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염원 개관 나흘동안 6887명 방문
작품 설명·거리두기 등 방역 안내도 미흡
사진 찍고, 작품 만지고 무질서 난립 숙제도
[울산=뉴시스]구미현 기자 = "아이들은 뛰고, 엄마는 사진 찍고…여기가 키즈카페도 아니고."
지난 8일 오후 울산시립미술관을 찾은 이모(29·여)씨의 말이다. 개관 이튿날 미술관을 찾은 이씨는 잠시 둘러보다 이내 나와 버렸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제대로 작품을 감상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전시실이 운동장인 양 뛰어다니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휴대폰 카메라로 담는 엄마들, 우는 아이들, 작품을 만지는 아이들. 여러 가지 이유로 조용히 작품을 관람하려는 그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이씨는 이번 개관전에서 가장 기대한 작품은 XR랩(전국 최초의 미디어아트 체험관)에서의 ‘블랙 앤드 라이트’였다. 그러나 전시장에 들어선 순간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우주 등 가상세계를 표현한 작품인 만큼 공간감을 느끼며 관람을 해야 하는데 인원 제한 없이 입장을 하다 보니 그야말로 전시장 내부는 발 디딜 틈 없는 ‘도떼기시장’을 방불케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비단 이씨만 이렇게 느낀게 아니다.
같은 날 미술관을 찾은 신모(38 여)씨는 “아이들이 소리지르고 뛰어다니는데 제지하는 직원은 찾아볼 수 없었다”며 “XR랩 전시장 내부가 어두워 어린아이들은 무섭다고 우는데 엄마는 억지로 아이를 데리고 들어갔다. 또 설치작품들이 많다보니 작품이 훼손되기라도 하면 어쩌나 아슬아슬한 순간이 많았다. 한마디 하려고 안내 직원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볼만하다'는 입소문을 타고 개관 당일인 6일부터 9일까지 나흘동안 울산시립미술관을 찾은 관람객은 6887명.
시민들의 커져가는 문화욕구와 높아만가는 문화수준에 비해 원체 문화 인프라가 부족했던 것이 많은 인파가 미술관으로 몰려드는 데 한몫 했다.
그러나 미술관 개관과 동시에 관람객들 사이에서는 준비 미흡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시민은 “사람들이 입구에서부터 몰리다 보니 입장권 확인도 하지 않고 들여보내는 경우도 있었다”며 “표를 사지 않고 입장했다가 전시장 입구에서 입장권 제시를 요구하는 바람에 우왕좌왕 하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보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안내 직원들이 전문성이 없어 보였다”며 “작품 설명을 요구해도 제대로 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행위예술작품 ‘테라폼’을 보기 위해 작품 관람시간에 맞춰 전시장을 찾았으나 퍼포머(performer)인 무용수들이 자리에 없었다고 황당함을 토로했다.
개관전에 작품을 출품한 한 작가는 “미디어아트 전문 공공 미술관이라고 표방하지만 설치작의 전시 배치가 산만하고 애매한 부분이 없지 않다”며 “특히 작가의 저작물에 대한 보호 조치가 미흡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울산시립미술관 관계자는 “개관 초기이다보니 미흡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며 “관람 예절 등 문제가 제기된 의견들을 수렴해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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