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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전기장판 금지"…고시원 창문 생겨도 사각지대 여전

뉴스1

입력 2022.01.08 08:01

수정 2022.01.08 13:54

서울 종로구의 한 고시원 복도© 뉴스1 금준혁 기자
서울 종로구의 한 고시원 복도© 뉴스1 금준혁 기자


7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한 고시원에 붙은 종이© 뉴스1 금준혁 기자
7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한 고시원에 붙은 종이© 뉴스1 금준혁 기자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전기장판·온풍기 사용금지"

체감온도가 영하 10도까지 떨어진 7일 용산 동자동 쪽방촌의 한 고시원에 붙어있던 종이다. 고시원 입구에는 파이프에서 떨어지는 물이 계속된 한파에 얼어 빙판을 형성했다. 햇빛도 조명도 들어오지 않는 고시원 복도는 어두컴컴했다.

◇"겨울에는 난방을 안하고 여름에는 냉방을 안해"

서울시가 신축 고시원의 창문 설치를 의무화한 조례 개정안을 발표한 가운데 비(非)주택 거주자들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기존 고시원은 소급 적용 대상이 아니며 창문을 설치하면 오히려 월세가 오를 부담이 있어서다.
비주택 거주자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탑골공원 인근 고시원에서 7년을 살았다는 김진규(가명·92)씨의 방을 들어서자마자 뜨거운 공기가 나왔다. 1평(전용 3.3㎡) 남짓인 방에서 온풍기를 계속 틀어놓은 탓에 열기가 갇혀있던 것이다. 문에는 문풍지가, 신문지 반장 크기의 창문에는 에어캡이 이중으로 붙어 있었다. 환기가 안 된다는 단점이 역설적으로 추위를 막아주고 있는 셈이다.

김씨는 고시원에 사는 이유로 월세를 꼽았다. 창문 있는 방이 25만원으로 지역에서는 가장 싼 편이다. 저렴한 가격만큼 환경이 열악하다. 22개의 방에서 하나의 화장실과 세면 공간을 공유했다.

도심 안에 있는 종로의 고시원은 그나마 상황이 낫다. 동자동 쪽방촌 고시원은 추위에 취약한 구조다. 흙담으로 지어지거나 판자를 지붕에 올려 냉기가 쉽게 들어왔다.

쪽방촌 주민 A씨는 "고시원은 우풍이 너무 세다"며 "겨울에 난방을 안 하고 여름에는 냉방을 안 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회색 털이 달린 목도리를 보여주며 "(목도리를) 목에 두르고 잘 때도 있다"고 말했다.

◇취약계층에 주거급여 지급하지만…악용하는 사례도

국토교통부는 비주택 거주자에게 주거급여를 지급하고 공공임대주택으로의 이주를 지원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비주택 거주자를 발굴, 조사해 우선적으로 매입임대 등으로 이주시키고 최근에는 관계기관의 협조를 받아 기본적인 생활비용도 지원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대상자가 이주를 꺼리는 경우가 있다. 임대주택이 현 거주지와 달라 일자리, 인간관계 등의 이유로 이주를 거절하면 마땅한 방법이 없어 한계점으로 꼽힌다.

또 이주를 꺼리는 대상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주거급여를 지급하지만 악용하는 집주인이 있다. 실제로 고시원 주민들은 주거급여가 오르는 만큼 월세가 올랐다고 토로한다.
국토부도 이러한 부분을 인지하고 개선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대상자를 확대해 사각지대를 줄여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는 올해부터 주거급여 대상을 132만 가구로 늘리고 평균 지원액도 월 16만1000원으로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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