에 원자력을 수출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에서 EU의 결정으로 직접적인 수혜는 기대하기 힘들다"면서도 "우리나라가 친환경 정책에서 모델로 삼는 EU가 천연가스와 함께 원자력을 친환경 에너지로 인정한 만큼 향후 긍정적인 정책 변화가 기대되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EU의 원자력, 천연가스의 친환경 인정을 위한 세부적인 단서들이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은 해당 산업에 불확실성이 될 전망이다.

한편 EU 내에서도 원전에 대한 시각은 여전히 의견이 갈린다.
이번 초안에 대해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 일부 회원국은 강하게 반발하는 상태다.

imne@fnnews.com 홍예지 김영권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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