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스트리트 금융사 씨티그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관련해 초강경책을 들고 나왔다. 1월말까지 백신을 맞지 않은 직원들은 적절한 접종 면제 사유가 없는 한 회사를 떠나야 한다고 결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명한 대법관들을 중심으로 보수성향이 미 연방대법원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민간기업 백신의무화 방안에 제동을 걸고 있는 가운데 미 초대형 은행이 강도 높은 백신 의무화 방안을 내놓았다.
■ "14일까지 백신 안 맞으면 해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이하 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씨티그룹이 이달 중 백신을 맞지 않은 직원들은 오는 31일까지 무급휴가를 가도록 한 뒤 31일에는 해고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씨티그룹은 앞서 지난해 10월 미국내 직원은 모두 백신을 맞아야 고용계약이 지속된다고 결정한 바 있다. 1월 14일을 마감시한으로 정해 그때까지 백신을 맞았는지, 또는 의료적인·종교적인 이유로 백신 접종을 면제받았는지, 아니면 지역 법률에 따라 백신 접종을 면제받았는지 여부를 회사에 보고토록 했다.
마감시한이 지날 때까지 백신 접종 완료, 또는 접종 면제 이유를 증명하지 못할 경우 31일까지 무급휴가 상태로 있다가 31일 해고된다고 씨티그룹은 직원들에게 통보했다.
보도에 따르면 씨티그룹 미 전체 직원 약 6만5000명 가운데 90% 이상이 백신을 접종했다. 경영진은 마감시한인 14일이 가까워지면서 백신접종률이 더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씨티그룹 결정은 다른 월스트리트 은행들에 비해서 강경하다.
미 최대 은행 JP모간체이스를 비롯한 다른 월가 은행들은 백신 의무화 가능성을 열어두고는 있지만 아직 의무화를 결정하지는 않았다.
대신 JP모간과 골드만삭스는 사무실에 출근하려면 백신을 맞도록 의무화했다. 재택근무자들도 주간 단위로 2~3일은 사무실로 출근토록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의 의무화에 가깝다.
■ 보수파 장악한 대법원은 부정적
바이든 대통령의 민간기업 백신 접종 의무화는 대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바이든은 1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전직원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거나, 주간 단위로 코로나19 검사를 해 음성 결과를 제출토록 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과정이 순탄치 않다.
공화당 주지사들과 재계가 이에 반발해 소송을 걸면서 제동이 걸렸다.
보수파가 장악한 미 연방 대법원은 부정적이다.
대법원은 7일 심리에서 백신의무화를 감독할 연방 직업안정보건청(OSHA)이 백신접종 의무화를 강제할 법적 권한이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이르면 이번주말 대법원의 결정이 나올 전망이다.
대법원은 현재 하급심에서 백신 접종의무화 소송이 진행되고 있음에 따라 민간기업 백신 의무화 시행을 일단 유보할지 말지를 결정하게 된다.
진보계 대법관 3명은 접종 의무화 방안을 지지하고 있지만 나머지 보수계 대법관 6명은 부정적이다.
대법원에서 제동이 걸리지 않으면 민간기업 백신 접종 의무화는 10일부터 시행된다. 다만 OSHA는 백신 미접종 직원들에 대한 검사 체제 구축을 위해 한 달 더 시간을 주기로 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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